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트와 독일관념론>을 강의하는 맹주만 교수.

철학은 ‘천재들의 학문’처럼 신성화되고 범인들에겐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사실 철학은 가장 보편적인 학문이다. 자신의 세계관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철학의 목적이고, 이는 누구나 가능한 것이다. 철학은 혼자만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철학이 쉬운 것은 분명 아니다. 자신의 세계관을 알기 위해선 타인의 세계관을 이해해야 하고 논리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철학자들 중에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손꼽히는 사람은 단연 독일관념론의 중심적 인물인 ‘칸트’. 그럼에도 칸트의 철학과 독일관념론에 도전장을 내민 교수와 학생들이 있다.


  철학과 전공 수업인 <칸트와 독일관념론>의 목적은 칸트의 사유 방식을 논리적으로 해석해보고, 학생들 각자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나가는 것이다. 이 수업을 듣기 위해선 예습은 필수다. 수업에 있어 지식은 전제된 것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는다. 이 수업을 맡고 있는 맹주만 교수(철학과)는 “지식을 배울 것이었으면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 된다”며 “수업시간엔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자신의 세계관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청강했던 날엔 ‘Ich denke(나는 사유한다)’라는 칸트 철학의 중심 사유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칸트는 ‘경험에 의해 형성된 자기의식으로 외부 사물을 인식한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유하면서도 개인의 사고는 각자 정립된다고 주장했다. 칸트의 생각처럼 교수와 학생은 따로, 또 같이 생각을 나누고 있었다.


  맹주만 교수는 학생들에게 ‘필기는 하지 말아라’고 말한다. 필기를 하는 동안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답은 교수의 설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 교수의 말은 하나의 해석, 하나의 세계관일 뿐이다. 모든 학생에겐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은 대치될 수도, 때론 비슷할 수도 있다. 이들이 토론을 한다고 해서 생각이 비슷해지거나 수렴되는 것은 아니다. 2500여 년 전부터 계속된 철학적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칸트와 독일관념론>을 청강했지만 수업내용은 어렵고 생소했다. 결국 철학의 기초가 없던 기자는 그날 수업내용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에게 이날 수업을 듣고 난 소감을 물었다. 학생들은 모두 “어렵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전공 중에서도 어렵다고 손꼽히는 이 수업을 듣는 이유는 뭘까. 한 학생은 “칸트 철학이 어렵긴 하지만 교수님이 예시와 비유를 들어 쉽게 설명해주셔서 이해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맹주만 교수는 “한 학기동안 수업을 들었다고 칸트 철학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며 “그럼에도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듣는 이유는 철학도로서의 도전의식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맹주만 교수는 “철학적 사유는 철학이 아닌 다른 학문을 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철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도 복수전공을 통해서라도 철학을 배우는 것을 권장한다. 어떤 학문을 하더라도 학문을 하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학문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