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원주 강동희 감독의 승부 조작설이 한참 화제가 됐을 때 농구 전문 잡지 <점프볼> 편집장 칼럼란엔 이같이 쓰였다. ‘믿지 않으려 했다.’ ‘지금도 믿지 않는다.’ 당시엔 승부조작이 기정사실화돼 갔는데 우리나라 프로농구계를 대표하는 스타가 승부조작을 했을 리 없다며 믿지 않겠다고 쓴 것이다. 이 말이 매서운 비판보다 농구를 사랑하는 팬과 농구 선수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에게더 깊이 각인됐을 거다. <점프볼>에선 프로농구 승부조작설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지 않고 농구계가 스스로 자성할 수 있을 거라 보았다.


  중앙인 커뮤니티에 예술대 치어리더 훈련에 선배가 욕설을 써가며 후배에게 지나칠 정도의 훈련을 강요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며 파장을 야기했다. 일단 확실한 증거였다. 그래도 믿지 않으려 했다. 기자도 1학년 때 치어리더 활동을 해서 치어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예술대 학생들이 그런 치어리더를 한다고 해서 치어리더가 ‘강압적인, 위계적인’ 수식어가 붙는 게 편견처럼 보였다. 그래서 객관적인 시선을 잃었던 것 같고 녹취록을 믿지 않으려 했나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기사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녹취록대로 훈련과정에 문제가 가득하다면, 누군가에겐 치어리더가 괴로운 기억일 뿐일 수밖에 없다. 사건의 전말을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 학생회장과 공연을 펼친 1, 2학년 학생에게 훈련 과정에 대해 질문했다. 질문을 하면서도 치어리더에 관한 문제점이 한편으로는 거짓이길 바랐다. 


  알고보니 몇 년전까지만 해도 훈련이 새벽 늦게까지 강압적으로 진행됐던 게 사실이지만 이런 관례가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여전히 좋지 않은 관례가 남아 있어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 기자의 민감한 질문을 접한 학생들은 익명이 보장되지 않으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익명이 보장됐을 때야 학생들은 훈련과정의 힘든 점을 토로했다. 그런데 넋두리를 듣다가도 기자는 의외의 답변을 들었다. 학생들은 자부심과 뿌듯함을 내비쳤다.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물론 취재원 전원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치어리더 활동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믿지 않는다. 못 믿겠다’는 마음이 약간은 위안을 받는 듯 했다.


  기자에게 정말 안타까운 점은 학생들이 이룬 성과나 자랑스러움을 보도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취재는 학생회가 마련한 제도의 보완이 전공별로 반영됐는지, 녹취록의 전공은 어딘지 찾는 것이었다. 물론 단 몇 문장에 학생들이 자랑스러워 한다는 점을 썼지만 일부에 일부에 그쳤고 익명으로 처리해야만 했다.
다음 치어 공연은 올해 훈련을 받았던 1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돼 훈련도 시키고 공연의 주인공이 된다. 그때는 악습이 완전히 해결돼 멋진 공연만큼이나 훈련 과정도 대학 구성원 누구에게나 멋지게 보이길 바란다. 그때는 ‘강압적 훈련 여부’가 아니라 화려한 공연에 대한 인터뷰 기사이길 바란다. 기자의 수첩에도 떳떳한 이름과 함께 훈련 과정을 잘 극복해냈다는 에피소드가 실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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