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언뜻 비슷하게 들리지만, 그 의미가 다른 표현들이 있습니다. ‘개방화’, ‘국제화’ 그리고 ‘글로벌화’라는 표현들이 그 예일 텐데요. 이 세 표현들이 가지는 의미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개방화’는 그동안 금지되어 왔던 것들을 외국의 요구에 의해서 풀어준다는 의미일 겁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우리의 농업에 대한 보호조치들을 없애야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개방화’라는 표현은 다분히 수동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반면에, ‘국제화’라는 표현은 우리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기준과 규범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능동적인 개념인데요. 우리의 기업환경이 불합리한 규제들을 완화하여 선진국의 기업환경과 같아지게 되면, 우리도 국제화되는 겁니다. 한편, ‘글로벌화’라는 표현은 기후변화, 환경, 빈곤, 유행성 질병, 그리고 금융위기와 같이 어느 한 나라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등장하면서 세계가 하나의 단위로 인식되어지는 현상 정도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세계화’라는 표현으로 번역되고 있지만, 그 의미가 ‘세계적 수준이 되다’정도로 조금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중에서 국제화란 어떤 의미에서는 ‘국가나 국민에 대한 선입견(stereotype)이 사라지는 현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영국신사’라는 표현은 영국 남성들이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겉옷을 받아주며, 그리고 문을 열어 주기 때문에 붙여진 표현일 겁니다. 우리도 그처럼 행동할 때, 우리가, 그리고 대한민국이 국제화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서양에서는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가르치는 필수 교육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 중의 하나가 원형 식탁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 자기 앞에 놓인 두 개의 빵 접시 중에서 어느 것이 자기 것인지를 알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자신의 왼편에 놓인 빵 접시가 자신의 것이라는 것이죠. 가운데가 주된 음식, 그리고 오른쪽이 와인 또는 음료가 됩니다. 그래서 서양 에티켓 수업에서는 ‘BMW(Bread-Main dish-Wine or Water)’를 기억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화된 생각과 가치관이 아닐까 합니다. 음식 남기지 않기, 불필요한 전등 끄기, 다른 사람 배려하기, 그리고 합리적인 사고가 국제화의 진정한 지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항목 중 4개 이상에 대하여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국제화된 사람일 겁니다: 1.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여성이나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2. 뒤따라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준다. 3. 나의 빵접시를 올바로 선택한다. 4.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5. 빈 강의실의 불을 끈다.

백훈 교수(국제관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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