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유너머’의 박정수 연구원이 파시즘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캠 아트센터에서 독어독문학과 ‘금요콜로키엄 2013’의 3번째 콜로키엄이 열렸다. 이날 강연에선 인문학연구소 ‘수유너머’의 박정수 연구원이 빌헬름 라이히의 『파시즘의 대중심리』를 주제로 발제를 했다. 박정수 연구원은 “정치의 주체로서의 대중과 대중정치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파시즘의 대중심리』의 저자 빌헬름 라이히는 프로이트주의와 맑스주의를 결합한 사상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이다. 정치적이고 인위적인 성적 억압에 반대하는 ‘성정치 운동’을 벌였던 빌헬름 라이히는 ‘성’을 말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속했던 공산주의 사회에서 배척당했고 이념을 가졌다는 이유로 정신분석학계에서도 배척당했다.


  빌헬름 라이히가 분석한 ‘파시즘’이란 용어의 유래는 고대 로마에서 찾을 수 있다. 고대 로마엔 단결과 권력을 상징하는 ‘파스케스’라는 여러 조각의 나무로 싸인 도끼가 있었다. 도끼는 국가의 공권력을 의미하고, 나무는 민중을 의미했다. 민중의 힘이 공권력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라는 뜻이다. 세계 1차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진 파스케스는 좌파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1919년,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반사회주의와 국가주의를 주장하면서 ‘파시스타당’을 조직했고 그때부터 ‘파시즘’이라는 용어는 극우파의 전유물로 전환됐다.


  빌헬름 라이히는 『파시즘의 대중심리』에서 파시즘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분석했다. 대부분의 맑스주의자들은 대중이 파시스트에게 속았기 때문에 파시즘이 대두하게 됐다고 주장했지만 빌헬름 라이히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19세기 출현한 파시즘은 부르주아체제 아래서 억눌려왔던 대중의 성적 욕망에서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성적으로 억압을 받아온 대중의 성적 욕구가 비정상적으로 분출된 결과, 파시즘이 도래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성적 억압이 없는 사회, 즉 코뮌주의를 이상적인 사회의 형태로 생각했다.


  박정수 연구원은 “코뮌주의는 자유로운 개인의 자유로운 결합체”라고 설명했다. 민족주의 속의 개인은 민족을 구성하는 일부로서 존재하고, 자본주의에서 개인은 노동력과 같은 경제적 기준으로 평가될 뿐이다. 반면 시장과 국가가 사라진 형태의 코뮌주의에서 인간은 고유한 개성을 가진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 빌헬름 라이히가 주장한 코뮌주의는 어떤 외부의 억압이 없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사회를 일컬은 것이었다. 하지만 빌헬름 라이히가 추구했던 이상적인 사회는 도래하지 않았다. 독일에선 히틀러가 집권한 후 동성애를 금지하는 등의 개인의 성적 욕망을 억압했고, 소련에선 스탈린이 가족제도를 강화하며 개인의 성을 국가가 통제했기 때문이다.


  박정수 연구원은 “사랑, 노동, 지식은 우리 생활의 원천이다. 이것들이 우리 생활을 지배해야 한다”는 『파시즘의 대중심리』의 첫 구절을 읽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는 거창한 이념과 사상보다 일상 생활의 소소한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음 게르마니아 콜로키엄은 오는 24일에 아트센터에서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계몽의 변증법』을 주제로 오성균 교수(독어독문전공)의 발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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