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지인 학생이 자신의 시 인생을 들려주고 있다. 사진 이승재 기자

일기를 쓰는 것이 귀찮아 동시로 일기를 쓰던 소년이 진짜 시인이 됐다. 최지인 학생(연극전공 3)은 ‘돌고래 선언문’외 7편으로 민음사 주관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230명 응모자가 투고한 2,608편의 작품을 제치고 당당히 한국 문단에 이름을 알린 최지인 학생을 만나봤다.     
 

-<세계의 문학 신인상>에 당선됐다.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믿기지 않을 만큼 기뻤다. 사실 당시 외국에 가려던 참이었다. 19살부터 거의 15번 정도 투고를 해왔는데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많이 지쳐 있었다. 멜버른에 집을 구해놓고 보증금까지 낸 상태였다. 사정이 생겨 일주일 정도 출국을 미뤘는데 그때 당선 소식을 듣게 돼 무척 반가웠다.”
 

-19살 때 처음 시인의 꿈을 꾸었나.
  “중2 때부터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을 했다. 우연히 학원에서 친구가 읽고 있던 책을 보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하기도 부끄러운 하이틴 로맨스 책이다. 키스 장면 같은 게 나오는데 중2 학생의 눈에는 묘사도 생소한 게 매우 흥미로웠나 보다. 책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 계기로 책에 흥미를 느꼈다.(웃음) 당시엔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실상 내가 쓰고 있는 글은 시더라.”
 

-투고를 하면서 많이 지쳤나.
  “고등학생 땐 많이 힘들지 않았다. 21살에 제대를 한 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고등학교도 문예창작학과를 나왔다고 들었다.
 “중학생 때 포털사이트에 ‘작가가 되려면’이라고 검색해봤다. 문창과에 가야 된다더라. 그때는 문창과가 있는 고등학교가 안양예고밖에 없었다. 예고로 진학한 후 선생님께 매번 구박 받으면서 시 쓰는 법을 깨우치게 됐다.”
 

-지금은 시 공부를 어떻게 하나.
  “거의 혼자서 한다. 매일 저녁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매일 글을 쓰지는 못 하지만 일주일에 한 편이라도 쓰기 위해 노력한다. 계속 앉아 있다 보면 될 때가 있다. 시는 혼자 쓰지만 도움을 주신 분이 많다. 국어국문학과 이경수 교수님과 김근 시인은 나에게 어머니, 아버지 같은 존재다. 또 ‘난장’이라는 중앙대 시 스터디 모임에서도 많이 배웠다.”
 

-시상은 주로 어디서 얻나.
  “관계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 일상적인 대화중에도 누군가 시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곤 한다. 예를 들어 갑자기 옆에서 누가 전화기를 던지며 싸울 수도 있다. 그런 행위나 말처럼 주변에서 보여지는 것들에서 영감이 온다. 거의 모든 시가 그런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내가 쓴 시를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보면 당시 경험들이 떠오른다.”
 

-당선작들은 어떤 경험에서 나왔나.
  “비밀이다. 시를 설명하는 것은 나에게 힘든 일이다. 시의 의미는 누가 읽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시를 설명하게 되면 각자가 의미를 생산하는 데에 제재를 가하게 된다.”
 

-시를 쓸 때 특별히 염두에 두는 것은.
“내가 갖고 있는 논리를 깨고 계속 모르는 지점으로 나아가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인이 시를 끌고 나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가 시인을 다루는 것이다. 시에는 무력(無力)이 있다. 어떤 힘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본다.
 

-당선 후 달라진 점이 있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작품 활동도 특별히 하지 않는다. 조급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분명 기회가 한 번쯤은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저 혼자서 열심히 쓰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계속 쓰는 것.(웃음) 이것 말고는 계획이라고 할 게 딱히 없다. 글을 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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