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 인터뷰]
  U-20 청소년 월드컵은 20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이 겨루는 대회로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과 17세 이하(U-17) 월드컵, 컨페더레이션스컵과 함께 세계 4대 축구 축제로 꼽히고 있다. U-20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로 발탁된 중앙대 축구부 선수 5인방이 터키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 4월 다시 귀국했다. 현재 U-20 청소년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 5인방을 만나봤다.

▲ 사진 박가현 기자

그라운드 위의 전성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눈앞에 공을 보고
눈치 따위 보지 않는다
거침없는 슈팅 한방으로
상대편의 골문을 흔들 뿐

 

  2013년 봄. 청소년 국가대표 5인방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봄을 보냈다. 앳된 모습이지만 축구 앞에서는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다섯 명의 남자. 매일 목구멍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그라운드를 뛰고 또 뛴다.


  -축구에 어떻게 입문하게 됐나.
  주성 초등학교 4학년 때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때 나를 유심히 지켜보던 축구부 감독님이 축구 한 번 제대로 안 해보겠느냐고 제의를 했다. 워낙 좋아하는 스포츠라 거리낌 없이 시작하게 됐다.


  창민 난 말썽꾸러기다. 지금도 장난치는 거 좋아한다. 맨날 공부는 안 하고 축구만 하던 내게 어느 날 어머니께서 나를 어딘가 데리고 갔다. 그곳이 바로 축구부였다. 강제로 시작된 축구가 이젠 내 전부가 됐다.
 

  대희 초등학교 4학년이 우리 모두에게 기회였던 것 같다. 나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하게 됐다. 계기는 단 하나 바로 다이어트였다. 거짓말 안 하고 축구 시작할 때 살이나 빼자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벌써 10년이 다 돼간다.


  -직업으로 축구선수란 걸 선택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승우 처음에 축구한다고 할 때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다. 반면 아버지는 내가 하는 일을 모두 믿고 따라주신다. 결국 합의 끝에 부모님께서 한 달이란 시간을 주셨다. 한 달 만에 성과를 보여드려야 하는 상황이라 무척 난감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타이밍 절묘하게 내가 속해 있던 축구부가 대회 우승을 하게 됐다.(웃음) 그날부로 ‘OK’사인이 떨어졌다.


  상민 시작할 때부터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니 힘들었다. 하지만 내겐 오직 축구밖에 없어 무조건 설득해야 했다. 잘은 못해도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결국 U-20 청소년 대표팀으로 발탁되니 이젠 아낌없이 밀어주신다.


  -U-20 청소년 대표팀으로 뽑혔는데 힘든 점은 없나.
  상민
학교에 있을 땐 ‘중앙대’란 타이틀을 걸고 뛰었는데 U-20은 ‘나라’를 위해서 뛰어야 한다. 소집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내가 그 타이틀에 부흥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부담감이 컸지만 감독님이 하나하나 짚어주시고 알려주시는 대로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창민 대표팀에 합류됐을 땐 정말 좋았다. 하지만 학교에선 MF(미드필더)를 담당했는데 대표팀에 가니 전혀 다른 포지션인 DF(수비수)였다. 공격법도 다르고 전략도 달라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다. 단기간에 스타일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안 될 거다’라고 지레짐작하기보다 ‘무조건 해보자’고 마음을 바꿔먹었다. 그러니 한결 편해졌다.


  주성 중앙대 조정호 축구부 감독님과 U-20 청소년 대표팀 감독님의 스타일이 달라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바라는 것도 다르고 전술도 다르니 혼돈이 왔던 것 같다. 모든 선수가 그렇듯 앞만 보고 달렸다.


  -터키에서 대표팀 훈련을 마치고 학교에 복귀한 뒤 바로 U리그에 투입됐는데 부담은 없었나.
  승우 터키에서 돌아왔을 때 감독님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일단 학교란 공간이 집과 같았다. 더군다나 감독님이 선수 모두를 믿고 코치해주시다보니 심리적으로 안정됐다.


  주성 도착하고 U리그에 바로 투입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터키랑 한국이랑 7시간 정도 시차가 나는데 시차 적응하느라 죽을 뻔했다.(웃음)


  상민 대표팀 훈련을 받고 학교에 오니 바로 용인대와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반드시 승점을 얻어야 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부담감이 살짝 있었지만 경기가 승리로 끝나 기뻤다.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나.
  승우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다른 선수들에 비해 몸이 약했다. 체력적으로 큼직큼직하지 못했다. 나름 해결책이라고 생각한 방법이 4개월 동안 운동을 쉬며 먹기만 하는 거였다. 닥치는 대로 음식을 흡입했다. 그러니 15kg 정도 살이 찌더라. 지금도 운동하다가 지치면 스트레스 풀려고 폭식한다.


  창민 축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땐 고등학교 진학해서였다. 감독님도 무섭고, 선배 기강도 무서웠다.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니 축구공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 됐다. 축구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나만 힘든 게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욕을 먹어도, 잔소리를 들어도 다 참아냈다.


  대희 다른 선수와 비슷하게 고등학교 때 슬럼프가 왔다. 고1 때 연습을 하다가 그만 부상을 당했다. 결국 무릎 수술까지 하게 됐다. 지금도 그 당시를 떠올리면 아찔하다. 지금은 훈련받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혼자 노래를 듣는다. 걸그룹 씨스타.(웃음)


  -운동하다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
  주성 작년이었다. 타 대학과의 시합에서 실책이 많이 나와 지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경기였다. 그 벌로 선수들 전원이 새벽에 야구장을 세 시간가량 뛰었다. 웬 날벼락인가 싶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만큼 재미있는 추억도 없지 않나 싶다.


  대희 아무래도 골키퍼는 다른 선수들과 훈련 성향이 다르다. 슈팅훈련 받을 때, 한 선수가 골대와의 간격이 얼마 안 되는 상황에서 있는 힘껏 공을 찼다. 나도 사람인데 공이 세게 오면 무섭고 손도 아프다. 그 얄미운 선수가 바로 우주성 선수다.(웃음)


  -선수들의 숙소생활은 어떤가. 
  대희 남들이 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중·고등학교 숙소생활과 비교해서 정말 재밌다. 특히 화장실 청소. 힘들지만 청소를 끝내고 깨끗해진 화장실을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창민 우선 숙소가 2인 1실이라 편하다. 특히 룸메이트 형이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축구부였는데 많이 도와준다. 이것저것 고민도 많이 들어주시고 경기 모니터링도 해준다.


  -일반학생처럼 학교생활을 하고 싶을 때는 없나.
  승우 잔디밭에 대한 로망이 있다. 학교를 돌아다니며 잔디밭에서 학생들이 그림도 그리고 캐치볼도 하고 도시락도 먹는 모습을 봤다. 똑같은 잔디밭이란 공간에서 나는 하루 종일 운동을 하는데 그들의 잔디밭에선 사랑이 오가더라. 졸업하기 전에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대희 대학 오면서 꼭 CC가 되는 게 꿈이었다. 운동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여자 친구와 같이 교양수업 듣고, 일반학생들이랑 내리에서 밥도 먹고. 남들에겐 평범한 일이 우리에겐 하나의 소원이다.(웃음)


  -만약 졸업 전에 프로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이 온다면 어떻게 할 건가.
  주성
프로세계는 꿈의 무대다. 하지만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러브콜이 온다면 부모님이나 감독님 등 다양한 사람들과 충분히 논의를 할 거다.


  상민 주성이와 같은 생각이다. 러브콜이 온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만 혼자 결정할 수 없다. 감독님, 코치님 등 조언을 많이 얻고 나 자신도 많은 생각을 한 뒤 결정하겠다.


  -앞으로 U-20 청소년 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남아있다. 구체적인 계획들이 있나.
  주성 이 악물고 죽기 살기로 덤빌 준비가 됐다. 국가대표를 뽑는 자리인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꿈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끝까지 달려볼 거다.


  승우 최종 엔트리는 조만간 나오는 걸로 안다. 무엇보다 올해 가장 큰 목표였다. 그 꿈을 이뤄 그라운드를 훨훨 누비고 싶다.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다 뽑아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중앙대 축구부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승우 답은 하나다. 우리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전망이 바뀐다. 실제로 외부에서 작년보다 올해 플레이가 많이 좋아졌단 평을 듣는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그 평가에 걸맞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수들 모두 마음가짐을 다잡고 경기에 집중할 때인 것 같다.


  주성 덧붙여서 말하자면, 우리는 항상 아쉽게 문턱을 못 넘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선수들 모두 ‘정신력’을 끌어올려 경기에 임할 때가 왔다.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이란 이 관계가 하나가 돼 제대로 된 골로 상대편의 골문을 흔들고 싶다. 우린 지금 너무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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