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욕에 다녀왔습니다. 홀로 떠난 여행은 매력적이었지만 끼니를 때우는 데 꽤나 고생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햄버거였습니다. 패스트푸드 가게엔 저처럼 혼자 먹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괜한 욕심에 맨하튼에서 가장 유명한 햄버거 집을 택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가게는 함께 온 사람들로 넘쳐났고, 들어오는 손님마다 삼삼오오 짝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출입문 너머까지 이어진 손님들의 행렬 앞에 홀로 테이블을 차지한 저는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 때 지난 날 한 선배의 충고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밥인데 뭐, 살자고 먹는 건데 남 신경 쓰지마.” 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기엔 저는 너무도 다른 손님이었습니다. 다들 대화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사람들은 맛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기억을 공유하고, 유대를 쌓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살자고 먹는 밥이 아니었던 것이죠.
 
  ‘밥’은 이제 한 사회의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람들의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음식이 개발됐고, 이젠 식생활도 하나의 중요한 문화가 됐습니다. 더 이상 배가 고파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음식을 먹느냐,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보릿고개를 겪던 대한민국은 요즘 넘쳐나는 먹거리 앞에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어느덧 ‘먹기 위해 산다’는 말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쏟아지는 음식 앞에서 우리 사회의 ‘밥’의 의미는 자연스럽게 ‘관계’의 의미로 변화했습니다.  
 
  ‘밥 한번 먹자’의 의미는 곧 ‘사람을 만나 의미있는 시간을 갖자’는 뜻이 됐습니다. 이제는 한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식사는 이뤄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끼린 함께 밥을 먹으며 지난날의 추억을 돌이켜보고 우정을 또 한 번 다집니다. 세일즈맨은 자신이 파는 물건을 설명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객과 밥을 먹곤 합니다.
 
  이번주부터 중대신문은 중앙대 학생들의 먹거리에 집중합니다. 음식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대신문도 중앙대 학생들의 먹거리를 살펴보고, 요즘 학생들의 식문화와 생활패턴을 분석해 볼 생각입니다. 학생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잘 챙겨먹지 못한다면 어떤 이유 때문인지 등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식사’에 물음표를 찍겠습니다. 혹자는 의아해 할 수도 있겠습니다. 먹는 것은 물음표를 붙이기엔 너무도 당연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연한 것에 질문하겠습니다. 그리고 느낌표를 찍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밥은 더 이상 ‘밥’의 의미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늘 먹은 음식이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잣대가 됐습니다. 무엇을 먹느냐가 한 사람의 경제적 수준을 반영하고, 누구와 먹느냐는 한 사람의 기대와 목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독자들에게 묻겠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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