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의 고려대학교는 언론사 대학평가에서 유독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선 6위까지 내려앉았다. 난리가 났다. ‘고려대의 위기’라는 말이 지금도 학교 구석구석에서 보이고 들린다. 
 집안 분위기가 심상찮다는데 가만히 있을 고대가 아니다. 고려대학교 교수의회는 지난해 12월 위기극복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자며 교수총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교수의회는 총장에게 ‘국내외 대학평가에 대한 입장과 대응책’ 등을 공개질의하고 답변을 요구했다. 고려대학교 교우회를 비롯한 졸업생도 학교의 위상추락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 학교로 직접 전화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항의(?)하는 분도 꽤 있었다고 한다.
 
  일각에선 현재의 언론사 대학평가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외부기관이 그들만의 기준으로 만든 계량적 잣대를 들이댄 것’ 또는 ‘교육현장의 실제를 오롯이 담지 못하는 지표’라며 그 의미를 축소시킨다. 일면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다. 기존의 평가가 대학의 양적성장에만 집중하다보니 현재가 왜곡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교육서비스 수요자는 이를 체감한다. 국제화 지수가 대표적이다. 학교에 외국인 학생은 많은데 정작 학생은 우리 학교가 ‘글로벌’한지 갸우뚱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중앙일보가 발표한 ‘2013 대학생 만족도 조사’는 기존 평가의 보완재로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른바 ‘재학생이 매긴 대학 성적표’에서도 고려대학교는 짜부라졌다. 조사대상 30개 대학 중 18위를 기록한 고려대는 지면의 평가순위표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고려대는 ‘교육과정 및 행정서비스 만족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게 중앙일보의 설명이다.
 
  2만 명이 넘는 고려대 재학생 중 겨우 100명에게 설문을 진행했다는 조사방식이 조금 꺼림칙하지만, 현재의 고려대학교 모습이 설문결과와 다르다고 반박할 자신은 없다. 경험적으로 주변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중앙일보의 결과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고대 재학생은 모교의 발전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으며 모교의 사회적 평판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뽑은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출신대학’, ‘사회적 평판’에서 매년 1?2위를 다투는 현재의 고려대학교와 괴리가 크다. 고려대학교의 자랑인 ‘애교심’에 실금이 생기고 있는 인상이다.
 
  고려대학교는 지난 5일 개교 108주년을 맞았다. 김병철 총장은 기념식사에서 ‘연구성과 세계88위의 경영대학-국내대학 중 100위권 유일 진입’과 ‘고대의료원 산하의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의 연구중심 병원 공동선정’을 언급하며 학교의 높은 위상과 비전을 제시했다. 학교 구성원으로서 자랑스러운 성과다. 근년의 부진을 떨치고 더욱 높이 날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그러나 여기 매우 중요한 게 빠졌다. ‘재학생이 사랑하고 만족하는 대학’ 말이다. 학생이 쌓아가는 무형의 가치를 간과한다면, 그 학교의 미래엔 언제나 ‘위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지 않을까.
 
 
김보건 편집장
고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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