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장년층의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장년 일자리 대박람회’가 열렸다. 사진은 재취업을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구직자들의 모습. 사진제공 뉴스1

2016년부터 60세 정년 시대가 열리게 됐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선‘60세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이 통과됐다. 정년연장법은 2016년부터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 적용되고 2017년부터는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적용될 계획이다. 일각에선 정년연장법을 두고 청년취업난을 심화시켜 세대 간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 지적한다. 정년연장법과 이를 둘러싼 쟁점에 대해 신광영 교수(사회학과)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정년연장법이 발의된 배경이 뭔가.
A. 최근 한국에서 노인 빈곤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작년 OECD 통계엔 한국의 65세 이상의 노인 중 50.1%가 빈곤층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근로소득이 없는 기간이 빨리 시작된다는 데 있다. OECD 회원국의 퇴직연령이 60세 이상인 데 비해 한국의 퇴직연령은 상당히 짧다. 게다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퇴직 후 근로소득이 없는 상태로 지내야 하는 노후기간이 증가했다. 즉, 수명은 길어지는데 노동시장에서 빨리 나와야 하니 노후의 빈곤 문제가 악화되는 것이다.


Q. 정년연장법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안인 건가.
A.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고용돼있는 노동자들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퇴직했지만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중 정년연장이라는 방법이 우선적으로 고려됐다. 정년연장법의 통과로 퇴직연령이 다소 연장되면 노인 빈곤층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Q. 일각에선 정년연장법안의 통과로 청년 일자리가 감소하고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 우려한다.
A.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의 감소를 불러오진 않을 거라 본다. 우선 청년층의 일자리와 장년층의 일자리가 일치하지 않는다. 일자리를 분석해보면 청년층은 주로 배우는 성격이 강한 일자리를 갖고 장년층은 오랜 경험이 필요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인구구조 상 50대 인구가 20대 인구보다 많기 때문에 50대가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면 일자리의 공백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저출산의 영향으로 2017년부터 노동력 부족 현상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의 특성과 인구구조를 파악해 보면 청년층과 장년층이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진 않을 것이다.


Q. 그럼에도 공공부문의 일자리 부분에선 청년층의 일자리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예측이 있다.
A. 공공부문은 안정된 일자리이기 때문에 정년이 연장되면 새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보다 본질적인 해결방안은 한국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Q.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야 할 이유가 있나.
A. 한국의 공공부문 복지 수준은 OECD 회원국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복지 수준을 OECD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지금보다 3배 이상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현재 공공부문 일자리는 약 103만개로 전체경제활동인구의 7%수준이다. 복지 서비스 수준이 낮은 편인 미국을 기준으로 해도 현재 수준의 2배를 늘려야 한다. 매년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5만, 10만 씩 늘려 점차 복지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증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정년연장법으로 인한 세대 갈등이 아니다.


Q. 재계는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의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A. 기업의 특성에 따라 임금피크제가 필요한 기업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제조업, 생산직 부분에선 임금피크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경력에 비례해 생산력이 증가하는 직종이 아니기 때문에 장년층의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에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기업은 전체 기업의 15%정도였다. 85%의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인 부담이 가장 큰 50대 장년층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Q. 장년층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A. 대부분의 50대들은 20대 자녀를 두고 있어 학비와 결혼비용 같은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50대 가장의 임금이 삭감되면 그 가정은 경제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85%의 기업들은 사회 현실과 사회적 수요를 고려해서 연공서열제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의 일차적인 사회적 책임은 노동자들의 복지와 삶의 질을 우선적으로 지켜주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임금을 하락시킬 건지를 개별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단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Q. 연공서열제가 유지되면서 정년이 연장될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손해를 기업이 부담해야 하나.
A. 이런 경우엔 기업이 모든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이 땐 정부가 정년연장을 한 기업에 고용유지비용을 지원하거나 인센티브 제공, 세금 면제 등의 정책 수단을 활용해 경제적 지원을 해주면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년 연장이 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말은 과장된 주장이다.


Q. 일각에선 정년연장법의 시행으로 노동환경의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을 드러내기도 한다. 
A. 사실 정년연장법이 시행되면 실질적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노조나 고용보호 장치가 있는 기업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정년연장법의 혜택을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은 수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한국 기업의 90%이상을 이루고 있는 중소기업의 종사자들은 정년연장을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즉, 노동자 간 고용환경의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Q. 이 외에 다른 문제점은 없나.
A. 사실 중소기업 종사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기업 종사자들 역시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58세 정년도 못 채우고 50대 초반에 퇴직을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고용관행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정년연장법이 잘 지켜지지 않거나 오히려 노동자 간 불평등, 세대 내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Q. 이렇게 되면 정년연장법의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닌가.
A. 타당성 있는 지적이다. 법이 실효성을 지니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기존의 제도적 보장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위한 고용안정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고용 시스템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법안의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종사자들 외에 중소기업 종사자들도 법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노인 빈곤 문제는 노인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층의 미래와도 관련된 문제다.


Q. 정년연장의 파급효과는 무엇이 있나.
A.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 소득을 올리는 기간이 늘어나고 국민연금을 내는 기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전반적인 복지 수준에 있어서도 재정적 도움이 된다. 정부가 보장해야 하는 노후 복지가 2년 연장되는 것이므로 정부의 복지 지출이 감소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Q. 정년을 연장할수록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계속해서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A. 그렇다. 정년연장이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퇴직연령을 OECD 회원국의 평균 수준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년연장이 전부는 아니다. 정년연장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선 근속년수가 높아질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지식, 정부,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 정년이 되기 전에 회사에서 나오면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Q. 외국의 사례는 어떤가.
A. 복지제도가 잘 정비돼있는 유럽에선 상대적으로 재취업도 쉽다. 소득이 없는 실업상태가 되면 실업수당을 받으면서 생활을 유지하고, 학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대학에 다시 들어가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 정비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제도, 복지제도, 교육제도가 맞물려 발전해야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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