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판옵티콘 앞당기는 매개체 역할 담당, 세계 유일의 전자주민카드...

국민 차원의 감시기관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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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산업사회라 일컬어지고는 있는 오늘날 감시의 체계는 컴퓨터 문명이라는
미명하에 더욱 공고화되어 가고 있다.
자신에 대한 정보가 모두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있어 스크린상에서 마우스 놀
림하나로 자신의 프라이버시는 침탈당하고 만다. 이에 학술기획면에서는 '감
시와 처벌'을 주제로 오늘날 정보화에 따른 감시체계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
고 있는지 살펴보고, 나아가 대안까지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번 주에는 국회
내무위를 통과한 전자주민카드의 등장과 이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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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17세가 되면 반강제적으로 주민등록증을 소지해야 할 뿐아니라
각종 검문시 이를 제시해야 한다. 이 주민등록증을 CPU를 갖춘 IC카드(일명
스마트 카드)로 대체 시키는 작업이 전자주민카드 사업이다.이 카드에는 당
초 7종의 개인정보 41가지 항목이 수록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안
에서 일보 후퇴해 주민등록정보만 수록하기로 한 채 13일 상임위, 14일 법사
위를 기습적으로 통과시켰고 17일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시켰다. 이제 전
자주민카드의 도입은 기정사실화 된 것이다.내무부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
연간 1억 7천만통에 이르는 주민등록증, 초본과 인감증명서 감축으로 국민편
익 증진 및 행정비용 절감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국민연금
증서 통합 활용 *신분증 위변조 근절로 사회분위기 쇄신 및 신용사회 구축
*각종 신고서 접수 처리의 자동화 및 지문전산화 *주민등록표수기 작성 폐
지 및 인감증명발급의 온라인화 *종합 전산망 가동으로 민원 행정의 ONE-S
TOP서비스 기반 구축 *국민들의 정보마인드 확산 및 국내 정보산업 경쟁력
확보 등과 같은 기대효과를 보고서에 명시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효과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한국
전산원 분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전자주민카드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초기
구축비 2천 7백 35억원, 10년동안 운영비 2천억원 따라서 4천 7백 35억원이며
전자주민카드사업으로 인한 이득은 한해 약 2천억원 10년동안 2조원이다.

하지만 사업 참가업체에서는 카드 발급에 2천억원, 판독기, 열람기, 주민등록
증, 초본 발급기를 비롯한 관련기기 3천억원으로 초기 구축비만 5천억원으로
잡고 있으며 이는 정부안의 두배 규모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운영비가 들어 있지 않은 상태다. 또 전자주민카드 도입
에 따른 이득은 행정 편의적 관점에서만 계산되었다. 카드 발급시 필요한 사진
, 인감증명이 포함되기 때문에 오래된 도장을 새로 새려야 할 때 드는 비용 등
은 누가 부담해야 할 것인가.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제외한 채 국가만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2
조원인 셈이다. 정리하자면 정부 계획안보다 이득은 줄고 비용이 더 들 가능성
이 매우 높아서 행정비용 절감이라는 이점은 상당 부분 감소될 수 밖에 없는 것
이다.

이러한 비용절감이라는 데서 오는 문제점을 제외하더라도 편의 증진의 문제
에 있어서도 부작용이 드러난다. 분실했을 경 우 현재의 주민등록증을 분실했
을 때보다 더 큰 불편을 초해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시험칠 때 주민등
록증이 없으면 운전면허증이라도 신분증명을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는 `하나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사라지기에' 즉각적인 재발급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행정전산망의 고장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10배
높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할 사항이 아니다. 다행히 즉시 재발급을 받을 수 있
어도 IC카드인 전자주민카드의 경우 생산 단가가 높기 때문에 그 비용이 몇만
원 단위가 될 것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저비용
'이 아닌 `고비용'을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는 혜택인 것이다. 전자주민카드가
불러올 이점을 설명하면서 신용사회 구축과 경찰활동의 효율화를 들지도 모
른다.

하지만 이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혹시 영화 네트처럼 자신의 정보가 컴
퓨터에서 삭제되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여인이 되는 것은 비단 영화속에
서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전자주민카드가 신용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는 말은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무
한한 신뢰위에서 가능하다. 지금도 컴퓨터 시스템의 오류가 사회적으로 미치
는 영향이 큰 상황에서 전적인 컴퓨터 시스템에의 의존은 너무나 위험한 발상
이다.한편, 주민등록이 전산화되었을 때 경찰의 범죄 검거율이 올라가고, 범죄
발생율이 낮아졌다는 보고는 없었다.

더군다나 경찰활동이 사실상 질서유지의 기능보다는 국민에 대한 통제, 권력
행사에 치우친 우리의 경우, 전자주민카드 도입에 따른 각종 개인 정보 데이터
베이스의 연동은 개인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더욱 손쉽게 할 것이다. 즉 경찰
활동의 효율화는 경찰권력의 증가를 의미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현대 국가들
은 대부분 신분증명제도와 주민등록제를 개별적으로 채택하고 있다.(필자의
임의적 구분은 신분증명제도는 본인임을 확인하고 신분을 드러내는 것이며,
주민등록제도는 자신의 편의에 따라(복지 서비스를 제공받는 등의 이유로) 개
인의 거주지에 자신의 정보를 등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주민등록제도와 신분증명제도가 주민등록증이라는 것으로 통합
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며, 법으로 강제하는 경우도 없다. 더구나 이 제도에 대
한 국민적 차원의 감시기관이 없다는 것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더군다나
전자주민카드 도입 사례는 거의 없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국민투표를 통해
제도 도입이 좌절되었고, 영국은 막대한 구축비용과 프라이버시침해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실시되고 있지만 도시국가이니 만큼 전
형적인 근대국가에서의 전자주민카드 도입 사례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
니 전세계가 우리나라의 전자주민카드 사업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고, 전자주
민카드가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추측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지금까지 전자주
민카드 도입의 기대 효과와 그에 따른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전자주민카드
문제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안이다. `정보화 사회의 감시와
처벌'이라는 테마 속에서 본다면 전자주민카드 제도는 개인정보의 수집과 디
지탈화를 통해 전자판옵티콘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혹자는 주민등록정보만 수록되니 이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자주민카드의 도입은 관계법령 개정과 기습적인 법통과로
정부 원안을 실현시킬 가능성을 상당히 높여주는 것이다. 싸움은 이제 시작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싱가포르의 한 시민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
고자 한다."군복무를 마친 후 나는 예비군에 편입되었다.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소환받았을때 나는 설마하니 군대가 나의 직업과 월급액수까지 알 줄은 몰랐다.
나는 그것을 나의 사생활에 대한 침해로 이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동렬 <정보연대 SING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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