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이 예정돼 있었던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중산아파트. 아파트 벽면에는 ‘한강수가 혈수가 되도 내집 사수한다’, ‘우리는 여기서 살고 싶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사진 김순영 기자

 

 

 

 

 

 

 

 

 

 

 

지난 8일 코레일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청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31조 원 규모의 거대 프로젝트였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끝내 ‘막장 소송극’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시행사인 드림허브 프로젝트는 정부에 조정안을 제출했지만 결국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중대신문은 이번 주에 허재완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규모 개발 사업은 어떻게 진행해야 했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용산 개발 사업…누구의 잘못이고 무엇이 잘못됐나
② 최종 파산 앞둔 용산 개발 사업, 어떻게 했어야 했나

 

Q. 결국 코레일이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용산 개발 사업) 청산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 보나.
A. 사실상 정부가 코레일에게 손을 떼라고 한 거나 마찬가지다. 사업 진행은 더 이상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코레일의 재정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참여했던 민간 출자사 사업자들도 국정감사를 받거나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 소송이 시작되면 누가 얼마만큼 책임을 질지가 결정 나겠지만 대법원까지 간다고 예상하면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Q. 민간 출자사들은 아직 사업이 청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A. 용산 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드림허브)가 민간 출자사 전원의 동의를 받아 국토교통부 산하 ‘공모형PF사업 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하고자 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공모형PF사업 조정위원회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사업자들이 의견조율을 하지 못해 사업이 진행되지 못할 경우 갈등을 조절하기 위한 조직이다. 접수 기간이 아닌 데다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 거부 사유였다. 사실상 사업이 청산됐다고 봐야한다.


Q. 용산 개발 사업이 완전히 중단된다면 당장 출자금 1조 원이 허공에 날아간다고 들었다.
A. 사업이 진행되는 데 들어간 총 비용은 3조 9,172억 원 가량이다. 여기서 드림허브에서 마련한 초기 출자금은 1조 원 가량으로, 이 중 코레일이 2,500억 원을 부담했고 나머지 7,500억 원은 29개의 민간 출자사가 나누어 부담했다. 초기 출자금 1조 원의 가장 큰 문제는 ‘회수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서부 이촌동의 아파트 이외 부지를 샀던 비용, 사업 홍보 비용, 기본 설계 비용, 운영비용 등에 투입됐다. 용산 개발 사업이 청산되면 돌려받을 수 없는 매몰비용인 거다.


Q. 사업 진행 비용이 약 4조 원이라면 출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3조 원은 어디서 마련했나.
A.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직접 발행하는 채권인 사채(社債)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빌려 마련한 돈이다. 덕분에 약 4조 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거다. 여기에서 자본금 1조 원 가량을 제외하고 2조 4,000억 원은 드림허브가 토지대금으로 코레일에게 미리 지불한 돈이다. 코레일이 계약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토지대금으로 지급받은 2조 4,000억 원 중 5,400억 원을 미리 갚았다. 남은 금액 역시 드림허브에게 돌려줘야 한다.


Q. 언론에서는 용산 개발 사업을 청산할 경우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피해가 제일 심각하다고 말한다.
A. 사실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해당사자인 서부 이촌동 주민들의 참여 의사를 물었어야 했지만 애초 주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 거기다 서부이촌동이 통합 개발지로 편입되면서 인근 집값이 폭등하자 서울시가 부동산 거래를 막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말 그대로 주민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온 거다. 개발 진행이 지지부지 하는 동안 부동산 거래는 할 수 없으니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 시작했다. 일부 은행은 개발될 지역임을 고려해 시세보다 더 많은 금액을 빌려주다 보니 상황이 악화됐다.


Q. 서부 이촌동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가.
A. 용산 개발 사업과는 별개로 서울시가 서부 이촌동을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하기 위해선 주민들의 참여 의사가 필요한데 현재 ‘재개발을 해야 한다’는 측과 ‘재개발은 있을 수 없다’는 측의 의견 차이가 극렬하다.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보니 어떤 결정이 날지 모르겠다. 아예 지역사회가 분열됐다.


Q. 이번 용산 개발 사업 파산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A. 용산개발은 우리나라 부동산 거품경제의 완결판이다. 부동산 거품으로 쌓은 바벨탑이 무너진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최고였을 때는 150층의 바벨탑을 쌓을 수 있다고 누구든 믿었다. 그런데 그 거품이 꺼지면서 얼마나 허황된 꿈이었는지 사람들이 알게 되지 않았나.


Q. 단군 이래 최대 소송극이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A. 사업을 청산하게 되면 당연히 수 조원대의 소송전이 열릴 거다. 그렇다고 사업을 청산하는 것을 두고 한 쪽의 일방적인 잘못 때문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개발할 수 있다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믿었기 때문에. 사업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면 주민들이 서울시, 코레일, 민간 출자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지 않겠나. 서울시, 코레일, 민간 출자사들은 그들대로 소송을 진행할 거고.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소송극’으로 변하는 거다.


Q. 코레일 같은 공기업이 개발 사업에 뛰어 드는 것은 어떻게 보나.
A.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코레일은 철도 사업에 충실히 임해 적정 이윤을 쌓고 다시 또 필요한 철도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근본적인 업무다. 본연의 업무를 잊고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고 완전히 주객이 전도돼서 코레일이 휘청거릴 만큼 문제가 되지 않았나. 코레일이 너무 욕심을 부렸다.


Q. 그렇다면 이런 대규모의 개발 사업은 애초 어떻게 추진했어야 했나.
A. 교과서적인 선진국 사례를 보면 이렇게 대규모 개발 사업의 경우 시(市)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사실 당연한 거다. 개별사업이긴 하지만 그 사업이 주변 일대에 영향을 계속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원조달 문제나 주민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시 당국이 나서서 감시하는 거다. 필요할 때는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Q. 시 당국의 개입이 중요하다는 얘긴가.
A. 그렇다. 미국의 경우에도 대규모 재개발 문제가 있을 때는 민간이 주도를 하긴 하지만 시 당국이 일종의 사업파트너로 개발 사업에 참여를 한다. 필요할 때 도움을 주기도 하고 감시도 하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거다. 물론 이해관계자들을 꾸준히 설득시키는 작업도 중요하다. 특히 주민들에게 참여의사를 묻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Q. 그렇게되면 주민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 아닌가.
A. 물론 길어진다. 일본에도 롯본기힐즈라는 아주 유명한 재개발 지역이 있다. 이곳을 개발하기 전에는 불과 400가구밖에 안됐다. 이 400가구를 설득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만 1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주민들이 동의를 해줄 때까지 개발을 시작하지 않았던 거다. 이런 대규모 개발 사업은 조급하게 진행하면 안 된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 이런 대규모 개발 사업을 하기엔 자본시장이 취약하다는 데 있다.


Q. 일본은 다른가.
A. 일본 시장만 하더라도 엄청난 경제성장으로 축적한 자본이 많다. 금리도 매우 낮다. 일본이 롯본기 힐즈 개발 사업을 할 때 금리는 거의 제로금리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금리는 아직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금리를 다 부담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종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이해관계를 잘 조율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꾸 수익을 내기 위해 사업에 속도를 붙이게 되는 거다. 결국 주민반발이 생기고 사업이 늦춰지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부동산 금융시장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진행된 용산 개발 사업은 ‘부동산 붐’에 들떠 시기적으로 너무 빨리 추진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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