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자가 있는데, 자꾸 이러면 안 되는데.’ 박진영의 ‘난 여자가 있는데’라는 노래의 일부다. 애인이 있는데 친구에게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고 말한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뻔할 것이다. “있는 사람이 더하다니까, 정말.” 그런데 여기, 장난 혹은 이상한 소리로 들릴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연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지난 19일 저녁 법학관 301호에서 사회과학대 여성주의 학회 ‘사이’가 연애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첫 번째 ‘수다회’를 열었다. 15명의 참가자들 중엔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 성소수자도 참여해 ‘수다’의 깊이와 폭을 확장시켰다. 이번 수다회는 다자연애, 스킨십, 성별이 다른 선후배 간 호칭의 문제, 동성애, 연애의 필요성이란 5가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은밀하고도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1:1 연애가 아닌 여러 사람과 하는 ‘다자연애’를 주제로 첫 수다가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다자연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자연애를 반대하는 참가자들은 “다자연애는 연애의 기본 원칙인 신뢰를 깨뜨린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애인과 합의하에 다자연애를 하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애인은 몇 명 이상이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제재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퀴어문화가 성적으로 문란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만이 아니라 퀴어문화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다자연애를 하게 된다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상상해보고 실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날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동성애였다. 실제로 동성연애를 하고 있음을 밝힌 한 참가자는 “동성애 중에서도 계급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이 그 속에서도 소수자를 차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성동성애자와 여성동성애자는 모두 이성애 중심사회에서 소수자이지만 여성동성애자들은 그 속에서도 차별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성동성애자들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사회적 거부감을 줄여나가는 사이 여성동성애자들은 소외되고 있다.


  이외에도 ‘스킨십을 어디까지 해야 할지 모른다’는 주제와 ‘남자 선배를 오빠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연애를 해야만 하나’라는 주제로 수다는 이어졌다. 수다회는 서로를 설득하기 위한 논쟁의 장이 아니었다. 단지 연애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공감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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