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불리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애초 총 31조 원 규모의 예산이 예정됐었지만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가 59억 원의 이자를 갚지 못해 결국 채무 불이행 선고를 받은 것이다. 2006년 처음 사업이 구상될 때까지만 해도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누구의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인가? 중대신문은 허재완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와 함께 2주에 걸쳐 용산개발의 현실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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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 용산 개발 사업…누구 잘못이고 무엇이 잘못됐나
② 물러날 수 없는 용산 개발 사업…어디로 가야하나

 

Q.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용산 개발 사업)이 어떻게 추진된 건지 궁금하다.
A. 애초 용산 개발 사업의 목적은 코레일의 만성적인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하면 적자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대안으로 나온 것이 사용하지 않고 소유만 하고 있던 용산 철도 기지창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자는 거였다. 그 땅에 아파트도 짓고, 고층건물도 지어서 자신들의 부채를 해결하려고 한 거다. 이때가 2006년인데 당시 부동산 경기가 매우 좋다보니 건설업자들도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건설업자들끼리의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원래 땅값보다 몇 배는 비싼 땅값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Q. 부동산 거품이 있었다는 말인가. 거기에다 서울시가 사업의 규모를 더 확장했다고 들었다.
A. 그렇다. 부동산 거품까지는 괜찮았다. 2006년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었다. 한강 주변 일대를 개발해서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였는데, 코레일과 민간 사업체에서 용산에 개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하자 서울시가 서부이촌동까지 사업의 범위에 넣자고 제안했다. 용산역 밑에 위치한 서부이촌동은 동부이촌동에 비해서 낙후됐었는데 이쪽까지 재개발해서 국제적 명소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150층에 이르는 초고층빌딩부터 그 일대에 거대한 상권과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로 몸집이 커진 것이다.


Q. 초고층 빌딩을 지으려면 그만큼의 수요가 있어야 하지 않나. 초기에 계획했던 개발규모가 서울시 전체 상권과 맞먹을 정도로 과도한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있다.
A. 당시에도 그런 우려는 있었지만 그냥 밀어붙였다. 다국적 기업들이 사용할 오피스를 짓는다거나 비싼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어 소득수준이 높은 시민들이 입주하게 되면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과다추정일 수도 있고 장밋빛 전망일 수도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사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당시 일부 시민단체에서 너무 과도한 욕심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소수의 의견이었다.


Q. 용산 개발 사업이 위기에 내몰린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A. 서울시의 개입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코레일이 부동산 사업을 한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용산 개발 사업이 최종 부도날 경우 코레일의 철도 산업에 지장을 줄 만큼 자본잠식이 심해진다. 그래도 코레일 선에서 사업계획이 끝났다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거다. 서울시가 참여하면서 서부이촌동의 2,200가구 주민들이 이해관계자로 바뀌었다. 한 가구당 평균 4명씩이라고 가정해도 8,000명이 넘는다. 결국 사업의 성격이 8,000명이 넘는 서울시민의 재산권까지 걸린 문제로 바뀐 것이다.


Q. 재개발을 한다고 하면 서부이촌동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 아닌가.
A. 문제는 사업을 시작하려면 2,200가구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상을 얼마만큼 해주겠다, 이걸 조정하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애초 용산 개발 사업 계획에서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일단 사업을 추진하고 동의를 구하려다 보니 쉽지 않은 거다. 2005년에 완공된 아파트를 2007년에 다시 허물라는 통보를 받은 아파트 주민도 있는데 어떻게 재개발 사업을 반길 수만 있겠나. 2,200가구 중에는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상가 주민들도 있는데 재개발 기간 동안 잃게 될 사업상의 손실은 평가하기가 더 어렵다.
Q. 이해당사자임에도 사업 결정에서 배제됐다는 말인가.
A. 그렇다. 이해관계가 첨예함에도 사업을 빨리 추진하기 위해 강제철거까지 했다. 용산참사도 이러한 맥락에서 생긴 것 아니겠나. 용산참사의 희생자들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이 해소되면서 희생됐다고 볼 수 있다. 용산참사의 근본적인 원인도 결국 용산 개발 사업과 무관하지 않다.


Q. 일부는 지역민의 과도한 지역이기주의가 문제가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A. 용산 개발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삼성, 롯데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업체들이었다. 보상금을 적절한 수준에서 받고 동의를 하면 됐지만 욕심이 생겨 보상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합의를 안 해준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는 모든 재개발 사업에서 흔히 나타난다.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용산 개발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


Q. 서울시장이 바뀌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 개발 사업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A. 물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부이촌동 지역을 용산 개발 사업에 끌어들인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렇지만 오세훈 전 시장이 주도했든 누가했든 서울시가 만든 문제니까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간이 주도한 사업이니까 공공기관인 서울시는 할 일이 없다’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서울시가 일을 이렇게 크게 벌여놨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서울시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제를 확대시켰음에도 결자해지를 하지 않겠다니까 비판을 받는 것이다.


Q. 얽혀 있는 문제가 많은 것 같다. 또 다른 사업 실패의 원인으로 민간사업자들을 지목하기도 하던데.
A. 처음 사업을 추진할 때는 사업성이 좋아 보이니 여러 건설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땅값을 부풀려서 제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땅값이 대폭 하락하니 민간 사업자들이 ‘이 사업 못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결과적으로 땅값은 있는 대로 부풀려놓곤 발을 빼려던 거다.


Q. 용산 개발 사업이 민간사업자들의 경쟁을 일으킬 만큼 가치가 있는 사업인가.
A. 경합을 벌이는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이렇게 큰 개발 사업을 따게 되면 10년 정도는 일거리가 생기니까 일거리 마련이라는 차원에서 많은 사업자들이 욕심을 낸 거다. 두 번째는 용산 개발 사업의 기조가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이 아니었던가. 건설회사의 자존심, 명예싸움 측면이었다. 이런 게 얽히다 보니 기존의 땅값보다 훨씬 더 높은 무리한 땅값을 제시했다. 그 다음에 사업의 전망이 안 좋아질 것 같으니 총알처럼 도망갔고.


Q. 용산 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드림허브)는 어떤 역할을 했나.
A. 드림허브는 용산 개발 사업에 참여한 각종 조직들이 만든 회사로서 투자자의 역할을 한다. 용산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금융조달 문제다. 사업을 하려면 시민들에게 보상금도 줘야하고 건물도 다시 지어야 하고 사업을 이끌어 갈 운영비도 필요한데 참여한 업체들이 수십 개가 되다보니 서로 협의가 안 되는 거다. 이런 대규모 공사는 공사기간이 길어질수록 은행금융비율이 높아져 수익률을 올리기가 어렵다. 드림허브의 지분율은 코레일이 25%, 민간사업자들이 70% 정도로 대표는 민간사업자가 맡고 있다. 의사결정을 신속히 진행해야 했지만 경영진들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현 경영진들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Q. 결국 모두의 잘못인가.
A. 모두가 자유로울 수는 없다. 너무나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었다. 나름대로 모두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용산참사, 드림허브의 채무 불이행까지 발생한 것 아니겠나. 이해관계자들도 많지만 사업비 역시 너무 많이 든다. 사업비만 약 31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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