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 왔다. 계속되던 꽃샘추위에 소식이 없던 꽃망울들도 하나둘 얼굴을 내밀고 반갑게 봄을 맞이했다. 따스한 봄 햇살이 교정을 감싸는 4월, 난데없이 차가운 바람이 불어 닥쳤다. 바로 지금 중앙대를 들끓게 하는 ‘뜨거운 감자’ 인문사회계열 구조조정의 바람 말이다. 
 
  아시아문화학부의 비교민속학전공과 사회복지학부의 아동복지전공, 청소년전공, 가족복지전공이 인문사회계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 도마에 올랐다. 인문사회계열에서는 계열 전체의 발전과 학문단위 재배치를 통한 경쟁력 제고 등을 내세우며 구조조정의 메스를 집어 들었다. 
 
  계열의 논리는 명확하고 분명하다. 여러 학문단위를 묶어 학부제를 실시한 2011년 이후, 학부제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였지만 학문단위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적은 숫자의 학생들만이 구조조정 대상학과를 전공으로 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해당 학과들의 유입인원을 살펴보면 비교민속학 전공, 아동복지전공, 청소년 전공은 유입인원보다 유출인원이 많았고 가족복지 전공은 순 유입인원이 4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과로만 본다면 대다수 학생이 외면하는 소수 전공은 없애는 것이 옳다. 산업 상황과 사회적 여건이 변화할 때 그 변화에 발맞추어 기업의 조직 구조를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기업식 구조조정’의 논리로 보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 논의의 대상은 ‘효율성’의 가치만큼이나 ‘학문의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존중받아야 하는 대학이다. 해당 학과들을 폐과하는 것이 장기적인 중앙대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 혹은 그렇지 않을지를 판단할 혜안이 필자에겐 부족하다. 어떠한 선택이 옳을지는 훗날 중앙대 역사가 평가할 일이다. 
 
  당위성의 논쟁에서 벗어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조금 더 조심스러워질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내세우는 구조조정의 논리 중 하나는 큰 틀에서의 중앙대 발전을 위해서 비인기학과 ‘가지치기’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학교뿐만이 아니다. 구조조정 이야기가 터져 나온 이후 몇몇 학우들은 ‘중앙대 발전을 위해 몇몇 소수학과의 희생은 피할 수 없다’, ‘모두가 찬성하는 개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수를 위한 중앙대의 발전을 위해 소수 학생들은 희생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불가피한 희생을 필요악으로 여기는 이러한 시선이 두렵다. 명문대학으로서 중앙대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빠른 성과, 단기간 눈에 보이는 효율이 아니라 한 명이 됐건 두 명이 됐건 소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경쟁력 강화, 대학순위 상승 등의 가치가 우선되는 대학사회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과 그들에 대한 공감능력 역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소수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가치관을 포괄하려는 시도는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어려운 일이라고 그 과정을 소홀이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다. 
도시개발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일본 롯본기 힐스의 도시재생사업은 무려 17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17년이라는 긴 기간 중 대부분이 주민들의 삶의 질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조정하는 데에 할애됐다고 한다. 하물며 한 대학의 발전을 위한 구조조정 역시 대상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하는’ 구조조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