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민달팽이 유니온은 14개 대학과 연대해 착한 기숙사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 민달팽이 유니온②유럽의 협동주택마을. 사진제공 wikimedia commons ③정릉동에 위치한 대학생 전용 임대주택 희망하우징의 모습. 사진제공 서울시

① 대학생 대안주거를 찾다

지원대상 한정돼 있는
대한민국 주거정책

폭넓은 주거제도와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답


  온통 정치로 술렁였던 지난해를 돌이켜보자. 너나 할 것 없이 복지를 외치던 그 아우성 속에서 ‘대학생 주거권’은 어디에 있었는가. 반값 등록금이 대학가를 점령할 때 대학생 주거권은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주거권은 등록금만큼 ‘생활밀착형’ 고민이건만 좀체 들어주는 이가 없다. 대학도 무심하기만 하다. 지난해 서울시 주요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최소 6%에서 최대 20% 수준이었다. 그나마 서울시를 비롯한 각 시·도에서 하나둘 주거난 해소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이다. 재작년 정부 차원에서 선보인 ‘전세임대주택제도’와 서울시가 제공하는 ‘희망하우징’이 대표적인 대안주거로 손꼽힌다.


  저금리로 전세금 빌려주는 전세임대주택제도= 가장 잘 알려진 대안주거로는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실시하는 전세임대주택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대학생이 원하는 전세방을 찾아오면 LH가 주택 소유주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대학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의 대학생들은 연 2~3%의 저금리에 최대 7,000만원의 전세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세임대주택제도가 실시된 지 1년,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전세 대란, 월세 폭등의 손길이 구석구석 뻗친 대학가에선 전세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올해 전세임대주택제도를 신청했다 ‘선정탈락’의 고배를 마신 안성현씨(가명)는 “자취방의 높은 가격 자체가 문제인데 주택을 지원하는 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오히려 전세금을 지원하는 이 제도 때문에 전셋값이 더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월세가 단돈 10만원대인 희망하우징= 서울시 차원에서 제공하는 ‘희망하우징’도 떠오르는 대안주거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희망하우징은 서울시가 대학 인근의 다가구 주택을 매입하거나 원룸을 재건축해 대학생 전용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임대보증금은 100만원, 월세는 최소 6만원선에서 최대 16만원선으로 저렴하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희망하우징은 가격·시설적 측면에서 대학가 원룸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췄지만 입주는 쉽지 않다. 아직 각 대학가에 골고루 공급된 단계가 아닌 탓에, 해당 구에 희망하우징이 없는 학생들은 다른 구에 있는 희망하우징에 입주신청을 해야 한다.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기를 선호하는 ‘거리 중시형’ 대학생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야 대학생 주거권이 현실에 등장한 우리나라는 그만큼 주거제도가 미흡하다. 가장 폭넓게 시행 중인 전세임대주택제도조차 최근까지 손질을 거쳤을 만큼 아직 완전히 정착된 단계는 아니다. 주거난을 해소할 대안주거를 찾기 위해 대한민국 밖으로 눈을 돌려봤다.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유럽에서는 아파트 쉐어가 ‘흥’하고 있었고, 가까운 일본에서는 학생회관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기숙사가 대학생들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고 있었다.


  프랑스, ‘꼴로까씨옹’부터 주거보조비까지= 지난해 교환학생으로 선발된 손영현씨(정치국제학과 2)는 현재 프랑스 릴(Lille)에 거주 중이다. 손씨는 프랑스인 세 명, 한국인 한 명과 함께 방 다섯 개가 있는 아파트를 나눠 쓰고 있다. 이렇게 남녀 구분 없이 여러 사람들과 아파트나 집 한 채를 공유하는 주거형태를 ‘꼴로까씨옹(colocation)’이라 한다. 여러 명이 함께 거주하지만 우리나라의 동거와는 그 개념이 다르다. 각자의 방이 따로 있고 주방이나 화장실 등만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공동 세입자인 ‘꼴로까떼르(colocataire)’와는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번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복지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프랑스는 학생 신분의 모든 이들에게 주거보조금(all ocation)을 지급한다. 주거보조금은 대개 주거비용의 1/3 수준이며, 소득분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프랑스 복지제도의 ‘넓은 품’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학생 신분의 유학생에게도 동일한 주거보조금을 지급한다. 


  독일, 아파트 쉐어가 대세=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등록금 반값을 외치며 촛불 수만 개를 밝혔을 때, 독일에선 무상교육이 ‘진리’로 통했다. 놀랍게도 독일의 대학은 대부분이 국립인데다 학비를 전혀 받지 않는 까닭이다. 기숙사 역시 도시 곳곳에 마련돼 있지만 수용인원은 제한돼 있어 대부분의 학생들은 따로 방을 얻어 생활한다. 프랑스의 ‘꼴로까씨옹’처럼, 독일에서도 아파트 쉐어가 대세다. 이른바 거주공동체(Wohn gemeinschaft, WG)다. 서너 명의 학생들은 거주공동체를 구성해 함께 집을 빌린다. 사람 수대로 집값을 쪼개 부담하고, 방 대신 다른 공간은 모두 공유하는 형태다. 대학의 학생회에선 캠퍼스 밖의 거주공간을 알선하기도 한다.


  일본, 캠퍼스 밖 기숙사 ‘학생회관’= 일본 대학생들의 거주 방식은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방값은 우리나라보다 비싼 축에 속하지만, 맨션이나 원룸 등 주택 형태가 다양하다. 그 중 주목할 만한 것이 캠퍼스 밖 기숙사인 ‘학생회관’이다. 학생회관은 대학 차원에서 직접 운영하진 않지만 전문 기숙회사와 별도의 협약을 맺어 운영된다. 대부분의 학생회관은 매끼 식사를 기본적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남녀 건물을 따로 확보하고 있다. 학생회관은 저렴한 가격에 ‘나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체로 각 지역의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방값이 반값?

  서울시에선 다양한 형태의 저가 기숙사가 첫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엔 월세 19만원 수준의 연합기숙사가 서대문구 홍제동에 문을 연다. 연세대, 이화여대를 비롯한 16개 대학 재학생 중 저소득 가구와 지방 출신 대학생이 우선 입주하게 된다. 지난 18일엔 서울시와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잡은 지방학사 ‘희망둥지 대학생 공공기숙사’가 착공됐다. 희망둥지 공공기숙사 역시 내년 3월 완공될 예정이며 순천시, 태안군 등 7개 지방출신의 대학생 366명이 입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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