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 보도부장으로서 열세번 대학보도 지면을 꾸렸다. 지난 13주를 돌아보는데 생각나는 게 구조조정, 공동대책위 등 인문사회계열 구조조정에 관련된 것들뿐이다. 나는 거의 매번 구조조정 기사를 썼다. 늘 ‘구조조정’이 머리 위를 동동 떠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만하다.


  목요일 오후에 듣는 전공 수업이 하나 있는데 다들 목요일에 시간이 맞아서 그랬던 것인지, 하필 공청회나 기자회견 등이 있는 중요한 날들은 목요일 오후에 있었던 경우가 많아 중간에 수업에서 나와야 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그 때마다 교수님은 “학생이 취재 잘해서 지킬 수 있는 것은 잘 지켜주고 와라”며 쿨하게 이해해주셨다. 이제는 수업을 빼먹는 게 아쉽고 불안한 것보다 발표 때문에 수업에 빠지지 못해 중요한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것을 훨씬 아쉬워하게 됐다. 내가 중앙대에 입학했던 2011년도에 우리 학과가 폐과된 것을 직접 경험한(울다가 찍힌 사진이 중대신문 지면에 나온 것이 이력이 돼 신문사에 가까스로 입사할 수 있었지만) 것도 작용한 걸까. 거의 구조조정 취재만 해온 두 달 내내 구조조정 당사자가 된 기분이었다.


  열의에 찼지만 아쉬움은 많았다. 구조조정에 대한 일련의 과정들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본질을 꿰뚫는 분석기사가 제 때에 들어가지 못하고 늦은 것은 우리의 실수였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이를 혼낸 학내 다른 언론 매체나 독자들의 시선도 충분히 따가웠다. 시기적절하게 보도를 내고 있는 다른 언론을 보며 불안하기도 했고 아직도 부끄러운 일로 남았다.


  하지만 중대신문의 보도가 기계적인 중립‘만’을 ‘필사적’으로 지켜내려고만 한다는 지적에는 사실 수긍이 가지 않는다. 대립각이 세워졌을 때 기사를 내는 구성이 정해져 있고 어떤 입장도 표방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지적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다는 ‘기계적 중립’에 대해 내가 이해하고 있는 건 그들이 하는 비판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균형 보도를 원칙으로 삼는 우리는 누군가 오해하는 대로 억지로 중립이라 생각하고 기사를 쓰지 않는다. 기사를 쓰는 우리는 어떤 게 옳은지 속으로 알고 있고 나름대로 취재를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양측의 첨예한 입장을 비교적 균형적으로 지면에 담아내는 작업을 우리가 잘해냈을 때, 독자들도 기사를 보면서 무엇이 맞는 건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 기사로 집중적인 질타를 받았을 땐 매일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스스로 헷갈린 적도 많다. 하지만 우리 보도를 단순히 기사 구성만으로 보지 않는 똑똑한 독자들이라면 행간을 잘 읽어내 취재 기자들의 의도와 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투정은 그만해도 될 것 같다. 과정이 어쨌건 지난 두 달 동안 학생들의 진정성을 봤다. 덕분에 신문사 임기를 마치기 전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비교민속학전공 정태영 학생회장은 내가 봐도 든든했다. 이제 지긋했던 마감날이 없는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정신없었던 생활을 뒤로하고 여유롭게 세상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싶다. 느리게 가다보면 빨리 달릴 때 볼 수 없던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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