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민욱 작가가 학생들의 질문에 활짝 웃으며 답변해주고 있다.
 

합의와 불화의 대척점에 서 있는
예술과 정치의 관계


정치가는 합의 추구하지만
예술가는 불일치 속 예술 창조해

 

 지난 15일 대학원 401호에서 2013년 1학기 일반대학원 문화연구학과의 콜로키움 ‘예술과 정치 사이’가 열렸다. 총 3회중 두 번째였던 이번 콜로키움에선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주제로 설치 미술가 임민욱 씨가 강연을 맡았다. 1부에서는 그녀의 작품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이루어졌고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예술과 정치 사이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임민욱 작가의 작품은 영상물이 주를 이루는데 아름답고 정서적인 풍경을 담기보다는 사회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International Calling Frequency』에서는 ‘카페 마리 사건’으로 불리는 명동 3구역 재개발 당시의 명동 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New Town Ghost』에서는 트럭을 타고 영등포의 재개발 대상 지역을 돌면서 시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렇듯 그녀의 작품은 고요히 박물관에만 머무는 상투적인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


 임민욱 작가의 작품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열카메라를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표적 작품인 『Fire Cliff』시리즈에서는 열카메라를 이용한 영상을 계속해서 관객에게 보여준다. 물건에 잠깐만 스쳐도 스친 부분에는 열의 흔적이 남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임민욱 작가는 “(시각적) 이미지만이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열’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것이다”며 열의 흔적이 사람의 흔적, 즉 기억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기억에서 더 나아가 그녀는 기억들이 남겨진 ‘장소’를 바라본다. 임민욱 작가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장소의 개념이 강조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Fire Cliff』에서 여성운동 장소로 기억되는 담배공장의 모습을 담아 사라져가는 여성운동가의 목소리를 기록한 것이나 『International Calling Frequency』을 통해 명동 거리라는 공간에서 추방당한 사람들을 담아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녀는 특정 장소에서의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이 어떻게 장소에 기억을 남기는지를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외치고 있는 것이다.


 임민욱 작가에게 예술과 정치의 관계는 상반된 것이다. 정치는 서로 다른 견해 속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반대로 예술은 ‘불화’ 속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프랑스의 철학자 랑시에르는 ‘예술 작가들은 무식해서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랑시에르에 따르면 예술가들은 사회적으로 부여된 자리, 역할을 거부하는 굉장히 위험하고 충동적인 존재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표현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은 결국 미적 표현을 통해 해방감을 얻었는데 이를 통해 정치적 희망을 꿈꾸기도 했다. 그래서 랑시에르에게는 ‘억압’의 개념이 없다. 그에게 정치와 예술의 의미는 억압당하는 수동적 객체가 아니라 교차점을 가졌다가 다시 갈라지기도 하면서 반복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임민욱 작가는 “사람들은 현대미술이 고상한 척하면서 소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소통의 관점에서 정치와 예술이 다시 한 번 갈라진다”고 설명했다. 정치는 소통을 해야만 하나 예술은 소통의 의무를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예술에서는 작가의 주관으로 창조되는 작품들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기존 개념이나 언어와 불일치하기 때문에 소통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임민욱 작가는 “(소통보다는) 예술의 신비를 보호해야 한다”며 “여기서 ‘신비’라는 개념은 불확실하고 다치기 쉬운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다치기 쉬운 존재의 한 예로 민주주의를 들 수 있다. 민주주의는 쉽게 전체주의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정치가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합의를 추구하고, 예술가들은 불일치 속에서 예술을 창조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것이다. 임민욱 작가는  청중들에게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을 연마한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진정한 소통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예술은 눈에 보이는 것의 이면을 들춰내는 자발적인 문제제기의 장”이라고 정의하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한편 콜로키움의 마지막 강연은 오는 2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며 이광성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오늘날 현실 개입의 예술과 문화행동의 지형’을 주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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