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타인과의 관계를 가능하게 하고 지속시키는 매개체다. 우리는 언어에 기반한 생활을 통해 한 사회 내에 속한 구성원들과 감정, 생각, 느낌 등을 교감할 수 있다. 따라서 언어습관을 바르게 세우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또 다른 형태의 사회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행하는 잘못된 언어 표현으로 인해 상대방의 오해를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높임법의 잘못된 사용이다. 높임을 하는 화자는 자신이 사용한 언어적 표현이 잘못됐음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것이라 오해하고,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높임법이란 ‘말할 때, 화자와 청자와 말하는 대상의 관계에 따라 높임 관계를 달리 표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상대높임법’, ‘주체높임법’, ‘객체높임법’ 등이 있는데, 화자는 이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고, 사람이 아닌 객관적 대상물을 높이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얼마 전 겪은 일이다. 한 이웃주민이 다가와 “강아지가 참 예쁘시네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평소 같았으면 나도 안부를 묻고 웃으며 지나갔을 텐데 그날따라 그 인사말이 몹시 신경 쓰였다. 나를 존대하고자 하는 그 분의 마음이야 모를 리 없지만, 인사말은 정작 함께 데리고 나온 강아지를 높이는 꼴이 돼버렸다. 그 분은 용언에다 높임선어말어미인 ‘-시-’를 넣어야만 높임말이 되는 것으로 오해하신 듯했다.


  높임선어말어미 ‘-시-’는 일반적으로 문장의 주체를 높일 때 쓴다. 따라서 사람이 아닌 것에 높임의 ‘-시-’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 분의 지나친 존대가 되레 결례를 초래한 것이다.


  또 다른 경우를 보자. 가게에서 종업원이 손님에게 “주문하신 햄버거 나오셨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때 종업원의 말은 햄버거를 높이는 형태라서 잘못된 표현이다. 손님을 높이려다 햄버거를 높이게 됐다. 햄버거는 높임의 대상이 될 수 없기에 “주문하신 햄버거 나왔습니다”라고 해야 옳다. 점원이 물건 값을 지불하려는 손님에게 “가격은 만원이십니다.” 또는 “그 상품은 품절이십니다”라고 하는 경우도 “가격은 만원입니다.”, “그 상품은 품절입니다”로 해야 옳다.


  언어를 파괴하고 해독하기 어려운 언어들을 억지로 조합해내는 것보다 언어의 좋은 기능들을 확장시키는 데 우리의 노력을 기울이면 어떨까. 그리된다면 바른 언어생활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자기 그릇’이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최고라 인정한 ‘한글’의 위상을 드높이려면 우리들의 잘못된 언어습관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자, 여러분! 언어의 바다에 낚싯대를 던져 조악한 언어들을 건져 올릴 준비가 됐습니까?

김현영 강사 (신문방송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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