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여름은 유난히 덥게 기억된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일 수도 있고 장마철의 후덥지근한 습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정확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 덕분이다. 뜨거웠던 여름날 대한민국은 밤낮 구분 없이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국가 대표 선수들을 응원했다. 박태환 선수의 어처구니없는 실격처리를 보고 울었고 아슬아슬했던 양궁단체전의 우승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 감명 깊었던 올림픽 경기의 장면들은 많았다. 그러나 지금부터 소개할 이들에겐 한판승의 유도 경기가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용기, 지성, 예의를 갖춘 중앙대 중앙동아리 유도부를 소개한다. 
▲ 유도부원들이 엎어치기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1981년에 ‘중앙유도회’라는 타이틀로 창립된 유도부는 22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녔다.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세워졌는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유도를 사랑했던 한 선배의 의해서 만들어졌고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열심히 한판승을 가르다 보니 어느새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것이다. 
 
  유도부는 이런 긴 역사에 부응할 만한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추고 있었다. 작은 동아리방 둘레를 빼곡히 둘러싼 트로피와 상장에서 알 수 있다. 대학 유도대회 중 가장 오래된 전통과 권위를 가진 ‘서울특별시 대학동아리 유도대회’에서만 이미 여러 차례 입상했고 그 중 3번은 단체전 최종우승이었다. 선배들이 이뤄놓은 성적을 자랑스러워하는 그들은 그 명성을 잇고자 하는 의욕을 보인다. “목표가 있다면 제가 회장직에 있는 동안 단체전 우승을 거머쥐는 거예요. 개인전에서는 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지만 단체전에서는 과거만큼의 좋은 성과를 이루지 못했거든요.” 다소 힘들어도 재미가 붙으면 실력도 늘게 된다는 유도부 박종덕 회장(법학과 4)이 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부분의 운동단체가 가지고 있는 ‘엄격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수제가 아닌 나이제에다, 까다로운 선후배 관계도 없다. 심지어 가입 조건마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유도를 좋아하고 끈기만 있다면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나이, 학년, 학번, 성별 가리지 않는다. “많은 학생들이 대충대충 운동하겠거니 하는 생각에 들어와요. 그러다 저녁 연습에 한번 참석을 하고 나면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제 발로 나가더라고요. 여자인 제 눈에 그런 남학생들은 남자로도 안 보여요”. 운동을 하면 할수록 끈기가 생기고 지구력이 길러지는 게 몸소 느껴진다는 한 여자부원이 재치 있는 뉘앙스로 말했다. 
 
  체육관의 유도실은 늦은 저녁 시간까지도 일주일에 네 번, 하루에 두 시간씩 열려 있다. 강한 체취와 가지각색의 냄새로 가득한 그곳에서는 곧 다가오는 대회를 준비하는 유도부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회우승은 그저 형식적인 타이틀일 뿐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리저리 던지고 던져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폭발적인 에너지와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진정한 끈기와 한판승에 대한 집념이다. 
 
  유도부 동아리방은 따뜻한 봄 햇살이 밝게 내려앉는 곳에 있다. 유도라는 강한 느낌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아늑한 분위기에다 막상 생활하는 부원들은 제집 안방에 드나드는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하지만 새로 지을 경영경제관 공간 마련을 위해 운동 동아리 건물을 헐어버릴 거리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여태껏 별다른 문제는 없었어요. 하지만 곧 있으면 학교가 동아리 건물을 없앤다고 하는데 그럼 우리만의 공간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새로운 동아리 방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최대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죠.”라고 한 부원은 아쉬움이 섞인 목소리로 조심스레 얘기를 건넸다. 
 
  그들은 유도부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유도를 해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훈련을 할 것이다. 물론 건물이 부서진다 해서 그들의 정신력이 부서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지트가 없어지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 측에서 새로운 공간을 마련해주길 바라면서 그들은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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