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학생의 주거양극화

 

  A씨의 자취방은 학교 후문 대로변에 늘어서 있는 각종 원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외관의 고급 신축 원룸이다. A씨는 현재 7평 규모의 원룸에서 보증금 2,000만원에 매달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포함해 60만원 정도를 내며 살고 있다. 올해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원룸 건물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만 60만원인 방까지 있다. 냉난방시설, 주방, 화장실 등과 같은 기본시설은 물론 위험상황을 대비한 안전장치도 갖췄다. 창문 옆엔 화재를 대비해 유리창을 깰 수 있도록 한 도구와 함께 완강기도 설치됐다. A씨는 “안전하기도 하고 시설도 좋아 마치 모델하우스와 같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아침마다 모닝콜이 아닌 옆집에서 물 트는 소리에 잠이 깬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B씨는 정문의 한 빌라에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을 부담하며 살고 있다. 비용 절약을 위해 친구와 둘이 살고 있지만,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협소한 방이다. 게다가 방음이 잘되지 않아 옆집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노래하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다. 방이 좁아 신발장과 생활공간이 딱 붙어있어 먼지가 많지만 환기조차 마음놓고 할 수 없다. 창문을 열어두고 잠들면 행인들의 말이 속삭이듯 아주 가깝게 들리는 곳에서, 오늘도 B씨는 잠을 청한다.  


  주거 격차라는 어두운 그림자는 대학가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중대신문이 중앙대의 자취생 144명을 대상으로 한 주거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보증금과 월세를 많이 낼수록 치안·시설 면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재 흑석동과 상도동엔 적게는 보증금 100만원 미만에 월세 10만원대 초반에서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의 보증금에 월세 50만원을 훌쩍 넘는 방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방이 공급되고 있다. 고급 원룸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지만 다달이 나가는 월세가 부담스러운 학생들은 반지하나 옥탑방을 가릴 틈도 없다. 


  초특가 원룸, 최악의 시설= “월세가 5만원 내려가거나 올라갈수록 시설이 확 바뀐다.” 정문에 있는 ‘ㅎ’공인중개사 중개인이 한 말이다. 누구에겐 단돈 5만원 차이일 수 있지만, 될 수 있는 한 더 싼 방을 구해야 하는 학생들은 시설을 보장할 수 없는 ‘초특가’원룸에 눈을 돌려야 한다. 결국 매월 지급할 수 있는 액수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셈이다.


  중문 부근에 위치한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25만원인 원룸은 저렴한 비용만큼이나 시설이 좋지 않다. 대문을 열면 지하를 향하는 깜깜한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불을 켜고 방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남녀 구분 없이 하나의 공동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취약한 난방시설 때문에 한겨울에도 보일러는 최소로 틀어야 하고 여름엔 에어컨 대신 낡은 선풍기 바람을 쐐야 한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5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의 원룸도 기본적인 환경이 취약하다. 일반 주택에 벽을 내어 몇 개의 방을 만들었기 때문에 각 방의 크기는 무척 작다. 싱크대를 뜯어 방을 넓혀도 한 사람이 드러누우면 방이 꽉 찬다. 별다른 취사도구도 없는 이 방은 ‘잠만 자는 방’의 표본이다.           

  
  방값에 비례하는 서비스= 집주인들의 서비스 역시 방값에 따라 달라진다. 비교적 저렴한 방에 사는 학생들은 뻔뻔하고 무책임한 집주인을 만나기도 한다. 얼마전 B씨는 화장실에서 물을 틀 때 방안으로 물이 새자 주인아주머니께 연락했지만 주인아주머니의 조치는 뜻밖이었다. B씨는 “틈새를 막아주기는커녕 선심 쓰는 듯한 태도로 2,000원짜리 방수 커튼을 문가에 설치해 주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중대병원 근처에서 자취하고 있는 C씨 역시 집주인의 태도에 속상했던 일이 있다. C씨의 자취방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인 3층 주택 위의 옥탑방이다. 컨테이너 건물이라 시설이 허술해 한겨울에 수도관이 얼어 물이 나오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 집주인은 “이미 이사를 온 후이기 때문에 책임은 세입자에게 있다”며 수리를 해주지 않아 혼자서 수도관을 녹여야 했다.


  이와 달리 A씨가 거주하고 있는 고급 원룸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1층 현관 바로 앞에 있는 관리실엔 관리인이 상주하고 있다. 집집마다 있는 인터폰을 통해 바로 관리인과 소통할 수 있다. 또한 무인 택배함이 있어 집주인을 통해 택배를 수령해야 할 번거로움도 없다.


  엇갈리는 치안 만족도= 치안은 많은 학생들의 주거 환경 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저가의 주거비용을 내고 있는 학생들은 안전지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좁은 골목이 많고 낙후된 주택가에 자취하는 학생 중 대다수는 치안이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다. 실제로 수상한 사람들이 출몰하기도 했다. 한때 중문 부근에 살았던 C씨는 “오밤중에 친구와 집에 있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문을 열고 우리를 쳐다보다가 태연하게 다시 닫고 간 적이 있다”며 “그 후에도 친구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누군가 문을 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친구가 경찰에 신고를 해서 다행히 사고를 막을 순 있었다”고 했다.


  반면에 고급 신축 원룸은 비교적 안전이 확보돼 경제력을 갖춘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A씨는 “현재 이 건물에 사는 남학생은 2명뿐이고 거의 여학생들이 살고 있다”며 “건물 입구부터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으며 가로등이 많은 대로변에 원룸이 위치해 밤에도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흑석동엔 만족못하는 상위계층 학생들= 일부 상위계층 학생들은 흑석동의 주거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예 깨끗하고 편의·문화시설이 풍부한 다른 지역에 살기도 한다. 논현동의 한 원룸에서 자취하고 있는 D씨는 애초 입학할 때 흑석동의 원룸부터 알아봤다. 하지만 오래된 시설에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았고 개발이 덜 된 학교 주변의 경관은 눈에 차지 않았다. D씨는 “좋은 환경이 갖춰진 곳을 찾다 보니 지하철역과 가깝고 고급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한 원룸을 고르게 됐다”며 “학교와 다소 멀긴 하지만 동네가 좋아서 일부러 여기에 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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