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명분과 헤게모니가 결합돼 나타난 집단갈등에서는 상대 집단을 ‘악’으로 규정하고 우군을 늘리려는 행동이 눈에 띈다. 개인이 이러한 행동을 한다면 구성원들로부터 쉽게 외면을 받겠지만 집단이라는 '토치카'로 들어간다면 규모에서 나오는 대의명분과 정의란 ‘기관총’을 쥐기 마련이다. 토치카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개인은 무서울 것이 없다. 
 
  한편, 집단 간 갈등에선 주로 상대의 무기인 명분과 정당성을 깎아내리는 형국으로 진행된다. 또 남는 것은 유언비어와 서로에 대한 증오뿐이다. 이 같은 상황은 폭로전으로 그 양상이 변질되는데 각 집단의 언론플레이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생산적 담론은 존재하지 않는 단순한 진흙탕싸움의 연속인 것이다. 부끄럽지만 우리대학에서는 진흙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대학은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건국학원 정상화를 위한 범건국인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의 김경희 이사장 퇴진요구가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범대위는 △교수협의회 △노동조합 △원로교수모임으로 구성돼 있고 올해부터 총동문회와 총학생회도 퇴진 요구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김 이사장이 수익사업인 스타시티의 사업난항과 지난날 불명예 퇴진한 김진규 전 총장을 관례를 바꾸면서까지 영입했다는 이유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교육부에 특별감사신청까지 하면서 압박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물론, 현 이사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구성원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김 이사장이 추진한 스타시티사업으로 말미암아 단과대 건물이 여럿 새로 들어선 것과 우리대학의 전신이었던 민중병원을 종합병원으로의 신축, 신규 교원임용과 수익사업 확장 등을 근거로 든다. 또 한 익명 단체는 “THE 대학평가에서 100대 대학에 진입한 와중에 내부 갈등을 키우는 범대위는 해산하라”는 대자보를 게시하기까지 했다. 
한편, “5월 7일부터 15일이 고비다”란 말이 우리대학 구성원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떠돌았다. 연일 범대위의 폭로 수위가 올라가고 있었고 범대위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의 발언과 행동도 점차 과격해지는 추세였다. 이들의 갈등은 결국 지난 9일에 있었던 궐기대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비가 내리던 그날, 범대위와 총학생회, 총동문회는 본관 밖에서 구호를 외쳤고 범대위에 반대하는 이들은 본관 입구에서 말없이 그들을 일렬횡대로 지켜봤다. 범대위 인원, 3백여 명의 퇴진구호와 이사장을 지지하는 이들의 침묵시위로 점철된 풍경은 정말이지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쉽게 보던 그 장면이었다. 
 
  오는 15일은 학원창립기념일이다. 보통의 학원창립기념일행사는 이사장, 총장, 총동문회장의 축사와 시상식, 기념공연 등으로 이어지지만 올해행사는 입장인원에 제한을 두는 등 축소해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행사에서 발생할 갈등의 표출을 우려한 나머지 축소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직접 소통자리를 마련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생산적 담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대학본부의 묵묵부답과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구성원들의 신뢰를 갉아먹고 또 다른 갈등을 키운단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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