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대신문(1787호) ‘구슬기자의 아는 척 하기’를 보신 분이라면, 국민연금을 죽을 때까지 받는다는 게 의아하셨을 겁니다. 65살부터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낸 돈이 5천만 원이라면, 의학기술이 날로 좋아져 100살까지 살게 된다면, 매달 50만 원씩 죽을 때까지 총 2억 천만 원을 받게 될 테니까요. (왜 매달 50만 원 씩 받게 되는지는 지난 주 기사를 참고하세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2억 천만 원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100살까지 산다면 말입니다.


내가 낸 돈보다 더 많이 받는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선 ‘수익비’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수익비는 가입자가 평생 부담하는 보험료의 총액과 나중에 받게 될 연금의 총액을 비교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모든 금액은 특정 시점의 현재 가치로 환산하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2천만 명 중 평균적인 소득을 가진 ‘슬이’의 소득이 월 200만 원이고 가입 후 2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했다고 합시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9%고 이 중 4.5%는 고용주가, 나머지 4.5%를 개인이 부담하게 되므로 슬이는 9만 원을 매달 납부하게 됩니다. 9만 원을 20년 동안 납부했으니 총 2,160만 원을 납부한 셈이네요. 여기에 사용자가 내는 9만 원도 슬이의 보험료에 포함되니 슬이는 20년간 총 4,320만 원을 납부한 것입니다. 월 9만 원의 보험료를 납부한 슬이는 65살부터 연금이 지급되는데요. 매달 42만 원씩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지급됩니다. 연금을 받기 시작하고 20년을 살게 됐다면 8,400만 원을 받게 되는 겁니다. 만약 연금을 받기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죽게 되고 배우자가 없다면 유족연금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슬프지만 이 경우에는 낸 돈보다 덜 받게 되겠네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슬이가 납부한 보험료의 총액은 4,320만 원이고 20년 동안 살게 된다면 8,400만 원을, 25년을 살게 된다면 1억 5백만 원을 받게 되는 겁니다. 수익비는 연금총액을 보험료 총액으로 나누고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값인데요. 20년 동안 살았다고 가정하면 슬이의 수익비는 (8,400만 원÷4,320만 원)으로 수익비는 대략 1.9가 됩니다. 사용주가 내주는 연금보험료 절반을 슬이가 낸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 (8,400만 원÷2,160만 원), 즉 2배인 3.8이 되네요. 2,160만 원만 내고 8,400만 원을 가져간다니, 이거 참 놀랍지 않나요? 오래 살면 살수록 더 많은 연금액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의하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은 184만 원에 가깝습니다. 이 사람들의 수익비는 1.8이구요. 즉 낸 돈보다 평균적으로 0.8배를 더 많이 받아가는 겁니다. 생애 평균 소득 값이 50만 원인 저소득층의 수익비는 무려 4.2입니다. 낸 돈보다 무려 3.2배를 더 가져가는 겁니다. 360만 원을 버는 고소득층의 수익비도 1.4로 낸 돈보다 0.4배 더 가져갑니다.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면 누구나 더 받게 됩니다.


김연명 교수님의 말을 살짝 빌리자면, “국민연금은 오래 사는 것에서 파생되는 소득불안의 위험에 사회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라고 하네요. “인류역사상 노인의 집단 빈곤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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