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의미하는 영단어 ‘communication’의 어원은 ‘나눔’, ‘공유’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communnicare’라고 한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은 co와 care라는 개념이다. 즉 소통은 처음부터 ‘함께’하는 것이어야 하며, 타인과의 ‘나눔’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의미에서 소통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금까지 학교본부가 보여준 태도는 진정한 의미에서 소통과 거리가 멀다. 처음 <중대신문>에 구조조정 기사가 실렸을 때부터 대학본부는 오로지 “후퇴는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했을 뿐이다. 대학본부는 지금까지 학생대표자들과 총 26회나 만났다면서 소통했다고 하지만, 그 만남을 통해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 소통이란 ‘나눔’을 전제로 해야 가능한 것이다. 학생들과 무엇을 나눌 생각을 하지 않는 ‘후퇴 없는 일방통행’이 진정한 의미에서 소통이 되지 못하고 불통에 그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2일 취소된 공청회 또한 대학본부가 지금까지 해온 ‘후퇴 없는 일방통행’의 일환이었다. 인문사회계열 김호섭 부총장님은 중앙인 커뮤니티를 통해 ‘학생들의 봉쇄로 공청회가 무산되어서 아쉽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공청회의 진행 순서와 논의내용은 공청회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학생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구조조정 당사자들에게 공청회에서 무엇이 이뤄지는지 내용조차 공유하지 않은 채 대학본부는 공청회의 취소 책임을 학생들에게 돌린 것이다.
 
  ‘물리력으로 공청회를 연기시킨 것이 잘못이다’, ‘공청회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이 개진될 수 있지 않았냐’는 의견들도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도 이런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했고 예상했다. 공청회를 연기시켰을 때 일어날 파장에 대해 학우들이 자칫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까 공대위 내부에서 우려하는 얘기가 있었고, 여러 번의 회의를 거치면서 공대위는 공대위 참가 여부를 고민했다.
 
  하지만 공청회 개최 여부는 이후 구조조정 안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느냐 아니냐와 연관되는 중요한 문제다. 일방적인 ‘설명회’를 하더라도, ‘공청회를 개최했다’는 사실 하나로 대학본부 측은 ‘학생들과 대화하며 민주적인 의사과정을 거쳤다’는 알리바이를 제공받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공대위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공청회를 취소하고 협의체를 구성한 다음, 추후에 공정한 방법으로 공청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공청회장 앞에서 학생대표자와 교수들이 포함된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학본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공청회 취소 이후 부총장님과 학생대표자들 사이에서 이뤄진 면담에서 보인 대학본부의 태도다. 협의체를 구성해 실질적인 대화 참여를 보장해달라는 단 하나의 요구에, 부총장님은 “협의체는 합의를 하라는 것 아니야? 합의 못해!”라며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 어떻게 내가 합의를 하냐?”고 답변하셨다. 이는 대학본부가 구조조정 학과의 학생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는 답변이다. 학내 구성원들을 대화 상대나 논의의 주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후퇴해서는 안 될 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 우려된다.
 
  공대위가 공청회를 연기시킨 것은 그저 구조조정 반대를 외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대학본부가 구조조정 대상 학과 학생들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함께 나눔’이라는 소통을 실현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협의체를 구성해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구조조정 당사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을 대학본부는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이현재 정치국제학과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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