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포스터가 붙었다. 동아리방들이 모여 있는 학생회관이 어수선해지고, 연예인 초청 공연 소식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온 캠퍼스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매년 돌아오는 행사지만, 해마다 설렘은 수그러들 줄 모른다.


  친구들이 차려놓은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선·후배들과 어울려 게임을 즐기고, 너나할 것 없이 어깨동무하고 유명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느라 이 기간 동안에는 집에 가지 않는 일이 잦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요즘 대학생’들은 노는 것만 좋아한다며 혀를 쯧쯧 차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학점도 챙기고 학과생활도 챙기고 연애도 챙기는 멀티플레이어가 된 ‘요즘 대학생’들은 정신 못 차린 한량이 아니다.


  많은 대학들이 축제를 이야기할 때 다함께 크게 어울려 화합한다는 뜻의 대동제(大同祭)라는 말을 쓰곤 한다. ‘요즘 대학생’들이 말하는 축제의 기능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흩어졌던 친구들이 한데 모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스치기만 했던 낯모를 사람들과 힘을 합쳐 한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도 하는 이 시즌에 어울리는 단어다.


  이뿐만이 아니다. 축제가 돌아옴으로써 수업과 과제, 간단한 놀이가 반복되던 일상을 넘어설 수 있게 된 학생들은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콘텐츠들을 해마다 쏟아내는 장을 이룩해낸다. 서울캠 축제 기획단은 지난해에 “뿜어라, 카우라(CAURA)!”라는 멘트를, 이번 해에 “중대발표”라는 표현을 만들어냈다. 안성캠 축제 기획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 ‘중앙인들의 축제’라는 뜻의 “카우리발(CAURIVAL)”이라는 말을 탄생시켰다. 일정한 주기로 되풀이되는 시즌 동안 이들이 내놓은 일정표들은 언뜻 보면 비슷하게 보이지만, 기획단 학생들은 매년 달라지고 있다. 저마다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창조해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본받기도, 본따기도 하지만 수동적으로 수긍하는 법은 없다. 해마다 열리는 축제들이 끊임없이 에너지가 넘쳐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축제는 일상에서 일정한 주기로 되풀이된다. 그래서 한 번 놀고 끝나는 비일상적인 특별 행위가 될 수 없고, 일상으로부터 단절 또는 해방되어 일상을 넘어서는 시즌으로 볼 수도 없다. 축제는 일상생활의 한 과정으로서 활기찬 기간을 거치고도 다시 돌아와 생활을 지속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잊을 만하면 돌아와 일상을 띄우고 가는 축제는 단기적인 짜릿함이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와 풍요로움을 준다.


  다시 축제 시즌이다. 지난해만큼 번잡스럽지는 않은 것 같다. 프로그램표도, 불릴 노래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데다가 기간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꽤 있다. 어쩌면 생각보다 흥이 덜 할지도 모른다. 실망과 안타까움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그러나 그럼에도 축제는 즐겨야 하지 않을까. 매년 돌아오는 축제를 견고하게 쌓아서 일상으로 만들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면 좀 더 어엿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여유와 담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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