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권종 교수(철학과)가 동양철학과 치유의 관계에 대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김순영 기자

지난 24일 대학원 5층 회의실에서 2013년도 동양철학연구회 춘계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동양철학연구회와 외국학연구소 HK사업단이 공동주최했다. 유권종 교수(철학과)의 기조강연에 이어 ‘동양철학에서 찾은 힐링-콘텐츠’라는 기획 주제 아래 4가지 소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노인숙 동양철학연구회 회장(중국어문학전공 교수)은 인사말에서 “이번 학술대회가 동양철학 전통의 힐링이 현대 사회에 의미를 주고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부에서는 ‘힐링 동양철학 시론’을 주제로 정규훈 총신대 교수가 진행했다. 정규훈 교수는 발표를 시작하며 가벼운 우울증 치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심리 장애의 여러 유형 중에서 정신·정서 장애에 초점을 맞춰 철학상담이라는 새로운 치유의 방법을 제시했다.


오래전부터 한국은 정서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평가해왔다. 서구 또한 20세기 말까진 이성과 인지를 중요시한 반면 정서는 불필요하다고 간주했다. 그러나 인지를 극단적으로 강조한 결과 반대적 성향인 정서에 대한 관심이 태동했고 이는 정서심리학을 낳았다. 서구의 정서심리학은 수용, 혐오, 기쁨, 분노, 슬픔, 공포, 놀람, 기대의 8가지로 정서의 속성을 나누었다. 이 중 6가지가 동양의 유교에서 말하는 7정과 일치하는데 이는 동서양의 철학이 공통적으로 정서를 구분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정신건강과 그 치료에 관해서 동양의 집단주의 사회와 서구의 개인주의 사회는 차이를 보인다. 서구는 개인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정적 자기상’을 지니게 하는 것이 심리치료의 궁극적 목표라고 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양에서는 개인보다는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단점을 수용하고 상황에 적응하는 자기상’을 심리치료의 목표로 여긴다.


3부에서는 진성수 교수(전북대)가 ‘동양철학의 생명윤리와 힐링콘텐츠’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만 현대인들이 마음의 안정을 둘 곳을 찾지 못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인의 고립과 갈등, 외로움 등을 극복하기 위해 ‘힐링’이 등장했고 ‘힐링열풍’으로 확산된 것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신체보단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사상을 중심으로 ‘힐링콘텐츠로서 동양철학의 가능성’을 설명했다.


동양철학의 한 갈래인 유가는 삶을 기쁜 것으로, 죽음을 슬픈 것으로 여겼다. 반면 도가는 삶을 고통스럽지만 죽음은 즐거운 것으로 생각했다. 유가와 도가가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태초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 것은 공통적이다. 진성수 교수는 “동양철학은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이로써 유한한 삶의 실현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동양철학이 현대인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진성수 교수는 현대인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로 세 가지를 꼽는다. 속도 경쟁, 스트레스, 개인주의의 심화다. 먼저 속도 경쟁에 있어서 그는 “디지털 문명사회에서 발생하는 현대병의 원인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불균형에서 오는 것”이라며 “치우치지 않고,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군자의 중용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의 상황을 꼬집으며 ‘빨리하려고 하면 성취할 수 없다’는 논어의 한 구절을 인용해 기존 가치에 대한 호의와 비판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이성’을 중시하는 기존의 가치관에서 야기된 각종 스트레스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선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힐링 시스템이 구축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여기에는 유학의 생명이해 논리와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


한편 2부에서는 심규하 교수(가천대)가 ‘생태계의 순환구조에 담긴 인간다움의 의미’를, 4부에선 ‘치유학으로서의 양명학’을 주제로 이우진 교수(충남대)가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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