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이었습니다. 3월이 무색하리만큼 너무도 추웠던 그 날, 아직 어색한 숭실대 앞 자취방을 혼자 나섰습니다. 중앙대 방면이 적힌 5511번 초록색 버스를 타고 첫 등교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중앙대 후문’이란 안내 방송이 나오자 학생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기길래 저도 내릴 준비를 했지요. 문이 열리고 줄곧 재학생으로 보이는 무리에 합류했습니다. 그러곤 최면을 걸었습니다. ‘나는 오늘 처음 중앙대에 와 본 것이 아니다’라고.


  어렴풋이 기억하건대 당시 강의실로 향하던 저의 걸음은 굉장히 도도했습니다.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새내기 티를 내기 싫었던 것이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새내기가 아니다’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1년 천천히 대학에 발을 들여놔서 그랬는지, 한 살 나이어린 친구들과 동기로 지내야 한다는 괜한 자존심이 작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내기였습니다. 서라벌홀에 남자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중앙대 앞엔 어떤 밥집이 유명한지, 요새 술집은 어디가 ‘핫’한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아는 것도 없으면서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학과 동기들과의 만남은 스스로 포기하고 자연스럽게 학과 생활도 뒷전이 됐습니다. 그렇게 홀로 중앙대 2년이 시작됐지요.


  그랬던 제가 3학년이 되고, 뒷방 늙은이가 되자 새내기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부러움은 ‘나도 저랬었지. 다시 20살로 돌아가고 싶다’가 아니었습니다. ‘나도 저렇게 새내기 시절을 보내보고 싶다’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동경’이었습니다. 스스로 위안하기에는 지난날에 대한 추억이 너무 없어 서글프기까지 했으니까요.


  새내기들이 부러운 존재는 물론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상큼한 얼굴로 캠퍼스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다 그럴 겁니다. 가끔 미친 척 ‘새내기처럼 놀아볼까?’하며 상상하다 허탈하게 웃어본 경험도 있을 테죠. 이렇게 선배가 되어 ‘우리 때는 말이야…’하며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후배들이 ‘꼰대’라고 수군대던 선배가 자신인 걸 확인한 이후엔 지난 추억은 마음 한 구석에 묻어두기 시작합니다.


  이번주 중대신문은 언젠가 새내기였던 누군가를 동시대에서 만나봤습니다. 그들의 새내기 시절은 어땠는지, 오늘의 새내기들은 어떤 시절을 보내고 있는지 세대를 넘어 준비했습니다. 풋풋하고 개성이 뚜렷한 13학번 5명이 지금의 새내기 생활을 공개했고,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선배 4명이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느 봄날의 새내기였습니다. 그 시절이 아름다웠느냐를 떠나 모두가 거친 시절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누군가에게 돌이켜보고 싶은 추억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잠시 턱을 괴고 새내기 때 그 날로 돌아가 봅시다. “여러분의 봄날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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