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서 학술을 읽다

어렸을 적 한 번쯤은 읽어봤을 법한 동화 ‘오즈의 마법사’.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목처

 
럼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가 아닌 평범한 소녀 ‘도로시’다. 왜 제목은 오즈의 마법사이면서 동화 속에서의 마법사는 비중이 작을까?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이러한 의문을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영화는 원작을 따라 도로시와 친구들의 여행을 다루기보다는 도로시가 오즈에 오기 전, 평범한 마술사 오스카(오즈)가 어떻게 위대한 마법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원작인 L.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는 사이클론에 휩쓸려 오즈 나라에 떨어진 도로시가 집에 돌아가기까지 친구들과 여행하는 내용의 동화다. 등장인물 중 허수아비는 농부를, 양철 나무꾼은 산업화 속에 인간성을 잃은 노동자를, 겁쟁이 사자는 금본위제를 반대했으나 불운하게 낙선했던 대통령 후보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을 상징하는데 이는 당시 미국 사회의 대표적 인물들을 의미한다. 특이한 점은 이 동화가 단순히 모험 판타지를 보여주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은 이야기의 전개에 집중하느라 ‘오즈(Oz)’의 의미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즈에는 금본위제, 은본위제라는 경제관념이 담겨 있다. 금본위제는 금을 가치척도로 하여 화폐의 가치를 결정하는 화폐제도를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돈이 금인 것이다. 반면 은본위제는 금 대신 은을 화폐로 사용함으로써 구하기 어려운 금 대신 상대적으로 흔한 은을 사용해 통화량을 늘릴 수 있게 하는 화폐제도다. 오즈(Oz)라는 이름은 금의 단위인 온스(ounce)의 약자로 금본위제를 의미한다. 『오즈의 마법사』는 도로시와 친구들의 험난한 모험으로 비유되는 금본위제의 혼란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도로시의 은구두, 즉 은본위제라는 것을 말한다. 즉, 동화 『오즈의 마법사』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그 당시 미국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우화인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가 출간된 1900년 미국은 1873년에 선택한 금본위제의 부작용으로 진통을 앓고 있었다. 화폐를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금은 한정돼 있어 화폐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다. 금의 공급이 충분치 못하자 화폐 가치가 커져 이전에 지불하던 금액으로 더 많은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물가가 하락한 것이다. 고선 교수(경제학과)는 “187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화폐 가치가 상승하며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일어났다”며 “금융자본가나 산업자본가에게는 이익이 됐지만, 빚이 많은 농민들은 크게 손해를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돈을 빌려준 자본가 입장에서는 화폐 가치가 커지는 것이 유용했지만 채무자인 농민 계층은 갚아야 할 돈의 가치가 이전에 빌렸을 때보다 커지자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농민들의 입장으로서는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결국 산업자본가 계층에 유리하지만 농민 계층에는 피해를 안겨주는 이러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여러 사회적 움직임이 나타난다. 서·남부 농민을 중심으로 한 인민당은 금과 은을 화폐로 함께 쓰자고 주장했다. 고선 교수는 “금의 수량에 맞춰 화폐를 발행하다가 은까지 함께 쓰게 되면 화폐의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며 “돈의 공급이 늘어나면 화폐 가치가 하락해 물가 수준이 올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공화당의 승리로 금본위제가 유지되지만 대공황 이후 금본위제 폐지와 부활이 번복되는 모습은 금본위제가 완벽한 통화제도는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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