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이 대세다.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과학(S), 기술(T), 공학(E), 수학(M)의 융합을 의미하는 STEM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인문학적 가치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1998년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강조한 윌슨(Edward Wilson)의 『통섭』(Consilience)이 출간된 후, 인문학의 가치가 부각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예술과 디자인을 의미하는 Art, 즉 A가 추가된 STEAM의 융합 개념이 탄생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도 STEAM 융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교육부, 연구재단 및 과학창의재단 등에서도 융합 교육·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육에 있어서 과학에의 Art의 접목은 아직도 서투르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Art의 의미가 아직 인문학과 인접 학문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 강조를 충분히 수긍하면서도, 우리는 아직 과학 및 공학 속에 인문학의 가치를 담는 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간혹 그 필요성이 의심될 때도 있다. 분명 인간의 감성, 경험과 사유가 과학, 기술, 공학의 발전에서 배제된다면 앞으로 과학은 제 3의 과학 혁명을 맞이하긴 어렵다.


  이러한 생각은 한 나라의 경제와 행정 그리고 대학에서의 교육과 경영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모든 것의 중심에 IT를 두려는 현 창조경제는 여전히 경제를 공학적인 테두리 속에 가두려고 하고 있다. 종종 끼워 넣는 문화의 개념 역시 방송 및 서비스 등의 상업적인 측면에만 제한되어 있다. 또한 대학 당국에 의해 강조되는 지원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합리적인 경영 역시 지나치게 과학적, 공학적, 산술적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인문학 가치를 과학, 경제와 경영과 융합하여 정말로 그렇게 원하는 창조과학, 창조 경제와 경영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과학, 경제와 경영에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 세종대왕, 간디와 피카소, 그리고 신경숙과 셰익스피어의 정신이 깃들게 해야 한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과학, 경제, 경영이 외견상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인문학과의 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본래 바라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우리대학이 “상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대학경영을 통해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가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STEAM 교육과 연구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성찰적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한 고민 그 자체가 효율적 대학 경영, 질 높은 연구와 교육을 이루는 출발일 수 있고, 사회가 원하는 졸업생을 배출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추재욱 교수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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