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위에선 

포수의 글러브만 타깃한다

  이번 시즌 들어 중앙대 야구부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팀의 부진 속에서도 빛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이번 시즌 23이닝 무자책점을 기록한 중앙대 야구부 투수진의 주장, 이준영 선수(스포츠과학부 3)다.

 

  자책점이란 ‘투수가 책임져야 할 실점’이다. 다른 수비수들의 실수에 의해 실점을 했을 땐 투수는 그 점수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준영 선수는 이번 시즌 동안 인하대, 세계사이버대, 성균관대, 계명대, 경남대를 상대로 마운드에 올라 한 점의 자책점도 기록하지 않았다. 프로선수도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이준영 선수는 경남대와의 경기를 마치고 나서 야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아버지께 “정말 잘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야구를 시작하고 아버지께 처음으로 들은 칭찬이었다”며 “요즘 컨디션도 정말 좋고 말 그대로 야구가 잘 된다”고 말했다.

  사실 이준영 선수는 처음부터 중앙대 야구부의 기대주는 아니었다.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던 1, 2학년 시절엔 감독님과 코치님께 혼나는 일이 일상일 정도였다. 가끔 경기에 출전할 기회가 생길 때면 팔, 다리가 떨릴 정도로 긴장하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성장의 비결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한번 마운드에 올라가면 좀처럼 내려오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의 부진을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서다. 또한 그는 방학마다 찾아오는 성장의 기회인 동계, 하계훈련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 투수는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포지션이지만 이제 마운드 위에 올라선 이준영 선수의 눈앞엔 포수의 글러브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가 중앙대의 어엿한 선발투수가 되기까지 스승들의 역할도 중요했다. 지난해 고정식감독과 함께 부임한 김현종 투수코치는 이준영 선수가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김현종 코치는 부임하자마자 지옥의 동계훈련을 감행했다. 힘든 훈련이었지만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이준영 선수는 “코치님은 훈련할땐 엄하지만 경기결과가 좋지 않아 힘들어할 때 괜찮다며 카카오톡을 보내는 따뜻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선수 개인적으로는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중앙대 야구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중앙대 야구부 투수진은 총 12명 중 부상당한 선수를 제외하면 5명이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팀의 부진은 그에게도 큰 고민이다. 그는 야구부 투수진의 맏형이자, 주장이기 때문이다. 2013년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이 3주도 채 안남았지만 이준영 선수가 전망하는 앞으로의 경기 날씨는 ‘맑음’이다. 선수들의 사기도, 팀의 분위기도 화창하기 때문이다. 즐기는 야구를 추구하는 야구부 고정식 감독의 철학처럼 그도 “후배들이 ‘못해도 괜찮다, 최선만 다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부담없이 경기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2013년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에서는 지난 대회의 부진을 씻어내고 비상하는 이준영 선수와 중앙대 야구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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