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분석 참여자 인물소개

아르바이트로 밤낮이 바뀐 전역 5개월차 복학생 박정배씨(가명)

▲ 박정배씨(가명)의 생활 패턴.
둥글둥글한 외모처럼 마음씨도 둥글둥글하다. 화를 내는 법도, 성급히 재촉하는 법도 없다. 치열한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학생에게 찾아보기 힘든 느림의 미학을 지닌 탓에 그에 곁엔 늘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동료들이 머문다. 학업과 아르바이트,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바쁜 와중에도 ‘PC방에서 LOL 한 판 하는 여유’를 잊지 않는다. 학업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선배, 후배, 동기가 “술 한잔하자!”라며 스스럼없이 부를 수 있는 존재. 그가 바로 박정배씨다. 
모두와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온순한 성격과 넉넉함을 지녔기에 때로는 ‘까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두, 홀아비, 한라봉 등 그의 별명은 수십 가지가 전해진다. 2010년, 후배들은 그의 별명을 주제로 한 노래까지 창작했고 그 노래는 2013년 현재까지도 불린다.


매 끼니를 외식에 의존하는 4개월차 자취생 안재희씨(가명)

▲ 안재희씨(가명)의 생활 패턴.
그녀는 07학번부터 13학번까지 이름만 들어도 안다는 자타공인 ‘인사이더’다. 학생회에 토론 학회에 소모임까지 참여하다 보면 일주일이 훌쩍 지나간다. 새내기 시절, 그녀를 인사이더로 만든 건 다름 아닌 주사! 술 먹고 두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어버리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녀는 요새 금주 중이다. 얼마 전 막걸리를 마시고 기억이 끊긴 탓이다. 기억만 끊겼으면 다행인데, 여기저기 구르는 바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금주를 결심했다. 지난 주 학과 축구 소모임이 총장기배에서 3위에 올랐을 때도 술 한 잔 입에 대지 않았다. 선배들과의 술자리, 소모임 뒷풀이를 마주할 때마다 그녀는 다짐한다. 오늘도 금주!


 

  ‘밥은 먹고 다니냐’ 마지막 기획으로 심층기획부는 중앙대병원과 함께 중앙대생 두 명의 식생활을 분석해봤다. 이번 기획에 참여한 두 학생은 지난 14일 식이기록에 대한 사전 교육을 받고 식이기록을 작성했다. 작성된 식이기록을 토대로 중앙대병원 김정하 교수(가정의학과)의 도움을 받아 두 학생의 영양 상태를 진단했다. 식이기록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3일간의 식생활 집중탐구
  그녀의 일상=
목요일 아침, 간만에 푹 잤다. 화요일, 수요일엔 9시 수업이라 늦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사실은 남자친구 때문이다. 아침마다 수업에 빠지고 싶은 욕망에 흔들리지만, 시간표를 똑같이 짠 남자친구는 두 시간 걸려 꼬박꼬박 1교시에 오고 있다. 나보다 더 잠이 많은 룸메이트는 아직도 꿈나라인가보다. 남자친구와 밖에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남자친구와는 CC라 흑석동에 안 가본 음식점이 없다. 하도 외식을 하다 보니 이제 마땅히 끌리는 음식도 없어서, 학식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적도 여러 번이다. 얼마나 자주 먹었냐 하면, 학식 라면에 ‘학라’라는 애칭(?)을 붙일 정도다. 오늘은 뭘 먹을까 고심하다 메뉴는 피자로 정했다. 이 가게 피자는 맛있기로 입소문이 났지만 사이즈가 작은 게 흠이다. 메뉴판대로 두 명이 레귤러 사이즈를 시키면 ‘먹다 만 것 같다’는, 동기들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패기 있게 라지 사이즈 한 판을 시켜 사이좋게 네 조각씩 나눠 먹었다. 아, 배가 터질 것 같다. 깨끗하게 비운 피자를 바라보니 자괴감이 든다. 다이어트 한다며! 괜찮아, 아직 점심이니까…. 오늘도 간신히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석가탄신일, 할 일이 없어서인지 입맛도 없다. 하루 동안 먹은 거라곤 저녁 다섯 시쯤 끓인 라면이 전부다. 안 그래도 엄마를 닮아 얼굴이 동그란데, 이렇게 굴러다니다간 몸까지 동그래질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늘은 방세를 부치는 날이다. 은행에 가 방세를 부치고 돌아오는데, 동기들을 만났다. 이런 날, 이런 시간에 어슬렁거리는 자태를 보아하니 나와 같은 ‘잉여들’인가보다. 동기들과 하릴없이 한강을 걸었다. 세 시간 남짓 걸었더니 목이 마르다. 돌아오는 길에 딸기우유를 한 팩 샀다. 뭔가 오늘은, 만사가 귀찮다. 딸기우유를 야식 삼아 마시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간만에 다이어트를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토요일, 평소 같았으면 축구 소모임에 가는 날이지만 이번 주는 모임이 없다. 어제 밥을 적게 먹어서인지 아침부터 배가 고프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닭갈비를 먹었다. 아, 그런데 의지 부족인지 숟가락질이 멈추질 않는다. 닭갈비에 밥 한 공기를 수북이 담아 야무지게 볶아먹고, 거기다 라면사리까지 추가했다. 완전히 ‘폭식’해버렸다. 슬금슬금 고개를 든 자괴감이 조금씩 나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다이어트 한다며! 괜찮아, 어제 적게 먹었으니까…. 오늘은 대신 저녁엔 굶어야겠다.


  그의 일상= 빈속에 파워에이드를 들이켰다. 요사이 말 그대로 ‘알바천국’인 생활을 하는 탓에 밤낮이 완전히 뒤틀렸다.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주일에 네 번 뛰는 아르바이트는 오후 8시부터 새벽 3시까지다. 졸음이 밀려와도 두 눈을 찔러가며 꾸역꾸역 버틴다. 가장 운이 안 좋을 땐 알바 시간이 끝날 무렵 손님들이 들이닥치는 날이다. 이럴 땐 손님 한 분을 위해 동이 틀 때까지 발이 묶여 있어야 한다. 어제도 알바를 마치고 새벽녘에 잠든 탓에 오후 수업을 앞두고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수업 가기 전 마신 파워에이드가, 아침 겸 점심이 됐다.

  내일은 알바를 가지 않는 금요일에, 더군다나 공휴일이지만 과 사람들과 단기 알바를 뛰기로 했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리는 어린이 걷기 대회에서 스텝 일을 하는 알바다. 문제는 아침 7시까지 일산으로 가야 한다는 거다. 오늘따라 손님이 없어 새벽 2시에 알바가 끝났다. 7시까지 가려면 넉넉히 두 시간은 잡아야 하니까…아무래도 잠들기는 무리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돌려 피씨방을 찾았다. 아예 잠을 자지 않을 심산으로 카페모카 하나를 사 마신다. 까무룩 잠이 들지 않도록, 게임하는 손을 더 바삐 움직인다.

  대회 스텝과 같은 알바의 좋은 점은, 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프랜차이즈의 도시락이 점심으로 나왔다. 알바를 마치고 나니 벌써 날씨가 어둑하다. 간만의 황금연휴도 알바로 다 보내버렸다. 어젯밤도 하얗게 새버렸고, 온종일 알바를 하느라 몸이 녹초가 됐다. 그런데 과 사람들이 간만의 휴식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어김없이 술자리에 불려갔다. 저녁으로 자장면을 먹었더니 배도 제법 부르고 해서, 안주 대신 술만 들이켰다. 1차에선 소맥, 2차에선 맥주, 3차로 또 맥주…. 알바하는 날도 아닌데, 집에 돌아오니 새벽 세 시였다.

  토요일은 간만에 한가로웠다. 일어나보니 오후 2시. 짬뽕으로 늦은 점심을 대신한다. 후배와 당구도 좀 치고, 집에 돌아와선 책도 좀 읽었다. 눈코 뜰 새 없는 평일 후에 찾아온 달콤한 여유! 부모님이 보내주신 반찬을 올려놓으니, 자취생답지 않게 ‘사치스러운’ 식단이 됐다. 여느 식당의 백반 부럽지 않은 저녁을 먹고 또 술자리에 불려갔다. 밤이 점점 깊어지는데, 코앞에 자기 집도 있는 사람들이 갈 생각을 않는다. 아, 오늘도…. 결국 맥주 한 캔씩 사들고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이러다 또 술에 취해 잠들겠지. 이렇게 별다를 바 없는 하루가 저물어간다.

 

  3일간의 식단 정밀진단
  불균형한 식단, 심각한 단백질 부족으로 나타나= “전 되게 건강할 것 같은데요. 기사 쓸 거리가 없으면 어떡하죠?” 식단 분석에 참여한 안재희씨(가명)가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더욱이 자신은 오히려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식이분석 결과는 정반대였다.

  김정하 교수는 안씨의 식단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0대 성인 여성의 하루 섭취 권장량이 2,100kcal인데 반해 안씨는 하루 평균 1,000kcal 남짓 섭취하고 있던 것이다. 더욱이 우유와 요구르트를 제외하면 17일에 섭취한 음식은 라면 하나가 전부였다. 김 교수는 “식단이 굉장히 불균형하다”며 “초저열량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먹는 양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불균형한 식단은 영양 상태에 그대로 드러났다. 혈액검사 결과 안씨의 단백질 수치는 현저히 낮았다. 김 교수는 “혈액검사에서 영양 부족이 나타난다는 건 굉장히 심각하다는 증거다”며 “지금보다 많이, 더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타민은 결핍, 나트륨은 초과= 안씨의 비타민 결핍은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비타민 중에서도 특히 비타민D와 비타민B의 결핍이 두드러졌다. 하루 기준 비타민D의 충분섭취량은 5㎍지만 안씨의 3일 평균 비타민D 섭취는 고작 0.9㎍에 머물렀다. 김 교수는 “비타민D는 지용성 비타민이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에 들어있다”며 “다이어트를 하는 학생들이 기름진 음식을 피하게 되면 비타민D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단 분석에 참여한 또 다른 학생 박정배씨(가명) 역시 비타민D 부족을 판정받았다. 안씨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박씨의 비타민D 섭취 역시 4.3㎍으로 충분섭취량을 충족하지 못했다.

  안씨와 박씨는 모두 비타민제 처방을 권유받았다. 김 교수는 “비타민D는 자외선 차단제 없이 햇빛을 보던지 비타민이 함유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따로 비타민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과 미네랄 등은 결핍으로 나타난 반면 나트륨은 초과 섭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이분석 결과 안씨는 하루 평균 1,938㎎을, 박씨는 하루 평균 2,968㎎을 섭취했다. 이는 하루 기준 나트륨 충분섭취량 1,500㎎을 훨씬 초과한 수치다. 김 교수는 “외식이 잦아 나트륨 수치가 높은 것 같다”며 “간이 밍밍해 맛이 없다고 느껴지더라도 ‘건강에 좋다’는 생각으로 싱겁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단보다 비만인 이유는 운동 부족= 체형을 고려한 식이분석을 위해 안씨와 박씨는 인바디 검사를 병행했다. 박씨의 경우 골격근량은 표준범위에 속했지만 근육보다 체지방량이 더 높아 비만으로 분류됐다. 겉보기에 날씬한 체형인 안씨 역시 표준 체지방률 22%를 넘어 비만 판정을 받았다. 김 교수는 “인바디 결과가 의외였다”며 “보기에 비해 체지방률이 높은 것은 운동 부족이 그 원인이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안씨와 박씨는 주기적으로 운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아무리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더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4,50대에 내장지방으로 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다고 해서 운동 없이 단백질을 섭취하면 그대로 지방으로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20대부터 하루 최소 50분씩, 일주일에 세 번은 꼭 운동해야 한다. 김 교수는 “걷기는 물론이고 ‘누구누구 비디오’를 보면서 따라 하는 것도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인 여성, 일주일에 소주 두 병 이상은 ‘과음’= 여성과 남성의 적정 음주량은 서로 상이하다. 성인 남성의 경우 일주일에 네 병 이상을 마시면 과음이고, 성인 여성은 일주일에 두 병 이상을 마시면 과음에 속한다. 소주 두 병을 쪼개 일주일에 나눠 마신다면 큰 문제는 없지만 한 번 마실 때 남성은 8잔, 여성은 6잔 이상을 마시면 폭음으로 분류된다. 특히 안씨는 술을 마신 뒤 빈번한 블랙아웃(기억 끊김)을 겪고 있어, 절대 금주를 권장받았다. 김 교수는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거나 숙취로 블랙아웃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술을 끊어야 한다”며 “위 증상은 모두 ‘몸이 술을 받지 않는다’는 증거다”고 말했다.


  기획에 참여한 두 학생은 모두 남들만큼 그리고 남들처럼 먹는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식단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예상외의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막연히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식이분석을 해본 적은 없었다”며 “생각보다 대학생들의 영양 상태가 불량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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