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화창한 봄, 중앙대 서울캠 루이스가든(과거, 약대 앞 잔디밭)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최루탄 냄새 가득한 바람이 불고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쬔다. 그들은 잔디에 드러누워 책을 펼치고 의견을 나눈다. 그로부터 32년이 지난 2013년 오늘, 그때 그 학생들 중 한 명은 서울캠 학생지원처 사무실에 앉아 있다. 사무실의 가장 안쪽 방, 벽에는 국토대장정이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는 포스터들이 있고 그 아래에서 밝게 웃는 한 사람, 서울캠 학생지원처 김남원 팀장이 있다. 세월이 변하고 상황도 변했지만 여전히 중앙대와 함께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중앙대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26년째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학생지원처에서만 세 번째 일하고 있으며 일한 지는 17, 8년째다. 가히 ‘학생지원처의 대부’라고 부를 만하다. 학생지원처 일은 다른 부서보다 학생들과의 만남이 잦다. 그는 직접 국토대장정, 봉사활동에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면서 좀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눈을 감고 이때까지의 일을 기억해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가장 뿌듯한 활동은 인도네시아 우나스 대학에 지원하는 해외봉사단 일이다. 우나스 대학은 한국어과를 제외하고는 모두 4년제다. 한국어과는 전공관련 책이 만 권 이상 구비돼 있어야 하며 전임강사가 두 명 이상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3년제로 남아 있다. 그는 이 사연에 안타까움을 느껴 봉사를 결정했으며 우나스 대학 한국어과가 4년제가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 봉사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책 2,500권을 보내줬고 중앙대 학생들을 정기적으로 파견했다. 중앙대 학생들은 우나스 대학의 학생들과 2주 정도 함께하면서 어학봉사와 문화교류를 한다. 이 봉사활동을 함께했던 두 학생은 거기서 희열을 느끼고 육 개월간 더 봉사하겠다며 휴학계를 내기도 했다.
 

  반면에 그는 1994년 여름, 친하게 지내던 사범대 학생회장을 가장 안타깝게 기억한다. 농촌봉사활동 전날에도 열심히 준비하던 학생이었다. 그는 그 모습이 기특해 응원차 점심을 사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농촌봉사활동 당일, 그 학생은 빗길에 미끄러져 도로 사이에 다리가 끼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김남원 팀장은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갔지만 방법이 없었다. 결국 다리를 절단하고 말았다. 체육교사를 꿈꾸던 그 학생을 김남원 팀장은 쉽게 잊을 수 없다.
 

  중앙대와 함께한 32년, 그 세월만큼이나 많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정(情)으로 숙성됐다. 그는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한다. “지금의 학생들은 학점관리, 자격증 및 어학성적 취득과 같은 스펙 쌓기에 몰두합니다. 하지만 진정 보람 있는 삶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를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고 말하며 학생들이 교내외의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제도를 활용하기를 당부한다. 즉, 그가 생각하는 대학생의 정(正)은 다양한 경험으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선배로서 직원으로서, 정(情)이 든 그는 오늘도 학생들을 위한 정(正)에 대해 생각하고 정(正)을 실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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