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상표 동문(연극전공 09학번)이 영화 속‘말다리인데?’장면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사진 박가현 기자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가 흥행하고 있다. 촬영은 어땠나.
“일찍이 스텝 일부터 함께했다. 숙소에서 쓸 이불을 빌려 오거나 의상을 구해오기도 했고 무거운 장비들을 나르기도 했다. 특히 촬영을 한라산에서 했는데 눈이 내려서 춥고 동상도 걸리는 등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도 촬영하면서 4.3사건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고 그 자체로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지슬>이 상도 많이 받았는데 영화관계자들에게 연락이 많이 오진 않았나.
“엄청나다.(웃음) 촬영이 끝난 후 사실 이 영화가 잘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감독님이 독립영화계에서 유명하시기는 했지만 워낙 저예산 독립영화였기 때문에. 그런데 상도 많이 받고 9시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이슈가 됐다. 주변에서‘홍상표 떴다’는 얘길 많이 했는데 사실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다.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야하나 흔들리기도 했는데 우선은 연기를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흔들리지 않고 차분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출생이 제주도던데 4.3사건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나.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4.3사건에 대해 듣기만 했었지 구체적인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중앙대에 편입하기 전엔 제주대학교에 다녔는데도 몰랐다. 정신적 외상은 3대를 간다고 한다. 내가 딱 3대째인데 나 또한 4.3사건의 피해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인상 깊은 장면을 하나 꼽는다면.
“예고편에도 나오는, 총알도 피할 수 있을 만큼 빠르다며 우스꽝스럽게 다리를 들던‘나, 말다리인데?’장면이 제일 좋다. 신체 코미디 같은 건데 미국에서도 이 장면에서 빵터졌다고 들었다. 4.3사건이라고 해서 영화를 무겁게만 느끼시는 분들이 많다. 사실 역사적 사실을 투고한다는 의미보다는 당시 주민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역설적으로 재미있게 다루고자 한 시도였다. 내 역할이 영화에 재미를 줄 수 있는 역할이어
서 굉장히 뿌듯하다.”


-원래 제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던데 연극으로 전공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나.
“사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항상 동네에서, 학교에서‘제일 웃긴 놈’으로 통했다. 주변에서 코미디언이 되라는 말도 많이 했는데 내가 워낙 무대체질이니까 딱히‘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던 중 영국에 가서 연극, 뮤지컬 같은 공연을 봤는데 그 순간 전율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저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있었고. 영국에서 배우 에이전시에서 일하기도 했고 한국에 와서 제주도 극단에서 연기도 해봤다. 그리고 중앙대에서 연극전공을 하게 된 거다.”


-지금은 배우라는 꿈을 이루게 됐는데.
“꿈을 이룬다는 말은 싫다. 꿈을 이루려고 달려가기보다는 즐기고 싶다. ‘내 장래희망은 무엇이다’고 정해놓고 갇혀 사는 것 보다는‘변화’를 쉽게 받아들이며 살고 싶다. 공연에서의 나, 지금처럼 인터뷰하는 나 모두 다르고 계속 변하는데 굳이 내 꿈을 한정 짓고 싶지는 않다.”


-이번에 수석졸업을 했던데 기분은 어떤가.
“졸업장이 난리가 났었다. 단상에 올라가는데 온 졸업생들이 내 이름을 외쳤다. 부모님께서도 너무 자랑스러워하셨다. 어머니가 온 동네에 자랑하셔서 집에 가는 중 삼촌, 고모, 할머니 등 친척들에게도 계속 축하 문자가 왔다.”


-앞으로의 계획은.
“2년 전부터 하고 있는 연극‘소라별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 소라별 이야기는 텍스트가 따로 없는 상태에서‘서정적인 시골 소년’이라는 최소한의 연출만으로 학생들이 직접 만든 연극이다. 150회 정도 해서 지겹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내가 만든, 내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해내고 싶다. 물론 지슬을 통해서 새로운 작품이 들어온다면 또 하고 싶다. 장르는 멜로 영화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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