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에게 물었다


1. 대학에 합격하면 꼭 해보고 싶었던 한 가지는?      

2. 올 한해 원없이 해보고픈 한 가지는?      

3.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4. 지금의 나를 짧게 정의한다면?                      

5. 인생의 롤모델을 한 명 뽑는다면?

 

장성의 아들은 호스피스 준비 중

 

 

 

 

 

 

 

 

김병혁
간호

1. 여행이다. 어렸을 때 시골에 살았던 때문인지 몰라도 산과 바다로 여행가는 걸 좋아한다. 대학 입학 전에도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왔었다.
2. 놀기. 간호학과라 그런지 선배님들이 다들 1학년때 아니면 놀 기회가 없다고 말하더라.
3. 누군가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는 호스피스가 되고 싶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계실 때 혼자 계셨던 게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4. 장성의 아들. 고향이 장성이기도 하고,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은 자손이기도 하니까.
5.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신 할아버지가 아닐까 싶다.

 

  간호대 남학생이면 으레 ‘여학생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오해를 사기 마련이다. 올해 적십자 간호대학 신입생으로 입학한 병혁이도 마찬가지다. 처음 병혁이가 간호대에 입학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너 나랑 친구지?”라며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병혁이에게 간호대 생활은 아직 어려운 부분이 많다.

  남녀공학을 나왔지만 남녀 분반이었던 탓에 여학생들과 가깝게 지낸 경험이 없다. 더군다나 상의를 벗은 채 축구를 하거나 거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전형적인 남학생이었다. 그런 병혁이에게 간호대 생활은 어색하기만 하다. 300명에 달하는 동기들 중 남자는 40여 명뿐. 온통 여학생뿐이다. 입학 전 학과 정모를 갔을 땐 남학생들이 늦게 오는 바람에 여학생들 틈에서 주눅들어 있기도 했다. 병혁이의 간호대 생활은 녹록치만은 않다.

  전공 공부도 만만치 않다. 문과에서 교차지원한 병혁이에게 해부학, 생리학 등 간호대의 ‘이과스러운’ 과목들은 생소하기만 하다. 단순히 문과 출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암기량이 적은 사회문화 같은 사탐 과목을 선택했던 병혁이는 온몸의 뼈와 근육을 외워야 하는게 어렵기만 하다.

  병혁이는 죽음을 앞둔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호스피스가 되기 위해 간호대에 왔다. 입학 원서를 쓰기 위해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어느날, 몇 년 전에 돌아가셨던 할아버지가 꿈에 나왔다. 그리고 그 꿈은 병혁이를 환자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호스피스로 이끄는 계기가 되었다. 병혁이는 “할아버지가 혼자 돌아가셨던 게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평소 남을 돕고 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다”고 말한다.

  하지만 병혁이가 간호대에 들어오기 위해선 ‘부모님’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그가 택한 방법은 관문을 넘는 대신 피해가는 방법. 대학 입학 원서 세 개 중 하나를 부모님 몰래 간호대에 지원했다. 병혁이의 부모님은 중앙대 간호대학에 합격한 후에야 지원한 사실을 알게 됐다. 합격한 다른 학교에 가라는 부모님의 설득이 있었지만 끈질기게 설득해 입학했다.

  아직 한국사회에서 호스피스는 다소 생소한 직업이다. 수요는 넘쳐나지만 공급은 부족하기만 하다. 대우도 간호사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하지만 “마지막을 함께 하겠다”는 병혁이의 의지는 확고하다. 나이팅게일 선서의 마지막 문장 ‘나의 간호를 받는 이들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병혁이는 이 문장에 어울리는 호스피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현규 객원기자

광고천재 김상아, 최초 & 최고 학과 입성

 

 

 

 

 

 

 

 

김상아
광고홍보

1. 잔디밭에 둘러 앉아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
2. 고등학교 때 써둔 시나리오가 있다. 내가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3. 꿈이 너무 많다.(웃음) 아직은 가슴속에 간직해두고 싶다.
4. 신스틸러다. 열심히 살았으니 그래도 장면을 훔치는 조연쯤은 되지 않을까.
5. 이제석씨다. 이제석씨같은 광고인이 되고 싶다.

  전곡고등학교 교실에 뒹굴던 낡은 책의 여운이 한 소녀의 꿈을 사로잡았다. 소녀는 천재처럼 보이기 위해 앞에서는 놀고 뒤에서는 공부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선생님인 양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재수없을 수 있는’ 아이였다. 그런 그녀는 교실에 널브러진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훔치다』를 보고 광고인의 꿈을 키우게 됐다. 그 소녀는 광고홍보학과 13학번 김상아씨다.

  “이상하게 그 책이 그렇게 감명 깊었어요”

  어느 순간 들이닥친 꿈에 감격에 겨운 여느 아이처럼 그녀는 광고인이 될거라고 친구들에게 떠벌렸다. 그리고 노력했다. 기숙사에서 광고에 관심 있는 아이들을 모아 ‘돎’이라는 소모임을 만들었다. 작업이 즐거웠다. 때때로 힘들었지만 꿈을 걷는 길에 놓인 장애물은 극복의 희열로 남았다. ‘돎’은 한 학기 후에 AIDMA라는 정식 동아리로 인가됐다. 학생을 중심으로 한 신생 동아리 AIDMA는 주로 UCC영상을 만들며 LIG생명 콘테스트 우수상, 소리샘 보청기 입선 등의 성적을 거뒀다. 신생동아리로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주위 친구들에게 ‘광고하는 애’는 ‘김상아’와 동의어였다. “아이들이 저를 광고하는 애로 봐주는게 너무 좋았어요” 꿈을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로 입학사정관 제도를 통해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 입학했다. 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학생답게 “최초이자 최고의 학과에 입학했다”고 말한다.

  그녀의 관심사는 꽤 넓다. 광고영상을 제작하며 영화 등의 영상매체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 영상으로 내 가치관과 감성을 공유하는 느낌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꼭 영화감독이 할 법한 말이다. 실제로 그녀는 “광고는 모든 예술의 집약”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 영상제 등에서 만난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하며 교류하고 있다. 김상아씨는 그 친구 중 한 명이 만든 ‘블랙벨벳프로덕션’ 소속이기도 하다.

  꿈만 가지고 살 것 같지만 일상은 치열하다. 수요일, 금요일 저녁에는 과외아르바이트를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하루 12시간씩 할인마트 캐셔로 일하고 있다. 성인이 되어 쓸 돈을 스스로 벌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미루게 될까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마 고등학생 때처럼 자신의 꿈을 미루지 않고 밀고나갈 것이다. 혹시 아는가. 기자가 오늘 만난 스무살 학생이 30년 후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이나 광고인일지 말이다.

방호준 기자

이미 9년차 프로그래머 창업만 남았다

 

 

 

 

 

 

 

 

안정원
컴퓨터공학

1. 연애죠.(웃음) 고등학교 때 전 학년에 여자가 4명뿐이었으니 말 다했죠 뭐.
2. 혼자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요.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아갈 길을 고민해보고 싶어요.
3. 아직 찾아가는 단계에요. 이것저것 재미있는게 많아 혼란스러워요. 외국에 나가 일도 해보고 싶고 창업을 해보고도 싶어요.
4. 테트리스. 각기 다른 모양의 블록을 끼워 맞추며 쌓아 올라가는 테트리스처럼, 하나하나 배우며 위로 올라가는 중인 거 같아요.
5. NHN NEXT의 교수로 계신 손영수 멘토님이에요. 프로그래밍 기법에서 인생경험까지 많은 걸 배웠지요.

  열두살 때 기자는 워드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컴퓨터 학원에 다녔었다. 그 즈음, 자신의 첫 메일 계정을 만든 친구도 있었으며, 절대다수의 친구들은 컴퓨터를 성능 좋은 게임기 쯤으로 여겼다. 보통 열두살이 다 그렇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 조금 특별한 친구가 하나 있다. 열두살에 처음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는 새내기 안정원이 그 주인공이다.
 

  정원이가 컴퓨터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은 아버지가 건넨 한 권의 책 덕분이었다. 홈페이지 제작에 관한 책이었는데, 처음 받았을 땐 그저 당황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곧 책을 보며 하나하나 따라해보기 시작했다. 정원이는 말한다. “내 손으로 홈페이지를 만든다는 게 ‘와, 재밌다!’ 싶었어요.” 컴퓨터에 재미를 느낀 정원이는 플래시, C언어, 영상제작 등에도 도전했다. 중학생 때는 정보 올림피아드에 출전해 은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로 진학해 프로그래밍을 전공했다.
 

  프로그래밍 경력 9년차의 정원이가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정원이에게 전공 수업은 그리 새롭지 않다. 프로그래밍부터 로봇을 다루는 바이올로이드까지 모두 어렸을 때 경험해본 분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선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교양 수업이다. 정원이는 “고등학교 땐 역사를 그저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에서는 전체적인 흐름을 스토리로 가르쳐줘서 재밌다”고 말한다.
 

  정원이에게 대학이란 전공 지식을 습득하는 곳이라기보단 꿈을 찾는 공간이다. “컴퓨터공학 안에도 다양한 세부전공이 있는데 이것저것 다 재미있어 진로를 정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도 궁극적인 지향점은 있다. 사용자에게 유익하면서도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언젠가는 창업에도 도전하고 싶다. 정원이는 창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들과 팀을 꾸려 ‘난쏘포’라는 게임 어플을 만들었다.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수익을 내는 데는 실패했다.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없어서 그림을 직접 그려가며 개발해야 했고, 마케팅이나 홍보도 부족했다. 지금은 과거의 실패를 밑거름 삼아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준비 중이다.
 

  물론 정원이에게도 창업 실패에 대한 불안감은 있다. 하지만 정원이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이해하고 있고, 사업적 전망만 볼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정원이는 지금도 스타트업을 준비한다.


김민정 객원기자

정치 새내기 출사표, 학교는 넓고 할일은 많다

 

 

 

 

 

 

 

 

이재정
정치국제

1. 그동안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다.
2. 원 없이 놀고 싶다. 어제도 동기들과 놀다 새벽 5시에 잠들었다
3. 정치인이 되고 싶다. 돈, 명예, 권위에 연연하지 않고 약자들을 대변하는 그런 정치인.
4. 이제 막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도화지. 수없이 그렸다 지울 일만 남았다.
5. 힐러리 클린턴. 힐러리처럼 언제나 확신에 찬 여성 정치인이 되고 싶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어머니를 따라 어려서부터 봉사활동을 많이 다녔다. 책을 통해서 세상에는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하면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조금 더 평등할 순 없나?’ 끊임없이 되물었다. 그 답을 ‘정치’에서 찾았다는 당찬 새내기 재정이를 만났다.
 

  “반기문의 고장 충북 음성에서 온 이재정입니다!” 재빠르게 학번과 이름만 말하고 숨어버리는 자기소개 시간, 어색함을 깨고 재정이와 충북 음성을 모든 정치국제학과 학생들의 기억 속에 심어준 한마디. 제일 활발한 새내기가 누구냐 묻는 말에도 단연 재정이라 말한다. 노는 데라면 재정이가 빠지질 않는다. 인터뷰 전날 밤에도 동기들과 ‘막·소·사’를 마시다 새벽 5시에 잠들었으니.
 

  마냥 노는 것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정외과 학생답게’ 정치에 대해 토론할 기회를 찾아다닌다. “시골, 특히 충청도는 정치에 관심이 적어서 누군가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어요”라며 그동안의 설움을 토해냈다. 과내 정치토론 학회 가입은 물론, 입학식도 하기 전에 정치포럼에 참가하고 자유인문캠프 특강을 들으러 몇 번씩 서울을 오갔다. 재정이에게 대학이 가장 좋은 건 들을 수 있는 강연이 많다는 것. 그것도 공짜로.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충청도 사람답게 뚜렷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더 많은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싶다는 것뿐. 뚜렷한 것이 없어서, 제대로 알고 싶어서 정치국제학과에 들어왔고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려고 한다.
 

  재정이를 선배들이 가만 둘리 없다. ‘학생회 집행부 하자’, ‘우리 학회 들어와라’, 그리고 ‘학보사 어때?’까지. 욕심도 많으신 재정이의 고민은 다 하고 싶다는 것. 교지와 학보사를 놓고 저울질을 하더니 결국 교지편집위원회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언론사를 발판삼아 정치에 입문할 계획인데, 대학에서 글을 많이 써보는 것이 언론사 입사에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어엿한 여대생이지만, 알고보면 혼자 있는 자취방이 싫어 라디오를 켜놓는 소심한 시골소녀 재정이는 힐러리 클린턴을 닮고 싶다. 재정이는 항상 확신에 찬 힐러리의 모습에 반했기 때문. 유명한 철학자의 책을 읽고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뽐내는 서울 깍쟁이들 앞에서 정치인이 되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재정이는 이미 힐러리를 닮았다. 이제 시작하는 중앙대 출신 여성정치인 이재정의 청춘을 응원한다.

이영준 기자

문학 청년 고함, 죽을 각오로 쓰겠다

 

이태형
문예창작

1. 문창과 교수님들 대다수가 현역 작가 아닌가. 교수님들과 술 마시며 수다를 떨고 싶다.
2. 지난 3년간 문창과 입학을 위해 아등바등 살았다. 이제 원 없이 글공부 하고 싶다.
3. 순수문학 작가다. 시냐 소설이냐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순수문학을 하고 싶다.
4. 난 똥 만드는 기계다. 글은 작가의 창자 구석구석을 훑어 배설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모양과 냄새가 우수한 고품질의 똥은 상을 받는 거고. 세 달 묵힌 숙변 같은 독한 글 한 편 써보고 싶다.
5. 이승훈 시인이다. 공부의 깊이가 느껴지는 치열한 사람이 되고 싶다.


  강의실 앞을 지나는데 전성태 작가와 마주쳤다. 믿을 수 없었다. 평소 전성태 소설가의 작품을 좋아했던 태형이는 연예인을 본 기분이었다. 작가와 독자가 아닌 교수와 학생으로 강의실에서 함께 할 수 있단 사실에 대학입학을 온 몸으로 실감했다.

  모든 것은 열다섯 살 겨울에 시작되었다. 시험공부를 하기 싫어 책 한 권을 집어들었다. 알베르트 카뮈의 『이방인』이었다. 책을 분석해보고 깊이 파고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겠단 각오로 ‘문예창작특기반’에 들어가 문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3년간 문학과 엎치락 뒤치락, 지지고 볶았다. 그리고 당당히 실기시험을 통과해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수업은 태형이를 위한 맞춤형 교육 같다. 일단 수업시간에 제재가 없다. 핸드폰 금지, 화장실 미리, 조용히……. 3년간 태형이를 옥죄던 것들이 이곳엔 없다. 유연한 분위기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할 수도 있다. 아직 낯설긴 하지만 태형이는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올 때마다 열심히 말한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더불어 태형이에게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교수님들의 합리적이고 열린 사고방식이었다. 교수님들은 시시콜콜한 가십거리도 선문답의 경지로 끌어올릴 것만 같은 환상마저 든다. 이런 학과 분위기 속에서 태형이는 전공에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고등학교 생활과 비교해 눈에 띄게 늘어난 개인 시간 역시 알뜰히 사용한다. 수업, 과제, 과활동을 제외하고도 스스로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남는 시간은 경제활동과 연애에 활용한다. 주말엔 4시간씩 의류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틈틈이 영어 과외도 한다. 악착같이 돈을 버는 이유를 물었더니 태형이는 “통장에 돈 쌓이는 거 보면 좋잖아요. 든든하고 기분 좋고. 열심히 사는 거죠”라며 웃어보인다. 공부와 아르바이트도 벅찰 텐데 연애도 한다. 400일 가까이 된 여자친구와의 연애 역시 결코 소홀치 못할 중대사다. 보통 야무진 게 아니다.

  태형이는 이승훈 시인을 롤모델로 등단을 꿈꾼다. 공부의 깊이와 치열한 삶의 자세를 닮고 싶다고 말한다. 치열한 스펙쌓기는 그와 먼 이야기다. 하지만 태형이는 말한다. 남들 스펙 쌓는 시간에 절대 유유자적 하고 싶지 않다고. 이 악물고 죽을 각오로 글을 쓰고 싶다고.

이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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