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용 팀원이 자신의 필수품인 연장을 소개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졸업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졸업가운과 학사모다. 졸업시즌만 되면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지지만 누군가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 그렇다면 그것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바로 교양학관 뒤편에 있는 창고 안이다. 반짝 쓰임을 다한 기자재들은 이곳에서 서울캠 총무팀 조일용 팀원(50)의 보살핌을 받으며 다음을 기다린다.


  총무팀 소속 조일용 팀원은 주로 교내의  나무로 된 기자재를 관리한다. 책상과 의자 등 파손된 기자재를 수리하는 것이 그의 주요 업무다. 관제 담당의 기술직으로 2002년 중앙대와 인연을 맺은 이후 총무팀에서 줄곧 자리를 지켜왔다. 어느덧 입사 12년차인 그는 중앙대의 맥가이버다.


  그의 실력이 처음부터 출중했던 건 아니다. 입사 초기엔 그가 고치기 힘든 기자재도 물론 있었다. 이럴 경우엔 외부 수리기사가 그 대신 기자재를 수리하곤 했다. 수리기사 옆에 앉아 수리과정을 지켜보며 남몰래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실력을 갈고 닦은 지 10여 년. 이제 웬만한 물건은 그의 손을 거치면 새것이 된다.

  그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쉴 새 없이 그를 찾는 전화벨이 울린다. “수리된 책상이 온다고? 알았어. 내가 이따가 찾으러 갈게.” 잠깐 엉덩이를 붙이나 싶었는데 다시 나가야 한다. 학내 모든 기자재를 관리하는 일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의 출근 시간은 새벽 6시 반. 학생들의 수업시간을 피해 부서진 기자재들을 고치기 위해 남들보다 일찍 출근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수업과 수업사이 10분간의 쉬는 시간은 그의 손이 가장 바빠지는 시간이다. 기자재를 수리하는 덴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아도, 적절한 시간을 택해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수리를 요청받아도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수리가 늦는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 조일용 팀원은 “늑장을 부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업시간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니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방학이 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계절 학기까지 마친 다음에는 수업이 없는 빈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부서진 기자재는 없는지 일일이 확인한다. 한 건물을 다 점검하는 데만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이외에도 축제 시즌엔 학생들의 부스사업이나 주점에 쓰이는 물품을 대여해주고 관리해주는 등 그의 임무는 셀 수가 없다. 그는 사무실에서 앉아 있는 시간보다 학교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쓴다. 그래도 고쳐진 책상과 의자로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지장이 없게 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만약 부서진 책상이 내일 아침 멀쩡하게 고쳐져 있다면, 바로 그의 손길이 지나갔다는 증거라고 보면 되겠다. 졸업식처럼 한철 반짝 필요한 기자재나, 고장난 물품을 고쳐내기 위해 그는 오늘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학교를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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