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대학생 스스로 대안을 말하다

청년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달팽이 유니온’
함께 어울려 사는 협동주택 늘려가는 것이 목표
 
  대학생들이 내 한 몸 누일 곳 찾아 헤매는 현실은 비단 중앙대만의 사연은 아니다. 서울 시내 곳곳에 위치한 대학가에서 집을 찾아 헤매는‘민달팽이’들의 고통이 들려오고 있다. 이런 민달팽이들의 고통에 스스로 발 벗고 나선 대학생들이 있다. 바로 청년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가 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이다. 
 
  거창한 단체라고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됐어요!
  민달팽이 유니온의 역사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연세대 47대 ‘you’총학생회는 연세대의 주거문제해결을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당시 총학생회는 ‘집을 찾는 달팽이’라는 주거 실천단을 조직해 학교에 기숙사 증축을 요구하고 대학생 공공임대주택의 설립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렇게 시작된 대학생 주거운동은 총학생회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계속됐다. 판은 점점 더 커졌다. 연세대의 주거문제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활동들이 시작됐다. 마침내 2011년,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이 탄생했다. 
 
  대학생들,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가
  민달팽이 유니온의 활동영역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사회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활동이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정책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 대학생 임대주택 건립과 보증금 대출제도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청년주거문제라는 이슈에 힘을 모으기 위해 총선, 대선과 맞물려 청년주거와 관련된 법안을 설계하는 등 정치적인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대학생들의 주거문제를 알리기 위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친절한 미분양’을 제작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원룸, 하숙 등지에서 생활하는 대학생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 활동도 펼치고 있다. 현재 14개 대학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각 학교에 기숙사 수용률을 높일 것을 요구하는‘착한 기숙사 운동’이 진행 중이다. 대학생들만의 네트워크에서 더 나아가 세입자 연대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을’의 위치인 세입자들끼리 연대해 함께 잘못된 부동산 법에 항의하고 임대자에게 소송하는 등의 활동을 펼친다. 민달팽이 유니온에서도 세입자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입자들이 권리를 보호받도록 하는 방안들을 구상하고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장기적인 목표로 협동주택마을을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 협동주택이란 타인과 어우러져 함께 하는 주거형태를 의미한다. 협동주택은 단순히 돈벌이의 대상으로서의 주거가 아니라 ‘살아가는’ 주거를 가능하게 한다. 민간임대주택시장의 경우 임대료 안에 집주인에게 돌아갈 이윤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소유한 협동주택은 집주인에게 이윤이 돌아가지 않아도 되고 조합원들이 함께 주택을 관리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가 내며 거주할 수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서로가 상부상조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제시했다. 그런 아이디어들은 낡은 공공청사를 활용한 대학생 공공기숙사, 주거공간의 여유가 있는 노인과 대학생을 연결한 ‘한지붕 세대공감 프로젝트’등으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대학생의 주거문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다
  민달팽이 유니온의 지향점은 단순히 대학생의 주거권 보장이 아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한국 사회가 가진 주거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청년세대가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집을 살 수 없는 비싼 부동산 가격, 투기목적으로 주거를 향유하는 관념 등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대학생의 주거문제는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부동산 문제가 결합된 총체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달팽이 유니온 이한솔 위원장(연세대 문화인류학과 4)은 “청년들이 연애, 결혼, 아이를 포기한 ‘삼포 세대’가 된 것도 주거문제와 연관이 깊다”며 “주거문제가 해결된다면 주거비용을 다른 곳에 쓸 수 있어 보다 나은 삶이 가능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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