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봄, 전체학생총회가 소집되었다는 소식에 총학생회를 도와 대운동장에서 총회 무대를 함께 쌓았던 기억이 난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추운 날씨에도 참여한 학우들 대부분이 저마다 등록금 차등 인상 등 학내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삼삼오오 모여드는 모습이 새내기의 눈에도 가슴 벅차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0년,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학생들이 대운동장에 모였다. 300명 정도가 부족해 아쉽게 성사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아쉽고 서운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동기들과 흑석동 어느 술집에 모여 진하게 술 한 잔 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2013년 4월 11일, 학생총회가 끝나고 다시 한 번 쓰디쓴 술잔을 털어 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려 7년 만의 학생총회 성사라는 벅찬 마음에도 왜 우리는 또 다시 안타까운 마음으로 쓴 술잔을 기울여야만 했을까.
 
  등록금이 인상되었을 때도, 학내 구조조정이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때도 성사되지 않던 학생총회가 성사되고, 2000명 가까운 학우들이 의혈기를 앞세워 입장하는 모습은 감동이었고, 장관이었다. 지난 2년 간 학우들의 권리를 지켜내는 데 소극적이었던 소위 ‘식물총학’이 만든 갈증이었을까. 예년과 다르게 학생총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녔던 총학생회와 각 급 학생회의 노력과 학내 문제를 내 손으로, 내 목소리로 해결하겠다는 학우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풍경이었다. 그러나 감동은 딱 거기까지였다. 학우들이 입장하고 총회가 성사되었으므로 개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긴장과 설렘도 잠시, 대표자들이 발언을 했고 요구안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었다. 그 것이 학생총회의 끝이었다.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을 수도 있다. 총회 전부터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학생총회에 모인 학생들과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장학금 문제와 등록금 인하, 구조조정 문제해결 같은 사안들이 투표 하나로 해결된다는 것은 어쩌면 환상일 것이다. 투표가 끝난 후 여기저기에서 “이게 끝이야?”라는 이야기가 들려왔고, 이내 이러려면 뭐하려고 모였냐는 허탈감이 우리를 지배했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리라. 총학생회에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는 학생총회에 학우들의 발걸음을 잡아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학우들의 투표만 진행할 예정이었다면 온라인 투표나 학생 총투표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많은 학우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하는 열망으로 모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대한 최소한의 항의 표시나, 학우들 간의 최소한의 토론도 보장되지 않은 학생총회는 7년 만에 열린 광장을 다시, 아니 오히려 더 굳게 닫아버리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이 총회의 ‘선언’만으로 학생총회에서 의결한 문제들이 해결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 학생들의 학생총회에 대한 인식은 굳어져버릴 것이다. “내가 가봤는데 투표만 하고 끝이야.” 혹은 “가봤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라는 정치적 회의들로 중앙대학교가 가득 채워지지는 않을까. 학생들의 힘으로 학내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학생자치’가, 그리고 학생들의 ‘광장의 정치’가 이대로 사라져버리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그리고 이 걱정을 기우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여전히도 학우들의 ‘참여’일 것이다. 학생총회 성사 자체만으로  학교를 바꿀 수는 없다. 학생총회, 그리고 학생들의 열망을 요식행위로 만들지 않는 것은 학우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각 급 학생회들의 구체적인 문제해결 방안 제시일 것이다.
 
박준성 학생 (정치외교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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