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로봇이 봅스트홀을 거니는 날까지
  • 윤예지
  • 승인 2013.03.18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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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후반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쇼핑을 나갔던 사람들은 삼풍백화점 붕괴로 인해 생명을 잃었고 걱정 없던 서민생활은 IMF 사태로 무참히 짓밟혔다. 물론 90년대의 전부가 절망 속에 허덕였던 것은 아니다. 박세리 선수가 한국인 최초로 LPGA 우승을 했고 박찬호 선수가 LA다저스의 간판스타로 활약하고 있었다. 사건사고로 쉴 틈 없었던 그 시절에  획기적이었던 순간 중 하나는 바로 ‘휴머노이드’의 출현이었다. 일본의 혼다사 로봇 P-2는 전 과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충격 그 자체였다.
 
 
  ‘휴머노이드’란 인간 형태를 갖춘 로봇으로 입력된 프로그래밍을 통해 사람의 움직임이나 행동을 모방하는 인간형 로봇이다. 1973년 일본 와세다 대학교에서 세계 최초로 발명된 이후 전 세계에 로봇열풍을 불러왔다. 물론 그 열기는 현재 IT 시대의 강국으로 자리 잡은 한국에도 전염병 같이 번졌다. 하지만 국내 생산까지 이어지기에는 2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고, 2004년이 돼서야 자유자재로 보행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휴보’가 탄생했다. 그후 인간형 및 지능형 로봇의 뜨거운 관심은 많은 대학들과 연구기관에도 퍼져나갔다. 
 
 
  중앙대학교에도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기계공학과와 전자전기공학과 학생을 주축으로 휴머노이드, 지능형 로봇 연구 동아리 CHIRO가 탄생한 것이다. 2001년에 학부생 네명으로 처음 시작된 CHIRO는 원래 Ballhunter라는 이름의 작은 소모임이었다. “2008년까지는 로봇축구를 연구하는 소모임이었어요. 설립 당시가 2001년도였는데 전자전기공학부 심귀보교수님의 지원으로 로봇축구 대회에 필요한 장비들을 준비했었죠.”라고 부회장 이수빈(기계공학부 3)씨는 설명했다. 
 
 
  초반에 Ballhunter는 로봇축구에 대해 관심이 있던 한 교수님이 꾸린 소규모 연구회였다. 그러나 그 해에 로봇축구 전국대회에서 4위라는 타이틀을 따내면서 동아리로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1학년 때는 처음으로 선배들을 따라 대회에 출전했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아무리 이과생이라도 로봇을 직접 프로그래밍하거나 다뤄 볼 기회가 없잖아요? 대회도 굉장히 신기했고 열심히 준비하는 선배들도 대단해보였어요. 하지만 저희가 미래의 후배들을 가르칠 생각을 하니 걱정도 되더라고요.” 그 우려가 CHIRO의 선견지명이었을까? 각종 로봇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Ballhunter는 2008년에 큰 위기를 맞이했다. 로봇축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출전 가능한 대회들도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은 변화에 맞춰가기 위해 로봇축구를 벗어나 휴머노이드 연구로 방향을 바꾸는 큰 결심을 했다. 동아리의 미래가 걸린 일이었기에 임원들은 동아리 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저희 동아리 역사상 휴머노이드에 대해서 연구를 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휴머노이드는 어마어마한 비용과 시간, 노력을 투자해야 되는 분야라서 우려가 많을 수밖에 없었죠.” 회장 서정현(전자전기공학부 3)씨는 70cm의 로봇을 만드는 일이 단순히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로봇키트를 조립하는 것을 한참 뛰어넘는다고 했다. 부품을 일일이 찾는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서, 직접 조립하고 움직임을 허락하는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일은 오랜 시간의 공부와 연구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임원들은 1, 2학년 후배들을 위해 로봇제작 및 프로그래밍에 대한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다. 방학 때는 대회준비를 위해 도서관과 동아리방을 드나들며 시간을 쏟는다. 그들이 꿈꾸는 완벽한 인간형 로봇을 만들기까지는 2년에서 3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그래도 그들은 개의치 않는다. “졸업 전까지 로봇을 하나라도 완성시킬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요. 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마침내 로봇의 다리와 팔이 움직이는 광경을 볼 때엔 성취감이 들죠.” 
휴머노이드는 단순히 재미로 시작해서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꾸준한 노력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마라톤 같은 것이다. 그들은 당장 눈앞의 결과를 바라지 않는다. CHIRO라는 이름을 지닌 로봇을 제작하고 브랜드화 시키는 날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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