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 폭력이 만연하면서 근본 원인으로 왕따 현상을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자살하는 비극적 결말과 가족 붕괴에 대한 보도는 많지만, 사회문화적 병리는 상투적이고 피상적인 해법 제시에 그치고 있다. 며칠 전 대구에서 자살한 학생의 유서를 보면 CCTV 증설, 교내 감시인력 증원, 담당교사와 부모의 높은 관심도 소용없어 보인다. 왕따 현상의 발생과 지속성에 대해 제도적 접근으로 원인 분석을 해보려 한다.   제도경제학적 접근 방법은 경제현상을 분석할 때 제도의 정착과 체제의 지속성에 대하여 역사적 지리적 맥락을 고려해 경제현상을 분석하는 것이다. 마피아의 출현과 성장과 확장에 대한 제도적 분석이 있는데, 왕따 현상의 발생과 지속과 확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Bandeira(2003)에 따르면 마피아는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서 출현했는데 사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비밀 조직이다. 당시 이탈리아의 불공정한 토지 개혁으로 인한 부의 불균형, 공권력의 공백으로 인하여 치안, 재산권 보호와 같은 공공재의 결여, 다수의 소작농을 착취하는 중산층의 과욕 등이 배경이다. Dimico et al(2012)는 독점적인 경제구조를 근본 원인으로 봤다. 토지의 생산성 차이로 인해 초래된 불완전 경쟁은 소수의 독점 오렌지/레몬 재배 농가를 만들었다. 이들이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공권력에 의지하기 보단 사적 보호에 의지하게 돼서 마피아가 출현하고 성장하고 정착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후에 공권력이 회복되고 작동하게 됐을 때도 마피아는 지속됐다. 마피아의 영역이 줄어도 마피아 조직은 생명력을 유지하고 번창했다. 그 이유는 마피아가 제공하는 사적 보호 서비스가 계속 필요한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피아의 수입원은 사적보호 이용자들이 지불하는 비용과 비이용자에 대한 갈취다. 공권력에 의한 보호 영역이 확대되면 비이용자에 대한 갈취가 어려워진다. 이때 마피아가 이익을 유지하는 방법은 기존의 사적 보호 제공 영역을 줄이는 것이다. 즉 기존에 사적 보호를 받는 농가들 중에 희생양을 만들어 나머지는 경쟁을 하게 만들어 사적 보호의 가격을 높이는 것이다. 공적인 보호가 확대돼도, 마피아가 지속되는 이유다.
 

  왕따 현상도 마찬가지다. 따돌림이 시작되면 구성원 사이에서 자신이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것이 두려워 선제로 다른 누군가를 낙인찍어 왕따 현상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왕따 현상은 공정한 교권이 강화돼도 지속될 수 있다. 더구나 공정성이 결여된 교사들에게 교권 강화를 통해 강제권을 부여하면 오히려 왕따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우리 현대사를 살펴보면 무분별한 낙인찍기를 이용해 사회적 왕따를 확대 재생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북한의 경제력이 강할 때는 빨갱이. 간첩으로 낙인찍고, 북한의 경제력이 약해진 최근에는 ‘종북주의자’라는 수사를 사용해 왕따 현상을 지속하려고 애쓰는 집단이 있다. 공정한 공권력이 확대돼도 폐해가 지속되는데 공정성이 결여된 공권력의 확대가 가져올 폐해는 不問可知이다. 사실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왕따 현상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에 진행됐던 왕따 현상의 미시적 반영이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선 공정한 시민의식을 발동해 공정한 공권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런 낙인찍기를 제거하면 왕따 같은 사회 병리현상을 없앨 수 있다. 히틀러가 창출한 나치당은 처음에 공산주의자를 죽이고, 사회주의자를 죽이고, 유태인을 죽이고, 끝내 전쟁을 일으켜 독일인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방관하고 있으면 결국은 우리가 희생된다.

송수영 교수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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