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째 인문사회계열 구조조정 관련 현장을 다 쫓아다닌 것 같습니다. 구조조정에 얽힌 이해 당사자들도 많이 만나봤고요. 
 
  최근 구조조정에 관해 학내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일은 지난 2일 예정됐던 인문사회계열 공청회가 열리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이날 공청회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일을 두고 중앙인 커뮤니티에서는 한창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인문사회계열 행정실 직원이 기자를 붙잡고 학생들이 공청회를 일방적으로 막았다며 답답함을 얘기하기도 했고, 3일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책위)가 김호섭 인문사회계열 부총장을 만난 자리에선 김호섭 부총장이 학생 대표자들을 꾸짖기도 했습니다. 과연 공동대책위가 잘못해서 공청회가 열리지 않았던 것일까요.      
 
  지난 2일은 인문사회계열 구조조정 대상 4개 전공(아시아문화학부 비교민속학전공, 사회복지학부 가족복지전공·아동복지전공·청소년전공) 폐지에 관한 논란 이후 공식적으로 김호섭 인문사회계열 부총장(정치국제학과 교수)이 인문사회계열 구성원들을 “직접 만나겠다”고 예고했던 자리가 처음 마련된 날이었습니다. 바로 ‘인문사회계열 발전을 위한 학문단위 재조정 공청회’였습니다. 거창했던 포부와 달리 그날 뒤늦게 밝혀진 공청회 순서는 ‘전공선택권 중심의 학문단위 재조정(안)’, ‘캠퍼스 재배치를 통한 학문단위 경쟁력 제고’, ‘미래를 선도할 융복합 학문단위 신설’ 등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다음날(3일) 구조조정 공동대책위가 밝힌 공식 입장에서는 2일 공청회 진행 구성에 대해 “대학본부 측의 입장발표만 3/4이고 구조조정의 문제나 부당함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그 누구도 단상 위에 올라설 수 없을 것”이라며 의문을 품었고, 결과적으로는 공청회 성사를 막으려 했던 것입니다.
 
  공동대책위는 이 공청회를 두고 편파적이지만 참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공청회를 다시 열기 위해 공청회 연기를 제안할 것인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로 당일 공청회를 막자는 결론이 난 것입니다. 
 
  공동대책위는 공청회를 막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김호섭 부총장이 그간 구조조정 논의 진행 과정에서 목소리를 들어주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계열에서 준비한 공청회 또한 진행 순서를 보니 일방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결국 학생들은 공청회가 예정됐던 법학관 2층 대강당 출입문 앞에서 ‘일방적인’ 공청회를 막게 됐던 것입니다. 공동대책위의 이러한 예상은 지난 9일 열린 인문사회계열 전체교수회의에서 들어맞았습니다. 이번 호에 제가 작성한 1면 탑 기사와 이시범 기자가 작성한 3면 두 번째 기사(도시계획·부동산학과 관련한 기사)를 보시면 지난주 인문사회계열 전체교수회의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참석한 교수님들 중, 특히 구조조정 당사자인 4개 전공 교수님들은 더더욱 이 사안에 대해 계열과 대화를 하려고 참석했던 것입니다. 미래를 선도하는 학과 신설이나, 특정 학과의 캠퍼스 재배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참석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회의 시간의 절반은 일방적인 설명에만 그쳤고, 교수님들은 도무지 대화에 진전이 없다며 답답해했습니다. 
 
  물론 그날 공청회가 열리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이들의 입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인문사회계열 행정실의 한 직원도 “사실 그 자리에서 학생들이 답답한 울분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었는데 공동대책위에서 막은 것이 안타깝다”며 “오히려 공동대책위가 소통을 막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알고 보면 공동대책위는 진짜 소통을 하고 싶다는 입장을 알리기 위해 공청회를 막은 것이지만요. 이들이 말하는 진짜 ‘소통’은 도대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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