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못하고 답답하게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 보다 화가 잘 나기도 하고 화가 난 마음을 금세 추스르는 데 서투른 것도 있다. 하지만 정말 해야할 것만 같은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요샌 참을 수가 없다.
 
 
 정기자 때 처음 취재처를 돌 때는 마냥 ‘순종적’이었다. 화가 잘 나는 속은 물론 부글부글 끓고 있을 때가 많았겠지만. 무작정 찾아가면 부모님 뻘 되는 분들도 많으니 자식 같은 갓 시작한 신입 학생기자가 열심히 한다고 다들 예뻐해 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편히 다녔다. 무조건 다 고맙고, 죄송하고 했다. 그게 편했던 건가. 그래서인지 정기자 때 취재원관리를 참 잘 한다는 말을 신문사 안에서 많이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땐 무엇인지 모르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혼자만의 켕기는 구석이 있었던 게 분명히 있다. 이제 고백하게 됐다.
 
 
 그런데 요즘엔 정말 변하긴 했나보다. 자랑이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얼굴에 철판 깔고 아무일 없었던 척 다녀야 하는 불편한 일이 늘고 있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말은 열심히 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변한 나때문에 가까운 교직원 분에게 오히려 속상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정기자 때부터 나를 봐온 한 교직원이 최근 취재 중에 내가 변한 것 같다고 한 일이었다. “김해인 기자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섭섭하다”고. 그분을 좋아하지만 그 순간, 취재의 맥락에서 만큼은 이렇게 들렸다. “예전에는 설명해주면 고분고분했는데 왜 그렇게 바락바락 대드냐”는 말로. 그리고선 ‘변한’ 내가 인간적으로 섭섭하다고 하셨다. 이후 난 되려 내가 섭섭하다고 투정부렸다. 오히려 나는 예전보다 덜 가식적으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뜨거운 대화를 하려고 한 것일 뿐인데. 내가 학생기자로서 그동안 이렇게 주체성이 없었던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 때 상황이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명히 난 이런 맥락으로 말했던 것 같다. “그땐 내가 혼자 편하려고 할 말을 하지 못했던 거고 지금은 학교의 한 구성원으로서 더 당당해 진 것”이라고.
 
 
 한 학기가 시작된지 2주가 지났다. 안성은 그렇다 치고 서울캠은 좋아요 총학생회가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앞장 서 일을 시작한 때다. 공식적인 첫 업무로 등심위를 마쳤는데 아직은 학생 대표자들이 본부와 동등한 모습으로 목소리를 내는 당당한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다.(안성캠퍼스는 재선거를 하니 다음주부터가 진짜 시작이려나) 자기가 가장 편하고자 하면 좋은 모습만을 보이며 편한 대표자가 될 수도 있다. 반대자도 별로 없을 것이고, 공약을 하나하나 줄 그어가며 지워나가기만 하면 학생들이 열심히 한다고 칭찬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정작 큰 숲을 보지 못하게 될 수 도 있을 것 같아 괜한 설레발을 친다.   
 
 
 그냥 시시하게 학생이 진 채로 등록금심의위원회가 끝난 것만 같고, 안성캠에서 재출마한 선본은 학교에서 징계를 받고 재출마를 결심한 만큼의 뜨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서(들었을 뿐이다.)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내가 조금 변했다는 자만함으로 한마디 한 것으로 들어주면 된다. 
앞으로 더 뜨거운 양캠 총학생회의 일년을 기대하고 싶다. 아직 2주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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