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미국을 발칵 뒤집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불과 몇 주전 애국자의 날에 일어난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사건이다. 아직도 TV를 켜거나 라디오를 틀면 많은 방송국이 보스턴 테러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늘 총기사건이 터지고, 기상천외한 범죄가 일어나는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인 세 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에 뭘 그리 호들갑을 떠냐고 사람들이 질문을 던질 때도 있다. 여기에 난 유명한 토크쇼 호스트의 말을 빌려 답을 하고 싶다. 당신은 숫자에 대해선 옳았지만, 중요성에 대해선 틀렸다. 보스턴 테러의 사상자 수는 9/11 테러사건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9/11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본토가 외부 세력에 의해 공격받은 테러사건이다. 테러는 군인을 향한 공격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표적이 되기 때문에 수많은 미국인들을 다시금 공포에 몰아넣었다. 테러범들은 테러를 저지른 직후 타임스퀘어에도 추가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끔찍한 일을 저지른 용의자 2명 중 1명은 교전 중 사망하고, 그의 동생 조하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저항하다 끝내 붙잡혔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우리 모두는 미란다 사건과 미란다 원칙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모든 경찰은 범인을 체포할 때 범인에게 미란다 원칙을 읊조려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권리가 그 끔찍한 테러리스트에게 주어져야 하느냐가 논란의 쟁점인 것이다. 미란다 원칙을 읽어주는 순간, 범인은 침묵을 지킬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 정보국은 더 이상 정보를 캐낼 수 없고, 범인은 자신을 변호하기 더욱 유리해 진다. 미란다 원칙을 읽어주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경우는 그를 일반 범죄자가 아닌 적국 전투원(enemy combatant)으로 여기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에는 범인이 테러리스트 조직과의 연계성이 있음을 추가적으로 밝혀야 하는 의무가 따른다. 만약 연계성이 없는데 때를 놓쳐 미란다 원칙을 읽어주지 않는다면, 예전에 명백히 잘못을 저질렀어도 법적 구속을 받지 않았던 미란다처럼 놓아줘야 할 최악의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성범죄자 미란다는 구했지만 피해 소녀들을 구하지 못했던 미란다 원칙은 결국 미국을 딜레마 상태에 빠뜨려 버렸다. 
 
  결국 최근에 FBI는 상부의 지시를 받아 그 범인에게 미란다 원칙을 읽어주게 되고, 범인은 입을 꼭 다문 채 추가적인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에게 최고의 국선변호사까지 선임되며 현재진행형인 이 사건은 결국 범인이 사형이 아닌 종신형을 선고 받으며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권리와 생명의 보호를 우선시 해야 할 법이 결국 테러범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었다는 사실에 미국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미국의 한 유명한 보수논객은 범인 조하르가 그저 미국인들을 향해서 폭탄을 터트렸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세금으로 그를 재워주고 먹여줘야 하며, 그에게 온갖 유명세와 명예를 가져다 주었다며 개탄했다. 정부가 미란다 원칙을 너무 성급히 읽어 줬다며 공화당과 민주당이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싸우는 가운데, 러시아의 개입이 있었다는 음모론 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러시아 개입의 루머는 배제하더라도, 법이 이렇게 적용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 테러리스트에게 과연 인간의 기본권이 주어져야 하는가? 만약 당신의 가족 또한 피해자였다면, 당신은 그들의 기본권을 지켜주자는 주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아직도 수많은 의문과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고 웃고 있을 범죄자를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저 모든 조치를 동원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랄 뿐이다. 
안중현 학생(영어영문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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