▲ 서울창작음악제에서 입상한 세 학생. 왼쪽부터 최영지, 박현준, 김진하 학생.
  서울창작음악제는 현직 전임교수들을 비롯해 국내 중진의 작곡가들을 배출해 신인 작곡가들의 등용문이라고 불린다. 올해 제45회를 맞이한 서울창작음악제에서 중앙대 작곡전공의 세 학생이 입상했다. 작곡가의 길에 한걸음 더 다가선 박현준(작곡과 4), 김진하(작곡전공 3), 최영지(작곡전공 3) 학생을 만났다.
 
-수상 소감을 듣고 싶다.
현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라 감회가 새롭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졸업을 준비해야 하는 4학년이라 참가하기까지 무척 망설였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무조건 도전하라고 밀어주셔서 용기를 냈다. 그동안 믿어주신 교수님과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진하 모든 과정이 소중한 경험이었고 추억이었다. 수상하고 나니 곡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긴다.
영지 수상을 통해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앞으로 출전 기회가 주어지면 주저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고 싶다.
 
-대회는 어떻게 준비했나.
 
진하 작품 출품을 위해 지난 겨울방학 내내 대회 준비에만 집중했다. 고시생처럼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온전히 곡을 쓰는 데 시간을 쏟았다. 개강 후에는 학업과 병행해야 하는 압박감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고 나니 힘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웃음)
 
-이번 대회에서 수상하기까지 숨은 조력자가 있다고 들었다.
 
진하 대회 준비를 하며 박이제 교수님의 조언을 많이 들었다. 평소엔 온화한 교수님이었지만 작곡 앞에서는 정말 엄격하셨다. 교수님께서 대회 마감일까지 수정할 부분을 지적하셔서 아찔했다. 작품을 제출하려는데 동네 우체국 문이 닫혀 있었다. 결국 우체국 본사까지 찾아가 접수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날 비까지 쏟아져 울컥했다. 하지만 교수님의 엄격한 가르침이 없었다면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수상작에 대한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현준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를 읽고 영감을 얻었다. 시를 몇 번이고 곱씹으며 ‘우리도 이제 현대사회를 한 번 되돌아보자’란 생각에 신동엽 시인의 시를 가사로 택하게 됐다.
진하 가곡 부문에 출품을 결정하고 시를 고르던 중 김지하 시인의 ‘푸른 옷’을 읽고 느낌을 받았다. 시어마다 사형수의 절망과 해방에 대한 소망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이 시라면 큰 울림통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곡으로 만들었다.
 
영지 실내악 부문에 출품할 당시 현대음악이라고 심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데렐라를 모티브로 곡을 썼다. 공주 이야기 임에도 아름다운 조성보다는 격정적인 리듬을 사용해 신데렐라의 분노와 따분함을 재조명했다. 
 
-작곡가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영지 친구에게 듣게 된 이야기지만 악기 연주자들에겐 하나씩 단점이 있다고 한다. 피아노는 손이 망가지고, 바이올린은 턱이 삐뚤어지고, 관악기는 입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작곡은 성격이 이상해진다고 하더라. 듣고 보니 맞는 말 같다. 음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다 보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현준 이번 대회 수상작인 ‘바리톤을 위한 가곡 껍데기는 가라’처럼 곡 안에 의미를 담으려 노력한다. 작곡가는 사회와 주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자신의 음악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현준 오케스트라 지휘를 차근차근 공부해보고 싶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공부다.
진하 지금은 그냥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충분히 공부한 다음 유럽으로 건너가 음악의 폭을 넓히고 싶다. 
영지 어릴 때부터 음악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되면 전문적인 음악을 공부하기 어려울 것 같아 음악가의 길을 택했다. 아직은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지만 음악에 있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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