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영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제작사를 직접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 일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 중 적절한 사람들을 모아 계획했던 것들을 수나롭게 진행하는 것이다.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에서 끝나는 일이 바로 우리 쪽 일이다. 그런데 온통 사람으로 인해 하루걸러 문제가 터지니 맛문하고 고달플 때가 많은 것도 우리네 일이다.


  하루는 이런 공상을 한 적이 있다. 어릴 적부터 반듯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공부도 잘하고 한번도 병원 간 적이 없을 정도로 아프지 않고 완전한 인간. 그래서 100세 정도에 노환으로 행복하게 눈을 감는 완전한 인간이란 없는 것일까. 게다가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친구나 직장동료로 있다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까?
그러한 사람을 니체는 어려운 말로 초인이라 했던가. 나는 인간관계에서 완전한 인간, 초인을 찾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최근 내린 결론은 완전한 인간, 초인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그 말은 우리는 누구나 모두 커다란 결점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완전한 인간처럼 보이는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도, 혹은 빌 게이츠 같은 거부도, 테레사 수녀나 슈바이처 박사 같은 성자도 결점이 있을 것이다. 그 결점의 종류는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성격이 조금 못나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결점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이는 남들보다 외모가 떨어지는 것이 결점일 수 있다. 어떤 이는 몸이 자주 아파 힘쓰는 일을 잘 못하는 게 결점일 수 있다. 혹은 머리가 조금 나쁜 것도 결점이 될 수 있다. 재물이 없어 궁한 터수도 대표적인 결점일 수 있겠다.


  이러한 결점들은 사람의 한뉘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가끔 속 모르는 이들이 나를 사장님이라고 치살리는 경우가 있는데 켯속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나도 사실은 남에게 내보이기 부끄러운 결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점들은 저 멀리 우주 밖으로 없애버리고 싶지만 지금까지도 지긋지긋하게 나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하고 천신만고 끝에 그 결점을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결점들이 스물스물 극복한 결점이 나간 틈을 비집고 찾아와 다시 한뉘를 붙어 다닐 것이다.

  그러면 결점투성이인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야 할까? 일단 그 결점들이 우리를 평생 따라다니는 이상 인간이란 것은 신처럼 완전체가 아닌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은근히 동정하는 마음을 알심이라 했던가. 그 다음으로는 알심을 갖고 사람을 대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가 모두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알심으로 사람을 마주하면 서로 평등하다는 조건에서 만나는 것이니 우리네 인간관계가 한결 편해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쓴 저술의 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우리는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한낱 저 먼지의 티끌 같은 점에서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는 보잘 것 없는 존재입니다.

최양현 파란오이필름 대표 (국어국문학과 03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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