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해 온 노래를 부르고 있는 ‘히든트랙’ 멤버들. 사진제공 Hidden track

얼마 전 진행된 자연과학대 축제. 뉴에라 모자와 박스티로 한껏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이 무대에 올라 멋진 랩을 선보인다. 바로 생명과학과 소모임 ‘히든트랙’이다. 평소 지겹게 입던 실험복은 잠시 벗어두고 숨겨둔 끼를 발산하며 무대를 활보한다. 무대 위에서만큼은 거칠 것 없어 보인다. 하지만 흑인음악으로 유명한 중앙동아리 ‘Da C-side’와 비교했을 때 누가 더 실력이 뛰어나냐는 질문엔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실력이 좀 부족하면 어떠랴. 인정할 것은 쿨하게 인정하며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은 음악을 진정 즐길 줄 아는 것이 분명했다.


  노래도 부르고 싶고, 과 생활도 하고 싶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사람이 모인 곳이 바로 히든트랙이다. 2001년도에 생명과학과 98학번과 당시 새내기였던 01학번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는 이 소모임은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수림과학관의 ‘소울’을 담당하고 있다.


  음악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중앙동아리를 찾아도 되지만, 히든트랙 멤버들은 굳이 중앙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음악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체계적인 연습과, 전문적으로 음악 세계로 뛰어드는 사람은 중앙동아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같은 과 선후배와 함께 연습하고 음악을 즐기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커다란 행복이고 즐거움이다.


  히든트랙은 정기공연은 물론, 자연과학대 축제 무대에 올라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공연을 위해선 연습은 필수다. 일주일에 1번씩 모여 연습을 진행한다. 각자에겐 매주 과제도 부여된다. 과제는 주로 랩 가사를 써오거나 조를 구성해 곡을 만들고 연습해오는 것. 정기 연습이 일주일에 1번이라고 해도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선 조원들끼리 수시로 만나 입을 맞춰야 한다. 나름 빡빡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다들 불만은 없다. 음악이 좋아서 모인 만큼 힘든 것보다는 실수 없이 완벽한 무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연습할 때만큼은 그 어느 프로보다 더 프로답다.


  물론 열심히 연습을 해도 무대 위에선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공연을 앞둔 이들에게 이따금씩 애로사항이 생기기도 한다. 바로 술자리다. 아무래도 과내의 소모임이다 보니 팀 멤버들이 공연을 앞두고 새내기 배움터 같은 행사에서 학과 사람들과 삼삼오오 어울려 술을 먹는 일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한 멤버가 음주 후 공연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술을 마시고 그 다음날 일어나면 목상태가 안 좋아져요. 목 관리를 한다고 하는데도 공연 때는 힘들어지죠.”


  또한 가사를 까먹는다거나 첫 음을 높게 잡는 등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김창용 학생(생명과학과 4)은 “히든 스토리라는 소모임 주제가가 있어요. 선배들이 함께 하자고 해서 무대에 올랐는데 처음이다 보니 실수로 가사 두 줄을 통째로 날려버렸어요. 두 줄이면 엄청 긴거거든요”라며 그때 당시의 아찔했던 실수담을 떠올렸다.


  이처럼 무대 위에서 종종 실수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히든트랙에서 실수를 탓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보다 속상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간혹 실력이 생각만큼 늘지 않는 친구도 있지만 노력 앞에 장사 없는 법. 각고의 노력 끝에 누구하나 낙오자 없이 무대에 모두 서고 있다. 심교은 학생(생명과학과 4)은 “멤버들끼리 서로 부족한 부분과 고쳐나가야 할 부분을 신경 써주다 보니까 실력이 느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어느덧 히든트랙이 생긴지 10여년이 지났다. 10주년이 되던 재작년엔 조금 특별한 공연을 선보였다고 한다. 주로 학교 앞에서 공연을 열었던 지난날과는 달리 홍대의 한 클럽을 빌려서 진행했던 것이다. 그날 공연엔 과 사람들은 물론 수많은 외부 관객들의 발걸음으로 공연장이 북적였다.


  과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은 공연을 끝마친 뒤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앞으로 20주년 30주년 그리고 100주년이 더 넘도록 멋진 공연을 선보일 히든트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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