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학과를 떠올리면 기자는 순간 평화롭고 화사한 그림을 떠올리게 된다. 따뜻한 햇살과 봄바람의 향기. 추운 겨울 동안 책꽂이에 방치된 시집을 오랜만에 꺼내보는 설렘. 진부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문장가에게는 이도 낭만이다. 하지만 이런 안락한 분위기와는 다른 에너지를 발산하는 국문과 사람들이 있다. 글이면 글, 연기면 연기, 촬영이면 촬영까지 팔색조의 매력과 실력을 갖춘 바로 국어국문학과 소모임 ‘시노피 시나리’다.

▲ '시노피 시나리' 멤버들이 모의 촬영을 하고 있다.

  시노피 시나리는 지난 2003년 국문과 96학번 선배들 주도로 처음 창설됐다.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하고,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다루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훌륭한 시나리오 없인 훌륭한 영화도 존재할 수 없다는 발상에서 동기부여를 느꼈던 것일까. 과거의 시노피 시나리는 시나리오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소모임을 키워 나갔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영화의 트렌드는 바뀌었고 새로운 촬영 기술이 등장했다. 자연스레 시노피 시나리의 활동영역도 확장되기 시작했다. 오로지 시나리오 집필에만 비중을 뒀던 초창기 소모임은 단편영화제작까지 발을 넓혀갔다. 시노피 시나리 김가혜 소모임장(국어국문학과 2)은 “시나리오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폐쇄적인 성향을 보였었죠. 그러다 점차 단편영화제작과 관련된 분야까지 다루다보니 재미도 커지도 학과 사람들의 관심도 커져갔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냥 쉽게 이뤄지는 일은 없는 법.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짜임새 있는 시놉시스와 시나리오는 물론, 적합한 장비와 소품, 촬영 장소까지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제작의 핵심이라고도 불리는 캐스팅 또한 고역이다. 역할에 딱 들어맞는 배우를 찾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에서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적합한 연기파 배우를 찾지 못할 경우엔 소모임 구성원들이 직접 연기에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멤버들이 마지못해 연기를 했던 일이 오히려 큰 화제가 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멤버들의 숨겨진 연기실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소모임장은 “지난번에 모의촬영을 하는데 멤버들이 정말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끼가 넘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니까요”라고 답한다.


  시노피 시나리 멤버들은 여름방학이 되면 본격적인 단편영화촬영을 위해 모두 한자리로 모인다. 촬영 직전까지도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소품과 도구를 준비한다고 하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모임 김병준 학생(국어국문학과 1)은 “한 학기 동안 준비한 작품 두 편을 4~5일 안에 걸쳐서 찍어요. 덥기도 하고, 쉴 틈 없는 빡빡한 촬영 스케줄 때문에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죠”라고 말한다.


  시노피 시나리는 10초 남짓한 영상을 만드는 데 촬영시간만 장장 두 시간이다. 그만큼 최고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인문대 새내기 배움터에서 선보였던 홍보영상은 본인들도 놀라울 정도로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중요한 영상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인문대 학생 전체가 우리의 영상을 볼 생각을 하니 정말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다른 학과의 작품을 능가하겠다는 포부와 감동의 눈물까지 흘렸다는 추억을 나누며 멤버들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를 찍기 전엔 세세한 사항까지 꼼꼼히 계획하지만 모든 것이 다 현실화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나마 더 나은 작품을 위해,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모든 요소들을 욕심내는 것이 모든 영화인들의 마음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 앞에선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카메라 대여비용 같은 큰 예산은 학과 사무실에서 부담해주고 있지만 그마저도 부족한 경우엔 사비를 걷어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다. 이처럼 힘든 날 도 많겠지만 시노피 시나리 소모임은 늘 끼와 에너지가 넘친다. 그들은 시노피 시나리에 죽고 영화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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