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드디어 친절한 기자로서의 첫 걸음을 떼게 된 이시범 기자입니다. 지난 2주 연속 중대신문의 한자리를 차지했던 융합전공 관련 기사 기억하시나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더랬죠. 전 개인적으로 운영체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서둘러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거죠. 그래서 여러분께 왜 이렇게 미흡한 운영체제로 연계·융합전공을 시작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통섭’, ‘학제간 연구’란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단일 학문으로는 현실을 설명하고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등장한 용어들이에요. 여러 학문분야의 이론과 기법을 동원하여 문제를 다면적 혹은 체계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들이었죠. 이를 반영해 교육도 학제적으로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게 융합전공입니다. 프린스턴, 하버드,  케임브리지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해외 유수의 대학들은 오래 전부터 융합전공을 시행하고 있어요. 융합전공이 교육의 트렌드로도 자리매김한 거죠. 한상준 교무처장(물리학과)은 “세상의 다변화로 학제간 교육이 필요하게 됐다”며 “경직된 기존 학과체제에서 벗어난 학제간 교육을 위해 융합전공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적 명문대를 지향하는 중앙대에서 융합전공을 신설한 것도 이런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기 위함이었던 거죠.

  중앙대 융합전공의 역사는 2008년 본부 측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작됩니다. 타 대학에 개설된 50여개의 융합전공 중 중앙대에 개설을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게 한 것이에요. 설문조사에는 총 317명이 응답했고 설문결과 1위는 금융공학, 2위는 외교통상학, 3위는 문화콘텐츠였어요. 이렇게 상위권을 차지한 전공들에 한해, 개설을 원하는 교수님들이 책임지고 전공을 운영하도록 한 것이죠. 물론 개설 초기에는 연구비, 홈페이지 구축비 등의 비용에 대해 본부에서 지원금을 받으면서요.

  여기서부터 조금 애매~해요. 다른 일반적인 전공들은 행정업무를 담당할 사무실도 있고 직원도 있잖아요. 하지만 융합전공은 사무실은커녕 행정직원조차 없이 시작됐습니다. 시스템이 다 구축되고부터 본부 지원금도 점차 줄어들었고요. 이런 상황에서 융합전공은 09학번 이상부터의 졸업기준 중 하나로 선정됐습니다. 쉽게 말해, 융합전공을 졸업 조건의 일부로 포함시켜놓고 운영은 손 놔버린 상황이 발생한 것이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지원금이 줄어드니 융합전공 관련과목을 강의해주기로 한 교수님들 중 몇몇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거에요. 안 그래도 의무수업시수 중 다른 전공의 강의를 맡으면 본래 학과에서 눈초리를 받는데 지원금조차 안 나오는 상황이면 뒤돌아볼 필요도 없는 것이죠.

  학생선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것도 문제입니다. 학생선발은 주임교수 재량이니 2.5~3.0의 낮은 학점 커트라인으로 학생을 선발했어요. 융합전공 시행세칙에 의하면 전공이수인원이 적으면 전공이 폐지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일단 많이 뽑고 봤던 것이죠. 커트라인이 낮고 복수전공에 비해 이수가 쉬우니 현재까지 문화콘텐츠는 546명, 금융공학은 338명으로 많은 학생들이 몰렸습니다. 학생들이 몰리면 행정업무가 많아지는 건 당연지사. 주임교수가 학생을 너무 많이 뽑은 것도 잘못이지만 이미 뽑아놓은 학생들의 민원을 처리해줄 행정인력이 없으니 융합전공은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입니다.

  한상준 교무처장은 “이번달 안에 연계·융합전공 주임교수들과 회의를 열어 얘기를 들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중앙대의 융합전공이 처한 문제는 사실 국내 타 대학들도 겪고 있는 문제들이에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융합전공의 문제가 비단 중앙대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죠. 하지만 2013년에 가장 핫한 중앙대 아니겠습니까. 중앙대에서 국내최초로 융합전공 관련 문제를 해결해 모범사례가 돼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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