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제각기 개성과 체질이 다른 것만큼 개인이 가진 술에 대한 친밀도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은 개개인의 다양성 만큼이나 당연한 것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나 수단이 결코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술을 대함에 있어 마치 주량이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인양 과음과 폭음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각종 모임에서 회오리주니 폭탄주니 하며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술문화가 여전히 유행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예일 것이다. 요즘은 이러한 문화가 직장이나 사회모임에서의 먼 이야기가 아니라 대학이란 공간 속에서 학생들 간의 그릇된 음주문화로 만연하고 있다.


  지난 늦은 금요일 저녁, 연구관련 업무로 인해 귀가가 늦어져 서둘러 퇴근하던 길에 중앙마루 계단에서 뜻하지 않은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계단 가득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술병과 술을 권하는 학생들의 고함소리, 그리고 만취한 채 구역질을 해대는 어린 학생들을 본 것이다. 90년대 초 루이스 가든에서의 음주문화를 직접 경험한 터라 그리 놀라운 광경은 아니었지만 시대가 변해도 장소를 불문하고 술을 권하고 마시는 대학의 그릇된 음주문화가 여전함을 직접 목격하고는 불편한 심기를 못내 감출 수가 없었다.


  음주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오래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수능을 앞둔 입시생들 사이에서 ‘백일주’가 유행처럼 번지고, 대학에서도 신고주라고 하여 신입생들에게 사발로 술을 마시게 하는 악습이 있어 이로 인해 아까운 젊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매년 신문지상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될 때마다 대학의 그릇된 음주문화에 대한 반성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많은 방법들이 제시되곤 했다. 하지만 그러한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큰 문제는 대학의 음주 문제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술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오시리스신이 맥주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스에서는 술의 신이라 일컫는 박카스신이 포도 재배법과 포도주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고 전해온다. 중국에서는 우왕(禹王)때 의적이 처음 기장으로 술을 만들어 왕에게 바쳤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술은 오래전부터 인간사의 희로애락과 역사의 흥망성쇠를 함께 해왔다. 술의 순기능은 사람의 품성을 진취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근심을 잊기 위해, 흥취를 돋우기 위해 술을 찾기도 한다. 북송의 소동파(蘇東坡)는 술을 마시면 속세를 잊고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중국의 순왕(舜王)은 장차 나라를 망칠 물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도 그릇된 음주문화의 확산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중요한 사회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가정의 파괴와 사회 부담의 가중을 가져오고 지나친 음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역시 가계와 국가 경제를 흔들게 되는 바와 같이 대학에서도 지나친 음주는 학생 자신뿐만이 아닌 대학전체 구성원에게도 그 피해가 돌아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술을 마셔야 할 장소 또한 대학 캠퍼스가 아닌 주점이어야 함도 바른 음주문화를 위한 필수 요건이 될 것이다. 술은 올바른 장소에서 정담을 나누면서 자기 주량에 맞춰 적당히 마실 수 있도록 건전한 술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대학시절의 음주습관이 성인이 되어서의 음주습관에 지속적이면서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바람직한 음주문화의 정립이야 말로 미래 사회의 인적,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보다 건전하고 올바른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첩경(捷徑)이 될 것이다.

김주헌 교수 (화학신소재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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