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유행하던 유머 중에 지옥시리즈란 것이 있다. 시리즈의 마지막인 3편은 환생편이다. 염라대왕은 지옥에서 성실하게 죄값을 치룬 영혼에게 태어나고 싶은 곳을 묻는다. 그러자 그 영혼은 더 이상 큰 욕심이 없어졌다고 하면서 평범한 가정에 태어나 몸 하나 건강하게 잘 자라서 평범한 착한 배우자를 만나고 착하고 평범한 두 자식들과 함께 큰 대과 없이 편하게 명대로만 사는 삶을 바란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염라대왕이 버럭 화를 내며 “이놈아 그런 곳이 있으면 내가 가겠다”라고 고함을 쳤다고 한다.
 

  공자에게 사람들이 인생을 한마디로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공자는 한참이나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려울 난(難)’자로 정의하였다고 한다.
 

  앞의 두 이야기는 인생이란 늘 어렵다고 말해주는 것이 아니고 인생은 늘 기복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출판사의 기획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을 달게 된 책은 제목부터 잘못된 명제를 가지고 있다. 청춘만 아픈 것이 아니고 인생이 아픈 것이 맞는 명제이다. 학생들이 주요 독자인 신문에 이렇듯 비관적으로 보이는 글을 앞세운 것은 젊은이들의 아픔을 오히려 치유하기 위한 것이다.
 

  학생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수시로 많은 상담을 해주게 된다. 찾아온 제자들에게 정확한 해답을 제시한 경우는 많지 않다. 대개는 본인의 아픔에 대한 치유책이 될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하고 각 대안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찾아올 때보다 훨씬 밝아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되면서 안도의 한 숨을 쉬게 된다.
 

  그냥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고민을 털어놓은 것만 가지고도 스트레스를 풀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담하면서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현재 좀 힘들어도 성실하게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하면서 기다리다 보면 다시 상승세를 타는 길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현실에 만족을 느낄 줄 알아야 길도 보이고 행복도 느낀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몇 주 전 대학 동창들을 만났다. 부잣집 자제도, 가난한 집 자제도 있었다. 졸업하고는 저마다 다른 길을 찾아서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30여년이 지난 지금 각자 인생의 굴곡들을 겪으면서 평균적인 모습들이 되어서 나타났다. 오히려 어렵게 시작한 동창들이 현재는 좀 더 좋은 위치에 있기도 했다. 부유했던 동창들은 아주 어려워지지는 않았지만 예전만은 못했다. 제일 기쁜 것은 70명의 동창 중 한 명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이고, 나이가 들수록 서로 더욱 반가와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살아있으면 좋은 일도 아픈 일도 있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기쁨이 있었기에 아픔도 더 아프게 느껴지고, 아픔이 있었기에 기쁨도 더 크게 느껴진다. 인생은 살아볼만한 것이고 오래 살아야 누릴 행복도 다 누려볼 수 있다.

조성한 교수 공공인재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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