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 우마루내 기자
  • 승인 2013.06.02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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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 창립 25주년이다. 창립 기념식이 있던 지난달 31일 유춘섭 노동조합 위원장(48)을 찾았다. 상대적으로 덜 분주한 시간을 찾아 일찌감치 문을 두드린 기자를 맞은 그는 아침부터 업무에 한창이었다. 정규 근무 시작 시간인 아침 9시보다 두 시간이나 빠른 7시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인터뷰에 앞서 블랙커피를 내리던 그가 문득 기자를 향해 물었다. “우기자는 노동조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요?”

▲ 노동조합 사무실 액자 앞에 서 있는 유춘섭 위원장.

  학생문화관 3층에 위치한 노동조합은 지난해 8월 11대 위원장을 맞이했다. 1987년 대학 최초 노동조합 조직 이후 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점심 릴레이 미팅, 임금 협상, 단체 협상, 힐링 캠프 등의 정기적인 일은 물론 지난해 조교 사태 등의 특정한 사안이 터질 때마다 이해관계 대상자 사이를 오가며 조정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것을 아는 학생은 많지 않다. 노동조합의 존재 유무에 대해서만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인다. 수없이 발걸음을 하지만 정작 돌아보지 못했던 유춘섭 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봤다.

  -우선 노동조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간단히 말하자면 행정 주체인 교직원의 권익 증진을 위해 힘쓰는 단체다. 교수, 학생, 교직원 3주체 간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것도 물론이다. 우리학교 노동조합은 한국노총 산하 한국사립대학노동조합연맹에 소속돼 있는데, 총 305명의 조합원이 활동 중이다.”

  -조합원은 구체적으로 누군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에 의거해서 따로 기준이 있다. 총장·부총장의 비서 및 운전기사, 인사팀장 및 팀원, 전략기획팀장, 예산기획팀장, 경영심사팀장, 총무팀장, 재무회계팀장, 방호장을 제외한 구성원이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1년마다 임금 협상, 2년마다 단체 협상을 한다. 매년 정기총회를 열고 한 해에 네 번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조건에 관련한 회의도 진행한다. 또한 일주일에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네 번 점심 릴레이 미팅도 진행한다. 나이나 직종, 직급이 유사한 직원이 모여서 도시락이나 샌드위치를 먹으며 대화의 장을 갖는 것이다. 이때 나온 사안들은 후에 정교화 작업을 거쳐 대학본부에 건의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각 사안이 터질 때마다 조합원의 대변을 위한 활동을 유동적으로 한다.”

  -실제 조합 내에서 일을 하는 실무자는 몇이나 되나.
  “조합원 숫자에 따라 실무자의 수가 결정된다. 정식 명칭은 전임자인데, 우리학교 같은 300명 이상의 노동조합에는 2.5명의 인원이 할당돼 있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 활동 중이다.”

  -일에 비해 인원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법적으로 가능한 2.5명을 모두 확보하는 게 중요하긴 하다. 그러나 전문성을 갖춘 인원을 끌어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본부로부터 지원은 충분히 받나.
  “요즘 임금단체협상이 진행 중인데, 총장님께서 최초로 전체직원회의를 개최하셨다. 그리고 본부장을 통해 대학의 주요 사업, 미래 계획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그간 전체교수회의는 학기별로 열리는 데에 비해 전체직원회의는 열리지 않아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들었는데 그것이 보완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을 바탕으로 나아가야 할 점이 많기에 아직 충분하다고는 못하겠다.”

  1992년도 2월, 도서관학과를 졸업한 그는 사서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같은 해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대학 도서관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한없이 기뻤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도서관 전산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대학원에 진학해 컴퓨터를 배우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갖은 부서를 거친 끝에 지금은 처리하기에 벅찰 만큼 수많은 업무를 안고 있는 노동조합 위원장이 된 그.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어렸을 때 꿈이 뭐였나.
  “부끄럽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꿈이 없었다. 가고 싶은 학과도 딱히 없었다. 그러다보니 고3때 공부를 안 했고 성적도 낮았다. 그러던 와중에 친척 중 하나가 도서관학과를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얼떨결에 같은 학과로 원서를 넣어 진학했다.”

  -대학에 와서야 꿈이 생긴 건가.
  “그렇다. 그런데 그것이 학문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단체에 대한 소속감에서 나왔다고 하는 게 맞다. 나는 소속된 곳에 대한 애착이 높은 편이다. 사서에 대한 관심도 거기서 나온 거다.”

  -졸업하자마자 사서 일을 시작했다.

 “도서관학과를 졸업하고 대학 도서관이나 언론사 자료실, 혹은 국회나 도서관 등의 사서를 고민했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대학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할 기회를 얻게 됐는데, 그 일을 하면서 내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대학 도서관의 정식 사서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거다.”

  -대학원에서는 컴퓨터 전공을 했다고 들었다.
  “사서로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도서관 전산화 바람이 불었다. 초창기라 그런지 선·후배 할 것 없이 익숙하지 않은 컴퓨터를 붙들고 쩔쩔 매기만 했다. 신입이었던 나는 곧바로 컴퓨터를 배우러 갔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할 일이니까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됐던 거다.”

  -그러나 그 일을 계기로 사서 일을 그만두게 되지 않았나.
  “사서 일을 한 지 10년이 지난 2002년, 학교에서 사이버 대학을 만든다며 움직임을 보였다. 그때 나는 컴퓨터 석사 학력이 있어 교수학습지원센터 팀장으로 발령나게 됐다. 도서관을 나오게 된 거다. 그 후로 기획처로 옮겨갔다가 신캠퍼스팀장, 입학팀장까지 거쳤고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됐다.”

  -노동조합 위원장에 임명되기까지의 절차가 궁금하다.
  “노동조합 위원장 임명은 직급 제한 없이 선거로 이루어진다. 내 경우에는 입학팀장을 하던 중, 노사간 단체협약을 맺을 때 출마를 결심했다. 그때 협약 조항 중 초과근로를 보장하지 않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불법이기 때문에 바로잡고 싶었다. 나는 단일후보로 91.5%의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요즘 대학은 구조조정 논란으로 시끄럽다. 그는 조합원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던 작년 조교사태 때는 중앙인에 글을 게시하는 등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요즘에는 말을 아끼고 있는 편이다. 노동조합의 움직임에 피해가 갈 수 있어서이기도 하고, 평의원회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는 평의원회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한다. 만약 평의원회에 소속 된다면, 비판의 목소리보다는 대안의 말을 더 많이 내놓을 계획이다. 교수와 학생, 교직원 3주체 간의 진정한 화합을 위해서다.

  -대체로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나.
  “월요일, 목요일은 인문고전쪽 공부를 위한 수업을 듣는다. 그 외의 시간은 모두 업무에 쏟는다. 정규 근무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지만, 바쁘면 새벽에 나오기도 하고 밤늦게 퇴근하기도 한다.”

  -노동조합에서 가장 잘 운영되고 있는 일이 있다면.
  “노동조합 사이트 내 자유게시판 운영이다. 그곳은 100% 익명으로 운영된다. 사전에 무작위로 코드를 뽑아서 가입하기 때문에 신원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굉장히 활발하게 의견이 개진되곤 한다. 임금단체협상 결과나 잡다한 회의 내용, 학내 이슈에 대한 토론도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은 총 305명인데 한 게시물의 조회수는 600을 훌쩍 넘는 등의 일이 생기기도 한다.”

  -서울과 안성, 양캠퍼스간 교류도 되고 있는 편인가.
  “서울과 안성을 통틀어 노동조합은 하나다. 그래서 점심 릴레이 미팅 같은 일은 서울과 안성 돌아가면서 하는 등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한다.”

  -노동조합에 보완돼야 할 점이 있다면.
  “노동조합에 대한 보완이라기보다는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인식과 관점에 대한 보완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거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만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가 아니라 조직 발전 속에서 근로조건 향상을 꾀하는 단체로 이해돼야 한다.”

  -지금 노동조합은 잘 운영되고 있는 편이라고 보나.
  “그건 조합원이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단지 조합원을 향해 귀와 마음을 열고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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