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 김기봉 교수가 ‘인문학 융복합’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영화에서 인문학을 만났다
인문학이 융합의 나침반이 될 것

  지난 22일 인문콘텐츠학회와 중앙대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이 ‘인문학 융·복합’을 주제로 콜로키엄을 개최했다. 이번 학술행사는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인 김기봉 교수(경기대)가 ‘융합의 시대 인문학의 정체성과 역할’이란 주제로 준비한 발제와 인문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자유토론으로 이뤄졌다. 이번 학술 행사는 융합의 시대에 인문학의 위치를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융합의 시대’는 지식의 대통합이 이뤄지는 시기라는 의미다. 흔히 ‘통섭’이라는 말로 알려졌기도 하다. 김기봉 교수는 “근대에 들어서야 지식을 세분화하고 분류하기 시작했다”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융합의 움직임은 본래 학문의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융합은 학문 간 교류와 소통이 끊어진 것을 다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기봉 교수는 현재의 융합이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학문 분류가 명확하지 않아 융합된 학문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융합을 하기에 앞서 학문 분야의 재설계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하지만 그는 이 작업이 자칫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다.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학문 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김기봉 교수는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인문학 융·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를 ‘돌진적 융합’이라고 표현했다. 융합의 필요성은 모른 채 맹목적으로 학문 간 융합을 했기 때문에 융·복합된 학문을 다시 분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한편 인문학이 학문 간 융합에 수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도 현재 인문학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활용도가 가장 높은 기술융합에서 인문학의 역할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김기봉 교수는 “인문학은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넘어 융합의 진화에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며 “역으로 융합의 형태가 인문학의 특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인문학에서도 중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이에 한국연구재단은 그 중심축으로 인문사회기반 학제 간 융합연구센터 ‘허브콘’을 만들었다. 


  김기봉 교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를 예로 들며 “영화가 인문학 융·복합의 방향키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에타’는 원래 기독교적 의미가 담긴 서양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이를 한국의 상황에 치환해 영상으로 담아냈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선 인문학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인문학의 역할인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영화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을 파악하면 인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기봉 교수는 “융합은 학문이 두서없이 섞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이 합쳐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현재 인문학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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